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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말레이시아(Malaysia)

D+086, 쿠알라룸푸르 9: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인도 콜카타로 (20190208)

경계넘기 2021. 8. 6. 15:33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인도 콜카타로

 

 

숙소 옆 스타벅스에서 나서려는데 비가 쏟아진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장대비다. 저 빗속에는 단 10초만 있어도 팬티까지 젖겠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비만 쳐다보고 있다. 시계를 자꾸 쳐다본다. 오후 6시가 가까워져도 잦아들 기세가 보이지 않으니 조금 조급해진다.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이곳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저녁 비행기라 시간이 많이 남았다. 굳이 땀을 흘리며 돌아다니기도 뭐하고 해서 시원한 카페에서 있다가 슬슬 움직이려 하니 비가 쏟아진다. 바로 옆 100m 거리에 숙소가 있지만 이 비에는 엄두가 나질 않는다.

 

스콜은 스콜이다. 6시가 조금 넘으니 비가 멎는다. 신기하지 그렇게 퍼 붓다가도 한 시간 정도 지나면 딱 멈추니 말이다.

 

 

 

숙소로 가서 맡겼던 짐을 찾는다.

 

공항 가는 길은 편하다. 숙소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Dang Wangi 전철역이다. 그곳에서 전철을 타면 몇 정거장 안가서 KL Central. 그 역에서 바로 공항철도를 탈 수 있다. KL Central까지 요금은 2링킷이다. 플랫폼으로 내려가서 잠시 기다리니 바로 기차가 들어온다. 10분 정도 갔나 싶으니 바로 KL Central이다.

 

KL Central은 많이 복잡하다. 기차, 지하철, 공항철도 등이 모두 연결되는 복합역이다 보니 이래저래 출구도 많다. 어디로 가야 공항철도를 탈 수 있나? 일단 이정표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공항철도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 저 안내판만 놓치지 않고 따라가면 된다. 시간은 넉넉하기에 급할 건 전혀 없다. 낯선 곳에서 목적지를 찾아가는 맛도 여행의 쏠쏠한 재미다.

 

이정표를 따라 넓은 중앙 통로에서 좁은 통로로 들어서 조금 걸으니 공항철도 매표소가 나온다. 블로그에서는 30링킷 정도로 본 것 같은데 그새 올랐는지 55링킷이다. 돈을 더 썼으면 인출할 뻔 했다. 플랫폼으로 들어서자마자 기차가 들어온다. 딱딱 맞아 떨어지니 좋다.

 

630분에 출발한 열차는 30분 정도 달려서 공항터미널에 도착한다. 너무 딱딱 맞아서 왔더니 저녁 11시 비행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

 

체크인 기계로 가서 예약번호를 입력하니 탑승권과 수화물 택이 출력되어 나온다. 웹 체크인이 따로 필요 없다. 인터넷도 안 좋은 곳에서 웹 체크인 하느라 쓸데없이 힘만 뺐다는 생각이 다시금 고개를 든다.

 

무인으로 수화물을 처리할 때는 좀 버벅거리긴 했지만 옆에 있던 말레이시아 분이 알려주어서 쉽게 끝냈다. 직접 수화물에 택을 묶고 스캔도 직접 한다. 예전에 출장으로 프랑크푸르트에 갔을 때 셀프 체크인을 했었는데 그 때는 유럽에서 오래 살았던 일행이 있어서 거의 그분이 도맡아 했었다. 디지털 시대의 특징으로 알면 다 아는 것이고 모르면 다 모른다는 말이 있다. 딱 그 말이 맞다. 말레이시아 분이 알려주기 전까지 난 스캐너 하나 들고 뻘짓만 하고 있었다.

 

출국 심사도 금방 끝난다. 짐 검사를 2번 한다. 처음은 셀프로 엑스레이 검색대에 물건을 놓고 검사를 한다. 뭔 검사를 이렇게 쉽게 하나 했더니만 본 검색은 따로 있었다.

 

그래봐야 저녁 8시도 안 되어 모든 수속이 끝났다.

