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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84, 쿠알라룸푸르 7-2: 여행이나 인생이나 어느 때는 별짓을 해도 안 되는 게 있다 (20190206)

경계넘기 2021. 8. 4. 11:48

 

 

여행이나 인생이나 어느 때는 별짓을 해도 안 되는 게 있다

 

 

여행을 하다보며 이상하게 인연이 안 닿은 곳이 생긴다.

 

여러 가지 노력을 해보지만 번번이 무산되곤 한다.

때론 진짜 어이없는 이유로, 때론 귀신에 홀린 것 같은 이유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新疆維吾爾自治區)에서 실크로드를 여행할 때다. 그곳에는 타클라마칸 사막(Takla Makan Desert)이 있다. 처음 보는 사막인지라 제대로 보고 싶었다. 타클라마칸 사막에는 남북으로 사막을 관통하는 2개의 도로가 있다. 마침 가려던 도시에 그 하나를 이용하는 버스 편이 있었다. 낮에 가는 버스라 사막을 관통하면서 제대로 사막을 볼 수 있겠다 싶었다.

 

버스를 예약하러 버스터미널에 갔다. 이상한 일이 생긴 것은 터미널에서 그 버스를 예매하려고 할 때였다. 좌석이 있다고 해서 돈을 꺼내 건네려는데 갑자기 자리가 다 나갔다는 것이다. 매표원도 무척 황당해했다. 누군가가 직전에 단체로 표를 예약했나 싶었다.

 

낮에 가는 버스는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저녁 버스를 예약하고 나오는데 터미널에 들어오는 프랑스 부부를 만났다. 같은 호텔에 묵고 있어서 알고 있는 사이라 반갑게 인사하면서 어쩐 일로 터미널에 왔냐고 물으니 나와 같은 날 같은 버스를 예매하러 왔다고 한다. 나도 같은 버스를 사러 왔는데 좌석이 없어서 저녁 버스를 끊었다고 말해주며 헤어졌는데 나중에 만나서 하는 말이 좌석이 있더라는 것이다. 혹시나 해서 물었는데 여분도 많이 있더란다. 표를 팔던 사람이 장난친 것이 아니라면 귀신이 곡할 일이었다.

 

이후에도 사막을 보기 위한 몇 차례의 다른 시도가 모두 무산되었다.

 

한 번은 아예 여행사에 가서 사막 투어를 신청했었다. 마침 3명이 신청한 팀이 있어서 거기에 같이 가기로 했다. 그런데 투어 당일 여행사에 갔더니 먼저 신청했던 3명이 취소했다는 것이다. 나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못했다고 미안해한다. 혼자서도 갈 수는 있지만 그러자면 차 한 대와 가이드 비용까지 혼자 내야 해서 가격이 너무 비쌌다. 그렇게 해서 타클라마칸 사막을 제대로 보려던 나의 모든 노력은 물거품으로 끝났다.

 

 

 

지금 비슷한 상황에 직면하니 그때 생각이 든다.

 

항상 네팔에 가보고 싶었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질 못했다. 가려 할 때마다 이런 저런 이유가 생겼다. 재작년 여름에도 네팔을 가려했으니 여의치 않아서 대신 인도의 라타크(Ladakh)를 여행했었다.

 

네팔은 이번 세계여행에서도 가장 가고 싶었던 나라 중의 하나였다. 사실 인도는 네팔을 가기 위해 들어가는 것과 진배없었다. 네팔을 포기한 이상 인도를 여행할 필요를 못 느낀다. 인도 콜카타는 그저 한국에서부터 예매한 쿠알라룸푸르에서 콜카타까지의 항공권을 쓰기 위해서다.

 

물론 그 때처럼 이런 저런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카트만두(Kathmandu)에서 두바이(Dubai)로 가려던 항공권의 결제 실패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틀에 걸쳐 내가 가진 모든 카드로 결제를 실패했지만 실패 했다. 이번에는 말레이시아의 인터넷 상황과 내 카드가 나의 네팔 행을 막은 셈이다.

 

정말 신기한 것은 네팔에서 두바이 가는 항공권은 세 개의 카드를 돌려가면 1박 2일 동안 별짓을 해도 결제가 안 되던 것이 네팔을 포기하고 바로 두바이 가는 항공권을 결제하니 단 한 번의 에러도 없이 바로 결제가 되더라는 것이다. 두바이에서 아제르바이잔 들어가는 비행기 역시 마찬가지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하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아니면 여우에 홀렸던지!

 

 

 

여행이나 인생이나 어느 때에는 무슨 짓을 해도 안 되는 게 있다.

 

처음에는 열 받았지만 요즘은 하늘이 막는 것이라고 생각해 버리거나 아니면 다시 오라고 소중한 것 하나를 감춰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타클라마칸 사막 때가 후자다. 다 보고 가면 신장에 다시 오지 않을 터이니 말이다. 덕분에 타클라마칸 사막을 보기 위해서라도 신장에는 언젠가 다시 갈 생각이다.

 

별 짓을 해도 안 될 때에는 아쉽지만 쿨하게 다음 기회로 돌리는 것도 여행의 한 방법이 되었다. 꼭 그때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 안 될 때는 돌아가는 것도, 잠시 포기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작전상 후퇴라는 것도 있는데 하늘이 막는다면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번 여행에서 5개월 남짓 후의 일이다.

 

6월 말에 우크라이나 리비우(Lviv)라는 도시에서 나처럼 세계 여행 중인 한국인 여행가를 만났다. 여행 이야기 중에 한국인 친구가 네팔도 갔었다는 말에 내 이야기를 하니 그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하늘이 나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네요.”

무슨 말이죠?”

그때 안 오길 천만다행입니다. 제가 네팔에 있을 때가 오시려고 했던 바로 그 2월이었어요. 2월 내내 매일 비가 와서 트레킹 한 번을 못 나갔어요. 이상 기온이라네요. 마을만 조금 벗어나도 들이고 산이고 거머리 천지였어요

 

때론 잠시 돌아가는 것도 과히 나쁘지는 않다.

여행이나 인생이나.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