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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태국(Thailand)

D+072, 태국 방콕 1: 태국에서 말레이시아로 2, 방콕에서 파당 베사르 (20190125)

경계넘기 2021. 6. 22. 16:30

 

D+071, 태국 람빵 10: 태국에서 말레이시아로 1, 람빵에서 방콕

 

D+071, 태국 람빵 10: 태국에서 말레이시아로 1, 람빵에서 방콕 (20190124)

태국에서 말레이시아로 1, 람빵(Lampang)에서 방콕(Bangkok) 다시 이동이다. 태국에 들어온 지 19일째, 람빵(Lampang)에 온 지 10일째만이다. 이동만 2박 3일, 총 1,804km 여정이다. 3번의 기차와 한 번의 짧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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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말레이시아로 2, 방콕(Bangkok)에서 파당 베사르(Padang Besar)

 

 

람빵(Lampang)에서 방콕(Bangkok)으로 가는 기차 안이다.

어제 저녁 7시 반에 람빵 기차역에서 기차를 탔다.

 

새벽녘에 눈이 떠진다.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새벽 220. 어제 저녁 9시쯤에 잠이 든 것 같은데 이 시각까지 세상모르고 잤다. 모두 잠든 한가한 틈을 타서 화장실도 가고, 미리 세면도 해둔다. 잠을 다시 청해보지만 일단 잠이 깬 상태라 깊은 잠에 빠지진 않는다.

 

기차에서 내릴 무렵 약간의 어지럼증을 느낀다.

 

태국의 기차는 진동이 다른 나라보다 심한 것 같다. 그래서일까 머리를 어딘가 받히지 않고 있으면 살짝 어지럽다고 느껴지는데, 이른 아침에 차장들이 침대를 접어 좌석을 만든 이후 잠시 역방향 좌석에 앉아 있으니 확연히 어지러움이 느껴진다.

 

예전에 인도에서도 그랬다. 기차가 뉴델리 역에 들어설 때 기차 안에서 철로 주변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아주 어렸을 때 빼고는 차를 탈 때 멀미를 거의 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베트남 하노이(Hanoi)에서 라오스 루앙프라방(Luang Prabang)까지 그 꼬불꼬불한 길을 꼬박 28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달려도 오히려 그 진동 속에서 잠을 더 잘 정도다.

 

하지만 간혹 어느 순간 내 생체 리듬과 안 맞는 무언가-주파수라고 해야 하나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가 느껴질 때 갑자기 멀미나 어지러움을 느낀다.

 

620분에 기차가 방콕역에 도착한다.

태국 열차가 지연이 많다고 하던데 제시간에 도착한다.

 

 

 

태국의 수도 방콕이다.

 

방콕 기차역은 처음이지만 방콕 자체는 이미 여러 번 와봤다. 동남아 여행의 중심이지만 이번 여행에서 방콕은 말레이시아로 가기 전 기차를 갈아타는 곳 이상의 의미는 없다. 방콕역에서 말레이시아와의 국경도시 파당 베사르(Padang Besar)로 가는 기차표만 있다면 굳이 방콕에서 쉬어갈 필요가 없다.

 

 

 

열차에 내려서도 어지러움이 가시지 않으니 방콕에서 좀 쉬었다 갈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역에서 잠시 고민을 하지만 역시 그냥 바로 가는 것이 더 좋겠다. 일단 기차표는 사고 정 못가겠다 싶으면 그때 취소하는 것으로. 사실 파당 베사르까지 가는 오늘 기차표가 있는지도 아직 모른다.

 

창구에 가서 기차표를 물어보니 오늘 표가 있단다. 그것도 아래 침대칸으로. 현금이 없어서 돈을 찾아오겠다고 했더니 아래 칸은 6장밖에 남지 않았다고 빨리 갔다 오란다. 성수기 주말임에도 하루에 한 대밖에 없다는 기차에 좌석이 있다. 도시마다 방도 없어서 메뚜기를 그렇게 뛰었는데 기차표가 있다니 참 신기하다. 정말 태국 기차를 잘 안 타는 것일까?

 

역에 있는 ATM기에서 돈을 찾아서 기차표를 산다. 아랫칸 960바트. 거의 35천원 돈이다. 어제, 오늘 이틀 밤을 기차 안에서 보내게 되었다. 어제는 윗칸에서 오늘은 아랫칸에서. 열차 시간은 오후 310. 이른 아침이라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이 시간 동안 방콕 도심 구경을 해보기로 한다.

 

 

 

 

방콕 도심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낸다

 

 

일단 짐을 역에 맡긴다. 역 입구에 짐 맡기는 곳이 있다. 60밧에 큰 배낭을 맡긴다.

 

배가 출출하니 일단 아침을 먹기로 한다. 보통 역이나 터미널 주변의 식당에서는 잘 먹지 않는데 달리 방법이 없다. 가격을 보니 그리 비싼 것 같지는 않다. 덮밥에 습관적으로 맥주를 시킨다. 그래 놓고는 맥주가 오자 놀란다. 어지럽다는 놈이 아침 공복부터 술이라니. 본능적으로 맥주를 시키는 것을 보니 살만 한가 보다.

 

지도를 보니 방콕의 중심가가 기차역에서 가깝다.

쉬엄쉬엄 걸어서 다녀오기로 한다.

 

치앙마이(Chiang Mai)와 람빵에서 한참 남쪽에 있는 방콕은 확실히 태국 북부보다 더 덥고, 습도도 더 높다. 지하철로 한 정거장 정도 걸으니 눈에 익숙한 거리가 나온다. 예전에 걸어 다녔던 길이다. 5, 6년 정도 된 것 같은데 거의 변화가 없다. 덕분에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방콕의 중심가라면 시암역 주변, 서울의 명동과 같은 곳이다. 그곳에서 한 블록 내려오면 유명한 유흥가 거리도 나온다. 시암역 주변의 쇼핑몰들은 여전히 번화하고 화려하다.

