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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87, 콜카타 1-1: 여기는 콜카타 공항, 인도에서 도착 비자 받기 (20190209)

경계넘기 2021. 8. 10. 13:17

 

 

여기는 콜카타 공항, 인도에서 도착 비자 받기

 

 

비행기가 인도 콜카타(Kolkata) 공항 활주로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에서 현지 시각 저녁 11시에 출발한 비행기는 인도 시각으로 새벽 030분에 도착한다. 정시 출발 정시 도착. 망할 놈의 에어아시아는 지연이 되어도 좋을 때는 칼이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비자 받는 곳으로 서둘러 간다.

 

블로그를 보니 인도에서 도착 비자(Visa On Arrival) 받는데 시간이 꽤 많이 걸린다고들 한다. 사람 당 거의 20~30분을 잡는다고 하니 서둘러 가는 것이 장땡이다. 도착 비자란 현지에 도착해서 발급받는 비자를 말한다. 공항 또는 국경의 출입국 관리소에서 받는다.

 

마음이 급하다고 발걸음까지 빨라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다리도 걷지만 머리도 움직인다. 타고 온 비행기에 동양인이라곤 나를 포함 2명뿐이다. 그 말인즉슨 도착 비자를 받을 사람은 최대 둘밖에 없다는 것. 왜냐하면 인도에서 도착 비자가 가능한 나라가 한국과 일본뿐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작년부터 도착 비자가 가능해졌다. 도착 비자를 받는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일행이 생겨서 심심하지 않고 좋을 뿐이다.

 

버스가 다닐 때까지 시간도 많이 남아서 아무리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 다만 짐 찾는 곳에서 혼자 외롭게 돌고 있을 내 배낭만이 걱정될 뿐이다.

 

 

 

비자 받는 곳에 도착하니 도착 비자(visa on arrival) 창구에 직원이 없다. 같은 비행기의 동양인 친구는 도착 비자가 아닌가 보다. 아무도 없는 창구 앞에서 나 혼자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옆에 있던 e-visa 창구의 심사관이 부른다. 자기 줄에 서란다. 거기엔 e-visa를 가지고 온 사람 몇 명이 줄을 서 있다.

 

줄을 서기 전에 e-visa 창구 옆에서 일을 돕고 있는 한 직원에게 도착 비자 양식을 달라고 하니 입국신고서를 준다. 입국신고서 말고 도착 비자라고 하니 그 직원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질 못한다. 비자 창구의 심사관이 직접 도착 비자 양식을 건네준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할 때 인도 비자를 보여 달라며 나를 막아섰던 에어아시아 직원이 이해된다. 인도 출입국 관리소 직원도 자국에 도착 비자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니 남의 나라 공항의 항공사 직원이 어찌 알겠는가?

 

양식을 받아서 작성하고 다시 창구로 가서 줄을 선다. 내 차례가 되어서 여권과 도착 비자 양식을 내민다. 그러자 대뜸 창구 심사관이 일어서더니 내 뒤에 서 있던 e-visa 입국자들보고 다른 줄로 가라고 한다.

 

특별대우! 아니다. 도착 비자가 그만큼 오래 걸린다는 의미다. 왜 오래 걸리나 했더니 도착 비자 양식에 적힌 내용을 전부 컴퓨터에 입력을 한다. 게다가 심사관이 심각한 독수리 타법이시다. 이메일 주소는 다시 확인까지 한다. 그러니 시간이 아니 걸릴 수가 없다.

 

입력을 다 마친 심사관이 비자비 2,000루피를 달라고 한다. 내가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려 하자 “please, card(카드로 부탁합니다)”를 조용히 외친다. ‘please’를 붙인 것으로 봐서 현금도 가능하지만 되도록 카드로 해달라는 말이리라. 현금으로 내면 절차가 좀 까다로워지나 보다. 비자를 받거나 입국할 때 굳이 심사관을 불편하게 할 필요는 없다. 얼른 카드를 내민다. 카드기에 밀더니 바로 결제.

 

끝난 줄 알았더니 옆에 있던 직원에게 서류를 주면서 나보고는 줄 옆으로 비켜서서 좀 기다리라고 한다. 옆으로 물러나면서 보니 내 뒤에 엄청 많은 e-visa 입국자들이 줄을 서 있다. 비자 신청할 때는 정신이 없어서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을 의식하지 못했다. 방금 비행기 여러 편이 도착했나 보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줄 서 있는 사람들이 힐끔힐끔 나를 쳐다본다. 그 표정들이 다들 내가 안 됐다는 표정들이다. 문든 그들 눈에는 내가 비자에 문제가 생겨서 입국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겠구나 싶었다. 창구에서 심사관과 한참 시간을 보냈지 그러고도 입국이 안 되고 줄 밖으로 나와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느니 그렇게 생각할 만하다. 더구나 여기는 도착 비자 창구도 아니고, 거기에 더해 인도에서 도착 비자를 받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니 누가 도착 비자를 받는 중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조금 있으니 서류를 받아 갔던 직원이 무언가를 가져온다. 창구 심사관이 나를 불러서 도착 비자가 찍힌 여권을 나에게 돌려준다. 드디어 도착 비자를 받았다.

 

도착 비자 받을 때 출국 항공권(아웃 티켓)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건 인도 대사관의 도착 비자 요건에 명시되어 있다. 다만 출국 항공권을 실제로 확인하느냐 아니냐는 담당 심사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자 심사 받을 때 심사관이 물었다.

 

인도에 얼마나 머물 예정인가요?”

하루요, 내일 저녁에 두바이(Dubai)로 출국합니다

? 하루요, 정말인가요?”

그럼요, 항공권 보여드릴까요?”

좀 봅시다

정말이네! 이런.... 허허허

 

이렇게 해서 출국 항공권을 보여 주었다. 내가 보여 준다고 하지 않았다면 이 심사관은 나에게 출국 항공권을 보자고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출국 항공권 확인은 심사관과 입국자에 따라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도착 비자 요건에 명시된 사항이니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보자 하는데 없으면 빼도 박도 못한다.

 

힘들게 도착 비자 받아서 하루만 있다니 심사관도 나도 허탈하긴 하다.

 

 

 

재작년 2017년에도 인도에서 50여 일간 배낭여행을 했었다.

 

그때 만해도 e-visa뿐이어서 e-visa를 한국에서 받아왔었다. e-visa를 받아오면 무척 편하다. 심사도 금방 끝나고 비자 비용도 저렴하다. 다만 e-visa는 단수 비자인 반면 도착 비자는 복수 비자다. 혹 네팔이나 파키스탄이라도 들릴 생각이라면 조금 귀찮더라도 도착 비자가 좋을 수 있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