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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말레이시아(Malaysia)

D+085 쿠알라룸푸르 8-3: 쿠알라룸푸르의 마지막 날 (20190207)

경계넘기 2021. 8. 6. 11:21

 

 

쿠알라룸푸르의 마지막 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의 마지막 날.

동남아시아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오늘로 쿠알라룸푸르에 9일째 머물지만 처음 2~3일을 제외하면 제대로 다닌 곳이 없다. 은근히 열악한 인터넷 환경 속에서 인터넷 뱅킹과 인터넷 카드 결제에 너무 많은 시간과 정력이 소모되었다. 디지털 세상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주었다.

 

오늘도 떠날 준비로 바쁘다.

 

예약한 항공권들은 모두 출력을 해두어야 한다. 숙소에 부탁해서 전자티켓을 출력해 두었다. 무료는 아니고 한 장에 1링킷. 3백 원이다. 인도에서 도착비자를 받으려면 반드시 출국 항공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1박을 하는 인도 콜카타(Kolkata)의 숙소도 예약한다. 콜카타의 숙소들은 대체로 가격은 비싼데 수준은 엉망인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가는 호스텔들이 그나마 나은 것 같은데 부킹닷컴에는 그 호스텔들이 나오질 않는다. 장사가 잘 되니 굳이 이런 사이트에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나 보다. 직접 가서 방을 구할 수도 있지만 달랑 1박 하는데 방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부킹닷컴에 올라와 있는 숙소로 예약을 한다. 부킹닷컴의 평점을 보니 대충 기본은 하는 것 같다. 그러면 됐지.

 

두바이(Dubai)에서 묵을 숙소도 예약한다. 콜카타에서 1박만 하기 때문에 시간이 넉넉지 않다. 말레이시아에서 인터넷에 하도 당했더니 인도의 인터넷도 믿을 수가 없다. 가능할 때 미리 해둔다. 두바이 숙소는 공항에서 가까운 곳으로 잡았다. 두바이에 2박만 머무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이때 비행기가 가장 저렴하다.

 

두바이의 숙소까지 예약하고 나니 이동 준비가 모두 끝났다.

 

 

 

아니다. 아직 남았다.

에어아시아 웹 체크인을 확인해봐야 한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에는 에어아시아 카운터 자체가 아예 없다고 한다. 모두 무인으로 처리한다고 하니 거기서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이 좀 까다로울지도 모른다. 웹 체크인을 하고 탑승권과 수화물 탭을 다운로드 받아 출력을 하려 했으나 에러가 나서 받을 수가 없었다. 공항에서 탑승권과 수화물 탭을 재발급 받으려면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카운터 자체가 없다니 신경이 쓰인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해결할 수 없으니 아날로그적으로 직접 찾아가기로 한다. 여전히 햇살이 이글거리는 오후 2시쯤 부킷 빈탕(Bukit Bintang)에 있다는 에어아시아 사무실을 찾아 간다. 숙소 직원들의 말로는 부킷 빈탕에 에어아시아 사무실이 있다고 했는데 그곳에는 없고 한 정거장 정도 더 내려가는 곳에 있다고 한다.

 

더위를 뚫고 걸어가니 사무실 입구에는 점심시간이라 오후 4시에 문을 연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대체 점심시간이 언제부터 시작하기에 오후 4시에야 문을 여는 것일까?

 

근처 쇼핑몰을 돌아보다가 시간에 맞춰 가보니 달랑 여직원 한 명이다. 다행히 내 앞에 한 명 만 있다. 직원에게 PDF 다운로드가 안 된다고 말하고, 쿠알라룸푸르 공항에는 카운터가 없다고 하는데 어디서 수화물 택을 다시 받을 수 있냐고 물으니 그냥 무인 체크인 기계에서 예약번호 누르면 웹 체크인과 상관없이 탑승권과 수화물 택이 나온단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괜히 웹 체크인 한다고 개고생만 했다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말레이시아의 인터넷과 에어아시아는 마지막 날까지 개고생 시킨다. 간단한 일들이 인터넷 복병을 만나서 고생했다. 디지털 시대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님을 여실히 깨달았다.

 

 

 

저녁에는 친구네와 마지막 밤을 보낸다.

 

이쪽도 내일 한국에 들어간다. 출국 시간이 비슷하기는 한데 말레이시아 항공을 타는 친구네와 내가 타는 에어아시아는 터미널이 다르다. 오늘 밤이 이곳에서의 마지막이다.

 

트윈 타워(Twin Tower)에서 만나서 거기 4층에 있는 리틀 페낭(Little Penang)이라는 음식점에서 말레이시아 음식으로 저녁을 한다. 인터넷과 씨름하느라 제대로 돌아다니질 못해 말레이시아 돈이 많이 남았다. 그 돈으로 저녁을 산다. 배낭 여행자는 염치불구하고 얻어먹어야 하나 인도에서 말레이시아 돈을 환전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저녁을 먹고는 부킷 빈탕의 잘란 알로(Jalan Alor) 야시장에 간다. 트윈 타워 앞에서 무료 버스를 타고 갔는데 밤의 부킷 빈탕은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잘란 알로 야시장은 사람들로 인해서 아예 걷기조차 힘들다. 낮의 풍경과는 확연히 다르다. 역시 야시장은 밤에 와야 한다.

 

한 식당 앞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꼬치와 맥주를 시킨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맥주가 비싸서 그간 제대로 마시질 못했는데 친구가 산다니 오늘은 제대로 마셔준다. 다음 여행 준비가 겨우 끝나자마자 쿠알라룸푸르도 안녕이라는 사실이 못내 아쉽다. 이제야 좀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데.

 

친구와는 끝내 단 둘이 술 한 잔 못 마셨다.

가족이 있는 경우는 역시 힘들다.

 

 

 

내일이면 동남아시아 여행을 마치고 인도로 간다. 인도는 거쳐 가는 곳이긴 하지만 새로운 곳으로 간다니 약간의 긴장감이 돌면서 생기가 돈다. 그래서일까 꽤 맥주를 마셨는데도 취하지 않는다.

 

간만에 편한 잠을 잔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