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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놀라운 발견, 슈테판 클라인(Stefan Klein)

경계넘기 2018. 4. 5. 11:00

 

슈테판 클라인(Stefan Klein)시간의 놀라운 발견.

 

우리가 왜 때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다르게 느끼는지를 설명한 책이다. 때론 시간이 길게(느리게), 때론 너무 짧게(빠르게) 느껴지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왜 나이가 먹을수록 시간이 빠르게 간다고 느껴지는지에 대한 답도 있다. 나이 들수록 점점 궁금해졌던 것들이다.

 

책은 어떻게 이 질문에 답하고 있을까?

우선, 시간에 대한 인식은 현재 시간기억 시간이라는 두 종류의 시간 개념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 현재 시간은 경험된 시간, 즉 당시 내가 느꼈던 시간을 말한다. 기억 시간이란 기억 속의 시간 즉, 현재에서 회상하는 과거의 시간을 말한다.

 

시간의 속도에 있어서 두 가지 시간은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같은 시간에 대해서 당시에는 짧다고 느꼈지만, 나중에 그 시간을 회상하면 길게 느껴질 수 있다. 즉 현재 시간은 짧지만 기억 시간은 길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도 있고, 현재 시간과 기억 시간 모두가 짧게 느껴지는 그런 시간도 존재한다.

 

현재 시간은 몰입, 즉 집중력의 차이에 의해 다르게 느껴진다고 한다. 지금 무언가에 몰입하고 있다면 시간은 화살과 같이 지나갈 것이고, 몰입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만큼 시간은 더디게 지나갈 것이다.

 

반면에 기억 시간은 정보의 양에 의해 다르게 느껴진다고 한다. 무언가 기억할 정보가 많다면 시간이 길게 느껴지고, 기억할 정보가 적다면 시간은 짧게 느껴진다. 정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경험을 많이 접했다는 것이기에 여기서 정보와 경험은 같은 의미를 갖는다.

 

우리가 시간으로 느끼는 것은 사실 정보의 양이다..... 기억 속에서 우리의 시간 감각은 정보의 양에 의거하여 재구성된다. 그리고 그 경우 시간의 길이는 우리가 새로운 것을 많이 경험할수록, 변화를 많이 경험할수록 길게 느껴진다(p. 145).

 

중요한 것은 현재 시간과 기억 시간, 즉 몰입과 경험의 관계다. 무언가에 집중해서 몰입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경험과 정보를 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금 무언가에 몰입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그만큼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그때 당시의 현재 시간은 짧게 느끼겠지만 나중의 기억 시간은 길게 느껴질 것이다. “현재가 재미있어서 빨리 지나가는 것 같으면 우리는 풍부한 기억으로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역으로 지금 산만하고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현재 시간은 길게 느껴질 것이고, 기억 시간은 기억할 정보가 없기 때문에 짧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가 보통 어딘가로 여행을 가면 여행하는 시간은 금방 흘러간다. 하지만 돌아와서 회상해보면 그날 하루하루가 소상히 기억된다. 여행이 재미있으면 재미있을수록 당시에는 시간이 아쉬울 만큼 더 빨리 흘러가겠지만, 그만큼 더 많은 것들이 기억에 남아 나중에 기억하는 시간은 더 길게 느껴질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그렇다면 나이가 들수록 왜 우리는 시간이 더 빨리 간다고 느끼는 것일까? 다음의 책 내용을 직접 인용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경험들은 기억 속에 둥지를 틀지 못한다. 조금 달라졌다고 해서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일을 새롭게 기억하는 것은 두뇌의 효율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기간을 별로 기억에 남는 것 없이 지내면 기억 속에서 그 시간은 그만큼 짧게 느껴진다. 그러므로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빨리 가는 것은 기억의 효율성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이다.(p. 158).

 

결국 시간은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무언가에 몰입하고 집중하고 있다면 나의 기억 시간은 풍성해질 것이다. 그건 곧 나의 삶이 풍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여행과 같은,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할 수는 없다. 여기에 대해서 책은 매일의 일상의 삶 속에서도 오감을 열고 자신의 주변을 들여다보면 언제나 새로운 것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것들에 좀 더 관심과 흥미를 두고 들여다보면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의 일상에서도 몰입의 순간은 항상 오고 그만큼 우리의 시간은 풍성해진다는 것이다.

 

한 순간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그 순간을 더 치열하게 느끼고자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감각과 기억을 완전히 연다. 그렇게 받아들이는 모든 인상은 우리가 느끼는 시간에 제동을 건다. 우리가 눈에 띄지 않는 모든 변화에 주의를 기울일수록 효과는 더욱 커진다. 두뇌는 이런 정보의 양으로부터 시간의 길이를 유추하기 때문이다. 시간과 관련된 수많은 놀라운 현상 중 특히 매력적인 것은 시간이 날아가고 있음을 의식함으로써 시간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p. 82).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면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키딩 선생이 첫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Carpe Diem. Seize the day boys. Make your lives extraordinary.

 

저자 역시도 말한다.

 

현재에 집중할 때 우리는 가장 행복하다(p. 249).

 

매일의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려는 노력이 곧 나의 시간을 길게 느끼고, 나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리라.

 

,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마음과 오감을 열고, 주변을 주의 깊게 찬찬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날마다 순간마다 새로운 인상과 감성을 느낄 때마다 나의 하루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파랑새는 항상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By 경계넘기.

 

 

저 자: 슈테판 클라인(Stefan Klein)

역 자: 유명미

출 판: 서울, 웅진지식하우스,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