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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말레이시아(Malaysia)

D+085, 쿠알라룸푸르 8-2: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제르바이잔 바쿠까지의 이동 경로 (20190207)

경계넘기 2021. 8. 5. 16:56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제르바이잔 바쿠까지의 이동 경로

 

 

내일부터 다시 이동이다.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에서 동남아 여행도 끝을 맺는다.

 

고민 끝에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제르바이잔 바쿠까지의 이동 일정도 확정했다. 계획에는 나의 의지가 분명 작용했지만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인 요인도 작용했다.

 

확정된 일정은 쿠알라룸푸르 -> 인도 콜카다(Kolkata) 12-> 아랍 에미리트(United Arab Emirates) 두바이(Dubai) 23-> 아제르바이잔(Azerbaijan)의 바쿠(Baku). 모두 비행기로 이동한다. 체류 날짜를 봐도 알겠지만 인도와 두바이는 경유의 의미가 크다.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은 캅카스(Kavkaz, 또는 코카서스(Caucasus)) 지역에 있는 아제르바이잔이다. 여기서 다시 육로로 서진하면서 서유럽까지 이동한다.

 

 

 

 

이번 여행의 기본 원칙 중의 하나가 최대한 육로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 아래에서 원래 희망했던 여행 루트는 인도에서 네팔을 거쳤다가 파키스탄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파키스탄에서는 육로로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新疆維吾爾自治區)로 넘어갔다가 그곳에서 중앙아시아로 넘어가는 실크로드 길이 있고, 다른 하나는 파키스탄에서 바로 이란으로 넘어가는 길이다.

 

 

 

하지만 파키스탄에서 빠지는 두 길은 모두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파키스탄에서 중국 신장으로 가는 길은, 가장 가고 싶은 루트지만, 카라코람 하이웨이(Karakoram Highway)를 따라 3천 미터가 넘는 파미르 고원을 넘어야 한다. 파키스탄과 중국의 국경인 쿤자랍 고개(Khunjerab Pass)는 해발 4,693m에 이르기 때문에 이 길은 눈이 녹는 5월에야 개통된다. 따라서 이 루트로 가려면 적어도 3개월을 아시아에서 더 보내야 한다. 아마도 내가 늦가을이 아니라 봄에 여행을 시작했다면 중국에서 바로 중앙아시아로 넘어가거나 아니면 이 루트를 통해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들어갔을 터다.

 

파키스탄에서 이란으로 넘어가는 길은 아프가니스탄 남부를 거점으로 하는 탈레반의 활동 지역이라 테러의 위험이 대단히 높은 길이다. 갈려면야 갈 수 있지만 납치라도 되는 날에는 국제적 민폐가 되기 딱 좋다. 꼭 가야할 이유가 있다면 모를까 가지 말라는 곳을 굳이 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아니 가서는 안 된다.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곳이라면 더욱.

 

이런 이유로 일찍부터 여정에서 파키스탄과 중앙아시아 여정을 뺐었다. 그리고 이번에 카드 결제에 문제가 생기면서 인도와 네팔마저 빼버렸다.

 

사실 인도와 네팔을 제외한 데에는 아시아에 흥미가 많이 떨어졌다는 사실이 더 크게 작용했다. 최근에만 해도 인도는 재작년에 50일 넘게, 작년 여름에는 베트남을 한 달 동안 배낭여행했었다. 그리고는 바로 작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아시아를 여행하고 있으니 싫증이 날만도 하다.

 

아시아를 여행하다보면 나라마다 수많은 불교 사찰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흥미롭게 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제대로 들어가 보지도 않고 입구에서 대충 사진 몇 장 찍고 돌아서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게다. 유럽이라고 다를 바 없다. 유럽의 그 수많은 나라와 도시들마다 성당은 빠짐없이 있다. 몇 군데 둘러보다 보면 그게 그거 같아서 나중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지금의 내 상황이 딱 그런 모습이다.
이럴 때는 전환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유럽이다.

