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세계 일주 여행/베트남(vietnam)

D+041, 베트남 하노이 3-4: 하노이(Hanoi)를 정처 없이 걷다(20181225)

경계넘기 2021. 4. 3. 11:56

 

하노이(Hanoi)를 정처 없이 걷다

 

 

앞서 하노이(Hanoi)의 가볼만한 곳을 베트남 역사와 문화의 흐름에 따라 정리해 보았다.

 

 

D+041, 베트남 하노이 3-2: 천년의 도시, 하노이(Hanoi)의 역사와 문화 산책 1

 

D+041, 베트남 하노이 3-2: 천년의 도시, 하노이(Hanoi)의 역사와 문화 산책 1(20181225)

천년의 도시, 하노이(Hanoi)의 역사와 문화 산책 1 하노이(Hanio)는 천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다. 1010년 베트남 리(李) 왕조(1009~1225)에 의해 수도로 정해졌으니 하노이는 한 나라의 수도로만 천년의 세

beyondtheboundaries.tistory.com

D+041, 베트남 하노이 3-3: 천년의 도시, 하노이(Hanoi)의 역사와 문화 산책 2

 

D+041, 베트남 하노이 3-3: 천년의 도시, 하노이(Hanoi)의 역사와 문화 산책 2(20181225)

천년의 도시, 하노이(Hanoi)의 역사와 문화 산책 2 앞 페이지에 이어서.... D+041, 베트남 하노이 3-2: 천년의 도시, 하노이(Hanoi)의 역사와 문화 산책 1 D+041, 베트남 하노이 3-2: 천년의 도시, 하노이(Hanoi

beyondtheboundaries.tistory.com

 

 

하지만 난 하노이를 그저 정처 없이 걸을 생각이다.

 

이미 다 가본 곳이기도 하지만 짧은 시간에 하노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역시 하노이의 길, 골목골목이다. 그저 발 가는 데로 바람 부는 데로 걷는다. 여행할 때 가장 좋은 상태다. 어딘가를 가야하고 무언가를 봐야한다는 의무 방어전이 모두 끝난 뒤에 찾아오는 여유이자 감성이다.

 

하노이 구시가지는 넓지가 않다. 대충 걷다 보면 아는 길을 만나기 마련. 걸어봐야 얼마나 걷겠나. 힘들면 오토바이나 택시 하나 잡아타면 된다.

 

 

베트남의 두 프랜차이즈 카페,
하이랜드 커피(Highlands Coffee)와 콩 카페(Cong Caphe)

 

일단 시작은 호안끼엠 호수(Hoan Kiem Lake).

 

호수 북단 서울식당이 있는 건물 3층에 있는 하이랜드 커피(Highlands Coffee)의 야외 테이블이다. 이곳에서는 호안끼엠 호수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로터리 광장들을 물고기 떼처럼 유영하는 오토바이들의 행렬도 볼 수 있고. 명당자리라 조금만 늦게 가면 자리가 없다. 이곳에서 호수를 보면서 멍을 좀 때리는 것으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베트남하면 두 개의 프랜차이즈 카페가 생각날 게다.

 

하나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유명한 콩 카페(Cong Caphe), 다른 하나는 지금 내가 앉아 있는 하이랜드 커피(Highlands Coffee). 체인수로 치면 하이랜드가 압도적으로 많다. 하이랜드 커피가 먼저 생기고 콩 카페가 나중에 생긴 것도 이유겠지만, 아무리 봐도 자본의 차이가 많이 나는 듯싶다.

 

 

 

콩 카페가 빈티지풍의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면 하이랜드는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처럼 전형적인 프랜차이즈 카페의 모던하고 심플한 분위기다. 하이랜드에 앉아 책을 읽거나 컴퓨터 작업을 하다보면 이곳이 서울인지 하노이인지를 잠시 잊는다.

