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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43, 베트남 하노이 5-3: 하노이(Hanoi) 떠나기 전 시간 때우기(20181227)

경계넘기 2021. 4. 9. 06:34

 

하노이(Hanoi) 떠나기 전 시간 때우기

 

오늘 밤 하노이(Hanoi)를 떠나서 라오스 루앙프라방(Luang Prabang)으로 이동한다.

 

사실 이렇게 늦게 이동하는 것을 싫어한다.

 

무서워서도 피곤해서도 아니다. 이동하기 전까지 시간 때우는 일이 고역이다. 이동해야한다는 생각에 제대로 무슨 일을 하기도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마냥 손 빨고 있기에는 아쉽다. 떠나기로 했으면 일찍 이동하기는 것이 좋다.

 

하지만 차편이 저녁에만 있는 것을 어찌하랴.

싫어도 때워야지.

 

저녁까지 무엇으로 시간을 때울까?

 

어제부터 내내 고민하다 호안끼엠 호숫가에 있는 수중인형 극장에 가기로 한다. 멀리 가기도 그렇고 더운데 힘 빼기도 그렇고 딱 좋다. 짐을 숙소에 맡기고 극장으로 향한다.

 

오후 3시에 시작하는 첫 공연 티켓을 끊었다. 20, 15, 10만의 세 가지 좌석이 있는데 중간을 선택했다. 최악과 최선을 피하는 전략이다.

 

 

 

11시 반. 공연까지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이제는 정들었던 하노이와의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이다.

 

이곳에 머물면서 일상을 즐겼던 장소를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것인데 정들었던 곳을 떠나는 나만의 이별 의식이기도 하지만, 다시 보자는 인사이기도 하다.

 

우선, 호안끼엠 호수(Hoan Kiem Lake)가 바로 보이는 하이랜드 커피(Highlands Coffee)로 간다. 이번 여행에서 매번 왔던 곳. 매일 오전, 호수가 보이는 이곳 카페의 테라스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하노이의 일정을 시작했다. 이제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애틋해진다.

 

조금 늦었더니 테라스 자리는 없다. 실내에 앉았지만 창 너머로 바로 호안끼엠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글 쓰다, 호수 한 번 보다, 그러다 멍 때리다 한다. 올해만 2번째라 이제는 호안끼엠 호수가 남 같지 않다.

 

 

 

다음으로는 하노이에 처음 와서 우연히 들렸다가 하노이에 올 때마다 항상 들리는 국수집에 간다. 그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닭 쌀국수에 하노이 맥주 한 병을 깐다. 하노이에서의 마지막 식사다. 공연이 끝나면 바로 숙소로 가서 픽업을 기다려야 한다.

 

 

 

이상하게도 이렇게 작별 의식을 치룬 곳은 꼭 다시 오게 된다.

반드시!

 

 

돈은 충분히 있는데 돈을 쓸 수 없는 상황.

 

 

맥주 한 병을 더 마시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중국에서 베트남 넘어올 때와 같은 일이 생겼다.

 

지금 나에겐 베트남 돈이 66만 동이 있다. 이중 60만 동은 20만 동짜리 화폐로 있다. 이게 ;문제다. 20만 동 정도면 제법 큰 화폐라 국경을 넘어가도 환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몇 만 동 쓰자고 이걸 깨서 작은 돈으로 만들어버리면 환전이 불가능해져서 여행 내내 가지고 다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번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넘어오기 전날 난 4백 위안이 넘는 중국 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4백 위안이 백 위안짜리 지폐여서 그걸 깰 수 없었다. 결국 저녁도 제대로 못 먹고 대충 빵으로 해치웠었다.

 

같은 상황.

큰돈을 안 깨는 수준에서 남은 6만 동의 점심을 한다.

그나마 베트남이니, 그리고 저렴한 식당이니 우리 돈 3천 원 정도 되는 돈으로 쌀국수와 맥주 한 병을 마신다.

 

 

 

이제 더 이상 버스에서 먹을거리조차 살 돈이 없다.

돈은 있으되 쓸 수 없는 상황이다.

 

큰 지폐여서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넘어 올 때 국경에서 환전상에게 좋은 환율로 환전을 할 수 있었다. 그때는 마침 일요일이라 은행 문도 열리지 않고 수중에 베트남 돈도 전혀 없었다.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단박에 해결되었다. 이번에도 60만 동이면 우리 돈으로 3만 원 정도 하니 환전하면 당장은 버틸 수 있다.

 

국경을 넘을 때마다 항상 생기는 일이다. 예산을 정확히 예측할 수도 없지만, 은행의 현금 인출기에서 인출할 때 수수료가 건당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금씩 자주 인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수수료가 비싼 나라는 한 번 인출에 몇 달러 우습게 나간다. 달러를 환전할 경우에도 주로 백 달러 화폐를 환전하니 같은 상황이 일어난다.

 

남는 돈으로 기념품 같은 것을 사면되지 않겠냐고 말하겠지만 그것도 한, 두 나라 여행할 때 이야기다. 수많은 나라를 오가는 세계여행의 경우 모두 짐이다.

 

 

베트남 전통 수상인형극

 

 

20분 전에 극장에 입장한다. 첫 공연이라 기다릴 필요가 없어서 좋다. 빈 자리가 많아서 편하게 볼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공연 시각이 닥치니 빈자리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극장에는 무대 대신 그 자리에 작은 풀장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다. 그 양 옆으로는 높은 단상이 있어서 그곳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과 노래를 하는 사람들이 앉는다.

 

 

 

공연이 좋았다고는 말 못하겠다. 독특하기는 하지만 수중에서 한다는 것 빼고는 아이들 인형극 같았다. 더욱이 앞, 뒤 의자의 높이가 그리 차이 나지 않는 반면 수중 무대는 상대적으로 무척 낮았다. 앞사람에 의해 많이 가렸다.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여야만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내가 움직이면 아마 뒷사람도 따라 움직이겠지.

 

 

 

인형극 공연보다는 오히려 베트남의 전통음악이 더 좋았다. 베트남 음악이 우리의 국악과도 비슷한 느낌이어서 더욱 정감이 갔다. 차라리 베트남 전통음악 공연을 봤으면 더 좋을 듯싶다.

 

인형극 공연은 길지도 않다. 50.

베트남 현지인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