 

 

 

말레이시아에서 바로 아시아와의 유럽의 경계인 캅카스로 넘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말레이시아 다음의 진정한 목적지는 아제르바이잔이다.  콜카타와 두바이는 경유지에 불과하다. 조지아(Georgia), 아르메니아(Armenia), 아제르바이잔의 캅카스 3국은 이번 세계여행에서 반드시 가보고자 한 나라들 중 하나다. 캅카스에서 육로로 이어지는 터키와 함께.

 

인도와 네팔을 제외했으면서도 콜카타를 들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미 산 항공권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제르바이잔의 바쿠로 바로 가는 직항 항공편은 없다. 대부분 두바이나 오만 등의 중동을 거쳐 가는 비행기인데 가격이 정말 비싸다, 그래서 끊어가려는데 두바이를 가는 항공권도 가격이 꽤 나간다. 그나마 저렴한 항공편이 인도를 거쳐서 가는 인도 국적의 항공사들이다.

 

그런데 이들 인도 항공권들은 모두 인도에서 자가 환승을 해야만 한다. 자가 환승이란 개인이 짐을 찾아서 직접 입국 심사를 받고 다시 출국 심사를 받아야 하는 환승을 말한다. 무비자 국가인 경우는 별 문제가 없지만 인도처럼 비자가 필요한 나라가 문제다. 자가 환승을 위해서도 환승 비자나 비자가 필요하다. 인도는 따로 환승 비자가 없으니 도착 비자를 받아야 한다.

 

자가 환승이라면 굳이 쿠알라룸푸르에서 두바이로 갈 필요가 없다. 가지고 있는 에어아시아 항공권으로 인도 콜카타로 가고, 콜카타에서서 뉴델리 거쳐 두바이 가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콜카타에서 두바이 가는 비행기가 쿠알라룸푸르에서 가는 것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비행시간도 훨씬 짧고 환승도 뉴델리 한 곳에서만 하면 된다.

 

콜카타에서 며칠을 묵을까 고민하는데 콜카타 도착 다음날 두바이 가는 항공권 가격이 가장 싸다. 바로 예매해 버려서 콜카타에서는 1박만 한다. 인도에 그다지 미련이 없어서 아쉽지가 않다. 오히려 공항 나가는 것도 귀찮아서 도착 당일 바로 나가는 비행기를 먼저 찾았었다.

 

 

 

 

두바이는 이란 대신이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고민하다 미국을 선택했다.

 

 

 

서아시아는 가보고 싶었다.

 

원래는 이란을 갈 생각이었다. 중앙아시아를 거쳐 이란을 통해 캅카스 3국으로 들어가는 루트가 가장 원했던 길이다. 중앙아시아를 포기하면서 이란이나마 가고 싶었는데 최근 이란과 미국 사이가 나빠지면서 이란 방문자는 미국의 전자여행허가(ESTA)가 나오지 않는다. 이란 방문자가 미국에 방문하려면 미국 비자 면제국이라도 미국대사관에서 정식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미국이냐 이란이냐를 두고 한 동안 고민하다가 미국을 선택했다. 미국이 좋아서는 아니다. 지금 계획은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을 돌고 나서 아메리카 대륙은 남미 맨 끝에서 북상을 하면서 중미 거쳐 북미의 캐나다까지 갈 생각이다. 이 경우 미국을 거치지 않고 육로로 캐나다에 갈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미국을 비행기로 건너뛰는 것도 생뚱맞아서 이란을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이란을 제외하고 나니 여행 계획에서 서아시아 국가가 완전히 빠졌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차피 바쿠 가는 길에 경유해야 하는 두바이에서 스탑오버 하기로 했다. 잠깐이나마 서아시아를 경험하고 싶었다.

 

 

시간 많고 돈 없는 여행자라서 가능한 여정

 

 

 

항공권을 예약하고 나면서 모든 일정이 확정되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제르바이잔 바쿠까지 3곳을 경유하면서 4번의 비행기를 탄다. 내일 28일 쿠알라룸푸르에서 에어아시아를 타고 인도 콜카타로 들어갔다가 바로 다음날인 29일에 콜카타에서 제트 에어웨이스를 타고 뉴델리(New Delhi)로 가서, 다음날인 210일 아침에 두바이로 가는 제트 에어웨이스 비행기를 탄다. 마지막으로 두바이에서 213일에 아제르바이잔 항공을 타고 아제르바이잔 바쿠로 들어가면서 긴 이동의 종지부를 찍는다.