 

 

 

예전에 안 가본 룸피니 공원에도 가본다.

 

공원에서는 한창 축제를 하고 있다. 서울의 올림픽 공원과 비슷한데 공원 곳곳에서 공연 무대가 있고, 야시장도 열리고 있다. 한낮의 태양을 맞으며 걷자니 만만치 않다. 머리도 여전히 어지러운 것 같고. 공원의 한 그늘진 벤치에서 배낭을 배고 잠시 잠을 청해 본다.

 

 

 

룸피니 공원 정문 앞이 바로 방콕의 유흥가 거리다.

 

이곳은 저녁에 와야 하는데 한낮에 오니 그냥 식당들만 보인다. 그 안에 일본 거리가 있다. 항상 느끼지만 태국의 일본 사랑은 대만과 함께 남다르다.

 

 

 

그곳을 마지막으로 다시 기차역으로 방향을 잡는다. 아직도 시간이 남아서 굳이 차를 탈 필요는 없다. 쉬엄쉬엄 걸으면서 거리의 음식점에서 점심도 먹고, 또 동네 빵집에서 기차에서 먹을 빵도 조금 산다.

 

 

두 번째 기차, 방콕에서 국경도시 파당 베사르로 간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한 시간 전에 역에 도착한다.

 

배낭을 찾기 전에 화장실에 간다. 기차역임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3밧을 내야하는데 볼일을 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세수를 하기 위해서다. 땡볕에 걷느라 땀범벅이다.

 

화장실 안에 샤워장도 있다. 샤워장은 10. 이럴 줄 알았으면 배낭에서 세면도구를 챙길 걸 그랬다. 돈을 받는 화장실임에도 관리는 엉망이다. 거의 대부분의 소변기는 고장이 나서 오줌이 한가득 고여 있다. 그 냄새 속에서 이빨을 닦고 세수를 하고 있으려니 어지러움이 다시 도지려한다. 그래도 참고 간단하나마 세수라도 하니 한결 상쾌해진다.

 

배낭을 찾고 보니 역 안에 빈 의자가 없다. 배낭을 베고 바닥에 눕는다. 등에 느껴지는 대리석 바닥의 서늘함이 좋다. 그런데 역무원이 돌아다니면서 누워있는 태국인들에게 뭐라고 말을 한다. 일어나 앉는 것을 보니 눕지 말라는 말인가 보다. 얼른 자세를 세워서 앉는다.

 

역 안 바닥에 앉아서 기록도 하고, 아깐 사온 빵도 먹는다.

 

 

 

250분 개찰구가 열리고 탑승을 시작한다.

 

기차의 아랫칸 표가 남아 있었던 터라 기차가 좀 한산할 거라 예상은 했지만 정말 사람이 없다. 마주보는 좌석에 나 혼자다. 혼자 편하게 좌석을 차지하고 간다. 여행하면서 이렇게 한산한 기차를 타본 적이 있었나?

 

 

 

 

방콕 시가지를 벗어나니 태국의 전원 풍경이 들어온다. 평지에 푸르른 녹색의 논밭이 펼쳐진다. 논밭 사이로 자라는 야자수만 없다면 우리네 농촌의 풍경과 별반 차이가 없다.

 

오후 6시가 되니 일몰이 일면서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창안으로는 붉은 노을빛이 몰려든다. 카메라로는 도저히 그 모습을 담을 수가 없다. 혹 어지러움이 도질지 몰라 의자 뒤에 머리를 기대고 그 풍경에 한없이 빠져든다.

 

 

 

일몰이 지고 어둠이 짙어질 무렵 차장이 돌아다니면서 좌석을 침대로 바꾸어 준다. 좌석이 침대로 전환되는 아이디어는 참 좋으나 승객들이 직접 할 수 없고 꼭 차장이 해야 된다는 점에서 실용적이지는 않다. 작업이 복잡하고, 다칠 수도 있어서 그런지 차장이 아니면 바꿀 수 없도록 잠금장치까지 있다. 아침, 저녁으로 모든 좌석을 폈다 접었다 하려면 차장도 무척이나 귀찮을 게다.

 

아랫칸 침대로 들어가 누우니 람빵에서 방콕 올 때 탄 윗칸과는 완전히 다르다. 아래 칸 침대가 3분의 1 정도 더 넓을 뿐만 아니라 창문도 온전히 있고, 여기에 커튼도 달려 있으니 비싼 도미토리가 따로 없다. 기차 침대칸의 아래와 위는 가격이 100밧 정도 차이가 나지만 그 질적 효용성은 그 이상이다. 아랫칸 표가 있는데도 윗칸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본다.

 

 

 

나만의 공간이 생기니 갑자기 배가 출출해진다. 여기서 창밖을 보면서 밥을 먹으면 개인 식당 칸에서 밥 먹는 것과 다름없을 듯한데 아까 산 빵은 대합실에서 이미 다 먹어 버렸고, 좌석으로 있을 때에는 그렇게 다니던 음식 파는 사람들도 지금은 다니질 않는다.

 

다 좋을 수는 없으니 먹는 것은 포기하고 출출한 배를 움켜쥐고 잠을 청한다. 해가 진 뒤라 창밖의 풍경은 더 이상 보이질 않는다. 어지러움도 완전히 사라진 것 같다. 편안한 침대에서의 저녁이다. 지금까지 타본 침대 기차 중에서 가장 편하고 좋다.

 

기차에서 두 번째 밤을 보낸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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