공항에 승객들이 많지 않으니 더욱 여유롭다.

 

게이트 앞에 앉아있다.

지금 시각이 8.

 

공항에서 가장 여유로운 시간.

이 시간을 좋아한다.

 

 

 

딱딱 떨어지는 지금의 상황은 내가 여유 있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을 아는가?

 

우연히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우연히라고 하지만 머피의 법칙은 바쁘고 시간에 쫓길수록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반면에 여유가 있는 경우에는 머피의 법칙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왜냐고? 나타나봐야 시간이 넉넉하니 별무리 없이 해결을 할 수 있고 그러다보니 반복될 수가 없다.

 

웬일로 공항은 와이파이가 무료로 잘 된다. 전화번호를 입력하라는 등의 귀찮은 작업도 없다. 다른 곳에도 공항처럼만 하지. 인터넷으로 드라마를 좀 보고 있으니 탑승 시간이다.

 

10시 탑승 시작. 정확히 1055분 비행기인데 탑승 시간이 좀 이르다 싶었더니만 탑승이 아니라 탑승 대기실로 이동하는 것이다. 안에 들어가니 대기실이 따로 있다. 거기서 좀 대기하다가 비행기에 탑승한다.

 

 

 

비행기 탑승 전에 실랑이가 있었다.

 

인도에 도착 비자(Visa On Arrival)로 갈 수 있는 나라가 전 세계에 딱 두 나라다. 한국과 일본. 한국은 작년인 2018년부터 도착비자가 가능해졌다. 그러다 보니 인도에 도착 비자가 있다는 사실 조차 항공사 직원들이 모른다.

 

탑승을 관리하던 항공사 직원이 인도 비자를 묻는다.

 

비자 좀 보여주세요?”

도착 비자를 받을 생각입니다

?”

한국은 인도에 도착 비자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잠시만 확인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공항 직원이 여기저기 전화도 돌리고 인터넷으로 확인을 해보는데 관련 사항이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내 뒤에 섰던 사람들도 덩달아 기다려야만 한다. 참 미안한 순간이다. 한참을 확인하더니만 확인이 안 되는지 나에게 다시 묻는다.

 

인도가 처음인가요?”

아니요. 이번이 두 번째고 재작년에 갔었습니다.”

그래요. 그럼 탑승하세요

 

아마 이 친구는 내가 도착 비자로만 두 번째 가는 것으로 이해했을지도 모른다. 처음 가는 것이라면 내가 잘 몰랐을 수도 있지만 두 번째라 하니 그럴 염려는 던 모양이다. 아울러 언제까지고 잡아둘 수도 없고, 내 뒤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생각해야 했을 것이다.

 

재작년 인도에 갔을 때는 난 e-비자로 갔었다. 당시에는 도착 비자가 없었다. 항상 느끼지만 대한민국 여권 파워는 나날이 커간다. 참고로 인도의 e-비자와 도착 비자를 비교하자면 미리 비자를 받고 가는 e-비자가 편하고 안정적이다. 그런데 e-비자는 단수인 반면 도착 비자는 복수다.

 

 

 

비행기는 콜카타 공항에 내일 030분에 도착할 예정이다.

 

인도 시간이 말레이시아 시간보다 2시간 30분 느리니 말레이시아 시간으로는 새벽 3시에 도착하는 셈이다. 저녁 11시 비행기니 4시간의 비행이다.

 

한밤중에 떨어지니 콜카타에 떨어지니 버스가 다닐 때까지 콜카타 공항에서 노숙을 해야 한다. 이 말인즉슨 콜카타 공항에 늦게 도착할수록 좋다는 의미다.

 

에어아시아는 지연으로 유명한 항공사다. 그런데 거의 정시에 비행기가 이륙한다. 연착해도 좋을 때는 칼 같이 하고 바쁠 때는 연착이다. 이게 본래 머피의 법칙의 본성이긴 한데 그래도 좀 지연되었으면 싶다.

 

비행기가 이륙한다.

이제 정말 동남아시아를 떠난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