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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시작 하루 1%, 이민규

경계넘기 2018. 4. 4. 11:10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빌렸다. 무척 얇은 자기계발서이자 심리학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하지만 결코 얇아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변화를 원한다면 너무 작아서 실패하기가 더 어려운 그런 작은 일부터 시도해야 한다.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크게 생각하되, 시작은 작게 해야 한다


요즘 나는 점점 계획 세우기가 무서워진다. 계획 세우려는 짓 자체를 무의식적으로 밀어내는 듯한 내 모습을 자주 본다. 예전엔 별로 그런 것 같지 않았는데. 나이를 먹고 어느 땐가부터다. 왜 그럴까? 아마도 그건 일단 계획을 세우고 나면 한 동안 고통스럽게 나의 의지를 시험해야하기 때문일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또 다시 실패했다는 좌절감과 자책감으로 오랜 시간 무력감에 빠져할게 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이게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믿음뿐이다.

 

계획의 요요현상. 어차피 요요현상처럼 되돌아 올 거, 차라리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 마음이라도 편하다는 세상의 이치를 따른다. 무계획이 상팔자.

 

그렇게 잊고 살려 했는데 무심코 손에 든 책에서 나온 위의 문장이 나를 다시 일깨운다.

그래! 꿈은 원대하지만 계획은 작아야 했다.

 

지금까지 나의 꿈은 원대했고, 나의 계획은 비장했다. 원대한 꿈은 당연히 비장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 읽었던 위인전이나 소설의 주인공들은 다들 그랬던 것 같고, 그게 상식적으로 보나 논리적으로 보나 맞아보였다.


이러한 일반의 생각에 저자는 여지없이 메스를 댄다. 크게 변화고 싶다면 오히려 작게 시작해야한다고 강조하면서. 너무도 역설적으로 들리는 말. 하지만 사실 어느 때부턴가 나도 그걸 경험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위인전과 소설에 나오는 위인들 또는 영웅들의 원대한 꿈과 비장한 계획 그리고 처절한 노력은 어쩌면 다분히 극적 효과를 노리는 작가들의 허구적 장치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것을.

 

현실에서 우리의 조상님들은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순박하지만 살아 있는 교훈을 그리 일러주셨건만, 나는 숱한 작가들의 현란한 구라에 빠져있었다.

 

천리 길이 아무리 멀다한들 오늘 하루에 한 걸음 못 걷는 것만큼 어렵겠는가. 하지만 그걸 안다고 하더라도 막상 계획을 세우다보면 불안한 마음이 앞서면서 비장함이 다시 고개를 든다. 여기에는 구라가 만들어낸 죄책감과 조급함도 강하게 작용한다. 남들은 뼈를 깎는 처절한 노력 속에서 천리 길을 갔는데, 이러한 안이하고 나태한 자세로 언제 그리고 어떻게 천리 길을 갈 수 있겠냐는 생각이 다시 나를 지배한다. 그러다 보면 처음 계획했던 한 걸음이 두 걸음, 세 걸음이 되고, 어느새 비장한 계획으로 바뀐다.

 

실패가 반복되고 계획 세우는 것 자체가 두려워지면서 그냥 지금 내가 당면한 일에나 열심히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열심히 하다보면 어떻게 되겠지! 하지만 그렇게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가 문득문득 뒤돌아 본 내 인생에, 남은 것이라고는 지친 몸과 공허한 마음뿐이라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저자는 이를 의미 있는 목표도 없이, 일에 대한 철학도 없이 그냥 열심히만 살았기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목표가 부담스럽고 계획이 무서워 피하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았다는 것이다. 무언가라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끝 모를 불안감과 공허함이 나를 짓누를 것이기 때문이리라.

 

저자는 미래를 기점으로 현재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 일단 계획을 최종 목표 달성 시기, 즉 미래를 기준점으로 역산해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선택하는 역산 스케줄링(backward scheduling)”의 방식으로 세울 것을 주문한다. 그는 평범한 사람은 현재의 관점에서 미래를 바라보지만, 비범한 사람은 미래를 기준점으로 지금 할 일을 선택한다고 말한다. 현재를 기준으로 미래의 할 일을 세우면 너무 조급해지거나 또는 너무 방만해질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최고의 경영학자 중의 하나인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계획이 미래의 의사결정에 관련된 것이라는 생각은 틀렸다. 그러니 우리는 내일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내일을 위해 오늘 무엇을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계획이란 내일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내일을 위해 오늘 무엇을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계획이란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미래의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미래의 청사진은 계획 그 자체가 아니라 계획의 전제조건이다. 모든 미래는 계획이 아니라 목표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설정하는 것이 계획이다.

 

그리고 저자는 역산 스케줄링으로 계획을 세움에 있어서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해야 할 일을 너무 작아서 오히려 실패하기가 더 어려운 그런 작은 일로 잘게 쪼개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일이든 잘게 쪼개다 보면 당장 할 수 있는 일로 만들 수 있고, 그 작은 일을 하다보면 결국은 천리 길도 가게 된다는 것이다. 아주 작은 일이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일을 이룰 수 있는 이유는 그 작은 일들을 꾸준히 하다보면 그것들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기하급수적인 증폭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마치 나비 효과또는 도미노 효과처럼 말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증폭작용이 일어나는 그 임계점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란다. 그리고 그 임계점까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기 위해서라도 실패하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로 작게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말 작게 꾸준히 하다보면 그 임계점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일까?

궁금하다.

확인을 하려면 실행을 해봐야 하겠지.

 

 

By 경계넘기


저 자: 이민규

출 판: 서울, 끌리는책,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