 

 

콩 카페
하이랜드 커피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는 콩 카페를 갔다. 유명하다고 하니 힘들게 찾아 갔다. 그러다 지난 여름 베트남 종주 여행을 하면서부터 하이랜드가 베트남 여행의 동반자가 되었다. 분위기나 커피 맛은 콩 카페가 나름 특색 있고 좋아 보임에도 하이랜드를 주로 이용하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첫째, 하이랜드의 체인수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베트남 전국 대부분의 도시 그리고 명소, 명당에는 반드시 하이랜드가 있다. 덥고 습한 베트남을 여행할 때는 시원한 아이스커피와 에어컨이 제공되는 공간은 필수. 그럴 때마다 항상 하이랜드가 있었다. 반면에 콩 카페는 하노이와 호찌민시티를 제외하면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나마 하노이와 호찌민시티에서도 콩 카페 한 번 찾아가려면 산 넘고 물 건너야 한다.

 

둘째, 체인수가 많다 보니 카페마다 사람이 많지 않다. 매장도 대체적으로 넓어서 특별히 바쁜 시간을 제외하면 창가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고, 오랜 시간 책을 읽거나 컴퓨터 작업을 해도 눈치 봐야할 염려가 없다. 반면에 콩 카페는 카페수가 적다 보니 항상 만원이다. 콩 카페의 가장 선호하는 좌석인 테라스 좌석은 한 번도 앉아본 적이 없다.

 

 

 

셋째, 하이랜드가 대체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커피의 맛과 특색은 확실히 콩 카페가 조금 나은 것 같다. 하지만 베트남 같이 덥고 습한 나라를 여행할 때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즐기는 장소를 넘어서 그때그때 시원한 음료를 제공하고 열을 식혀주는 쉼터로서의 역할이 때론 더 중요하다. 접근성과 함께 저렴한 가격이 무척 중요한 이유다.

 

넷째, 하이랜드 매장의 와이파이가 아주 훌륭하다. 노매드(nomad) 여행객에게 와이파이는 정보의 오하시스 같은 곳. 디지털 유목인에게 카페는 쉼터이자 일터이고 작업장이기도 하다. 하이랜드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하면서 속도가 늦다는 느낌을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러니 하이랜드 카페를 아니 좋아할 수가 없다.

 

다섯째, 하이랜드에서는 베트남 식 샌드위치인 반미를 저렴하게 판다. 거리에서 파는 반미와도 별반 가격 차이가 없지만 프랜차이즈 카페답게 깔끔하게 나온다. 맛도 나쁘지 않다. 아침이나 점심에 커피와 반미 하나를 시켜서 먹으면 간단한 식사로 손색이 없다. 덥고 습한 베트남에서 저렴하면서도 시원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와이파이가 훌륭하니 간단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하이랜드의 접근성에 대해서 조금 더 말을 하자면 단순히 목이 좋은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명소 또는 유명 유적지나 방문지의 건물 안에도 하이랜드가 있다. 예를 든다면 호안끼엠 호수가 바로 보이는 지금 이곳이라든지, 하노이의 가장 넓은 호수인 떠이 호수(Ho Tay, 西湖)라든지, 전쟁 박물관 안이라든지. 호찌민시티에 가면 호찌민시 박물관(Museum of Ho Chi Minh City), 남베트남 대통령 관저였던 통일궁(Reunification Palace)에도 하이랜드는 항상 들어가 있다.

 

물론 베트남에는 거리 곳곳에 무수히 많은 카페가 있다. 노천 까페도 많고. 이런 카페들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아쉽게도 이들 카페들에서 에어컨이 가동되는 곳은 거의 없다. 그나마 천장의 팬이나 선풍기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하노이의 기찻길 풍경

 

하이랜드 커피를 나서 호안끼엠 서편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래저래 볼거리가 많은 방향이다. 어디를 갈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그런 것은 없다. 그저 걷다가 걸리면 구경하는 게다.

 

조금 걷다 보니 하노이 옛 기찻길과 만났다. 석 달 전에는 지칠 때쯤 만나서 그냥 지나치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기찻길을 걸어본다. 빽빽한 건물들 사이로 좁은 기찻길이 나 있다. 우리네 군산의 그곳과 비슷하다.