 

아제르바이잔에 가기 위해 콜카다, 뉴델리, 두바이 3곳을 경우하면서 4번의 비행기를 탄다. 비행기 역시 3개의 다른 항공사 비행기를 탄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바쿠의 여정

 

번호 날짜 구간 항공사 요금
1 2. 8. 쿠알라룸푸르 -> 콜카다 에어아시아 50,000
2 2. 9. 콜카다 -> 뉴델리 제트 에어웨이스 178,397
3 2. 10 뉴델리 -> 두바이 제트 에어웨이스
4 2. 13 두바이 -> 바쿠 아제르바이잔 항공 169,131

 

 

쿠알라룸푸르에서 콜카타로 가는 에어아시아(AirAsia) 항공권은 5만 원 정도했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 한국에서 미리 예매했다. 동남아 국가들, 특히 베트남에 입국할 때 아웃티켓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싼 표를 예매해둔 것이다. 예매할 당시만 해도 이렇게 사용할 거라 생각지 못했다.

 

콜카타에서 두바이 가는 비행기는 인도 항공사인 제트 에어웨이스(Jet Airway). 저가 항공사인 줄 알았는데 예매할 때 항공권 세부 내용을 보니 수화물이 포함되어 있었다. 메이저 항공사인가 보다. 기내식도 나오려나. 뉴델리에서 경유하는데 가격은 원화로 178,397원이다. 가장 저렴한 것이다. 18만원 가격에 수화물이 포함되어 있으니 나쁘지 않다. 성수기가 아니라서 가능한 금액이다.

 

두바이에서 바쿠 가는 비행기 중에서는 모스크바를 경유하는 러시아항공이 가장 저렴했다. 항공권을 보는 순간 모스크바도 들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5만 원 정도만 추가하면 3, 4일 정도 스탑오버도 가능했다. 마침 모스크바에는 대학 동기 놈이 회사에서 파견되어 있기도 했다.

 

한 동안 고민을 하다 포기했다. 모스크바의 날씨가 걸렸다. 나에게 월동 장비라고는 경량 오리털 잠바가 전부다. 그마나 있던 겨울옷들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넘어오면서 다 버렸다. 캅카스 3국도 겨울이기는 하지만 2월 중순의 날씨는 그런대로 영상의 날씨를 보인다. 반면에 모스크바는 2월에도 영하의 날씨. 내가 가지고 있는 겨울옷으로 버티기에는 무리다.

 

모스크바의 미련을 버리고 두바이에서 바로 바쿠로 가는 항공권을 끊었다.

 

비행기는 아제르바이잔 항공(Azerbaijan Airlines)으로 국적기다. 가격은 모스크바 경유보다 3만원 비싼 169,131원이다. 17만원. 국적기이니 만큼 메이저 항공사라 수화물 포함이고 기내식도 나온다.

 

 

 

 

비행기를 예매할 때 반드시 수화물 포함 여부를 확인한다.

 

 

 

저가 비행기는 수화물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 가격이 싸다고 덥석 물었다가 나중에 수화물 추가하면서 메이저보다 더 비쌀 수가 있다.

 

콜카타에서 두바이 가는 인도의 제트 에어웨이스나 두바이에서 바쿠로 들어가는 아제르바이잔 항공이나 모두 수화물이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메이저 항공사들이다. 그런데도 가격이 저가항공사들보다 더 저렴하다.

 

지금과 같은 비수기에는 메이저도 싼 표가 많이 나온다.

미리 예매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비수기에 여행해야 하는 이유다.

 

 

 

여행 계획을 짤 때에는 머리가 아팠는데 계획을 확정하고 항공권까지 예약하고 나니 새로운 곳에 간다는 설렘과 간만에 기내식 맛보며 실컷 비행기도 탄다는 기대에 벌써부터 흥분된다.

 

역시 여행자는 새로운 곳으로 갈 때 흥분과 설렘을 느낀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