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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베트남(vietnam)

D+043, 베트남 하노이 5-2: 떠날 준비, 여행은 버리는 것이다(20181227)

경계넘기 2021. 4. 8. 20:30

 

떠날 준비, 여행은 버리는 것이다

 

오늘 저녁 베트남 하노이(Hanoi)를 떠나 라오스 루앙프라방(Luang Prabang)으로 넘어간다.

5일 머물고 하노이를, 아니 베트남을 떠난다.

 

아침을 먹고 짐을 챙기기 시작한다. 밤 버스라 급할 게 없다.

이번에는 짐을 싸는 손이 좀 경건해진다.

 

한국에서 가져온 손때 묻은 옷가지 몇 개를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고민 고민하다 겨울옷 세 가지를 추렸다. 중국 여행 때문에 챙긴 짐들이다. 겨울인 중국을 떠난 이상 다시 겨울을 만나기 전까지는 필요가 없다. 겨울이야 다시 만나겠지만 그게 언제일지 기약할 수 없다. 그 전에 내 여행이 끝날 수도 있으니까. 그 기약할 수 없는 때를 위해서 수고스럽게 지고 다닐 수는 없다.

 

 

 

세계여행을 떠나면서 한국에서부터 참 많이 버렸다. 사람들이 세계여행을 어떻게 준비했느냐고 묻곤 하지만 버리는 것 외에는 기억이 없다. 세간은 물론이고 집, , 손때 묻은 수많은 책, 수백 편의 영화 DVD . 거기에 직장, 인간관계까지. 부모님 댁에 맡긴 약간의 책과 옷가지 외에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나의 전부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버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차라리 잃어버리면 홀가분할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친구들을 떠나보내는 심정이다. 그것도 머나먼 낯선 타향에.

 

사물에 감정을 투영하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손때 묻은 물건들에는 이상하게도 이런 감정이 든다. 쓰던 물건을 버리지 못해 쌓아놓고 사시는 분들도 이해가 간다.

 

 

 

 

여행은 얻어가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것이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여행은 버리는 과정이라는 것을 절절히 배워간다. 여행이라는 자체가 정들은 곳과 사람들과의 이별이다. 버리는 것은 아닐지라도 정들었던 사람들과 땅을 떠나야 한다. 여행자의 숙명이다. 하지만 알면서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이별이자 버리기다.

 

버린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그렇다.

 

놓고 갈 옷가지를 추리고 보니 세 가지다.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나의 분신 같은 옷가지들. 추리고 보니 모두 검은색이다. 점퍼는 고민 고민하다가 루앙프라방이 아침저녁으로 쌀쌀할 수 있다고 해서 라오스까지는 가져가기로 했다. 사실은 핑계다. 그걸 대비한 옷가지들이 있다.

 

추린 옷가지들을 침대 위에 올려놓고 작별의 인사로 사진 한 장을 찍는다.

 

 

 

옷가지들을 비닐봉투에 담아서 방 안 쓰레기통 옆에 살포시 놓았다. 아직 멀쩡한 옷이다. 그렇다고 남에게 주기도 뭐하다. 잘 접어 봉투에 담아 쓰레기통 옆에 두었으니 손님이 두고 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다. 혹 입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입을 수 있도록 쓰레기통 안에다 버리지는 않는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