 

 

 

뭐 대단한 곳은 아니지만 나는 이런 길이 더 좋다.

 

기찻길 초입만 빼면 대부분의 기찻길에서 하노이 서민의 생활이 보인다. 기차 레일을 벤치 삼아 이웃들과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 장기를 두시는 아저씨들, 무언가 일을 하는 사람들, 담벼락에 빽빽이 걸려진 빨래까지. 좁은 기찻길을 길 삼아 마당 삼아 사는 삶의 모습이 좋다.

 

 

 

이 기찻길은 하노이 역에서 호안끼엠 호수 북단의 롱비엔 역(Ga Long Biên)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기찻길을 따라 걷다 보면 롱비엔 역 직전에 하노이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중의 하나인 동쑤언 시장(Dong Xuan Market)도 나온다. 우리의 남대문 시장과 같은 곳.

 

동쑤언 시장 아래로 맥주 골목도 나오고 더 내려가면 호안끼엠 호수다. 예전에 동쑤언 시장 쪽에서도 이 기찻길을 잠시 걸어본 적이 있다.

 

 

 

기찻길이 유명해지면서 기찻길을 따라 기념품 가게와 카페들이 제법 들어섰다. 초입의 한 카페에 자리를 잡고 하노이 맥주 한 잔을 마신다. 지금 시각이 2시 반. 가장 더운 시각을 좀 벗어나볼 요량이다. 내가 않아 있는 사이 두, 세 팀이 카페에 들어왔는데 모두 한국 사람들이다. 기찻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 중에서도 한국어가 제법 들린다.

 

이곳에 오기 전에 호안끼엠 호수 옆 수상공연장에 먼저 들렸었다. 베트남 전통의 수상 공연물을 하나 볼 생각이었는데 한국 사람들이 많아서 그냥 돌아섰다. 마침 한국 단체 관광객이 버스에서 내리고 있었다. 외로운 배낭여행객에게 한국 여행객은 당연히 반가운 존재지만 단체는 아주 많이 버겁다.

 

 

 

 

군사 박물관
Army
Museum

 

기찻길을 나와서 서쪽으로 조금 더 걸으니 베트남 군사 박물관(Army Museum)이 나온다. 군사 박물관은 아직 가보지 않은 곳. 입장료는 4만 동. 베트남군의 역사를 과거에서 현재까지 엮고 있는데, 역시나 그리 볼 것은 없다. 베트남의 전시관은 대체적으로 어설프다. 전시물에 영어 설명이 없는 것도 허다하다. 이왕 만드는 것, 전시물과 스토리텔링이 잘 엮어졌으면 싶다.

 

마당에는 베트남 전쟁에 사용했던 포, 비행기 등의 군사 무기들을 전시하고 있다. 때론 그 잔해들을 가지고 마치 전위 예술품처럼 해 논 곳도 있다.

 

 

 

15세기에 만들어졌다는 하노이 깃발 타워에 올라가니 호치민의 전경도 보이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멍 때리기 좋다. 군사 박물관 바로 옆으로는 탕롱황성(昇龍皇城)이 보인다. 복잡하고 답답한 하노이 길을 벗어나 탁 트인 풍경을 보니 눈까지 밝아지는 기분이다. 이럴 때 맥주나 커피 한 잔 있으면 정말 좋은데.

 

탑 위에서 보니 아래에 하이랜드 커피가 보인다. 여기에도 구내에 어김없이 하이랜드가 있다.

 

 

 

 


 

전쟁 박물관을 나와서 오던 길을 되돌아서 숙소로 오다가 Streetfood라고 써진 숙소 근처의 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한다. 2층에서 북적이는 거리를 바라보면 저녁을 먹는다.

 

하노이처럼 크고 북적이는 곳일수록 여행자는 더 외로움을 느낀다. ‘군중 속의 고독그래서 홀로 여행자는 이런 크고 북적이는 대도시가 그리 편하지 않다. 숨어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모를까.

 

 

 

일찍 떠나도 큰 미련은 없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