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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87, 콜카타 1-2: 공항에서의 노숙 그리고 콜카타 시내 가기 (20190209)

경계넘기 2021. 8. 11. 16:35

 

 

공항에서의 노숙 그리고 콜카타 시내 가기

 

 

짐을 찾으니 새벽 115분이다.

 

030분에 비행기가 도착했으니 비자 발급 포함해서 입국 절차가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이제는 공항 안에서 잘 곳을 찾아야 한다. 짐 찾는 곳에서 개길까도 생각했지만 공간이 여의치 않아서 나가기로 한다. 어차피 출국장 밖이라도 인도 공항 건물 안으로는 티켓이 없는 한 함부로 들어올 수 없을뿐더러 공항 경찰들이 수시로 돌아다니니 안전하다.

 

 

여행에서 먹는 물만 조심해도 큰 탈이 나지 않는다

 

 

 

출국장 밖으로 나오니 매점이 보인다.

바로 가서 생수를 산다.

 

생수 한 병이 자그마치 100루피.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AirAsia)는 기내에서도 물을 사 먹어야 하는지라 참았더니 갈증이 심하다.

 

콜카타 공항 여기저기에 물을 마실 수 있는 곳이 있지만 인도에서는 최대한 마시는 물을 조심한다. 인도처럼 위생이 안 좋은 나라에서는 마시는 물만 조심해도 그럭저럭 건강히 여행할 수 있다. 비싸더라도 되도록 생수를 마시려는 이유다.

 

인도의 위생 상태는 천하가 다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니 조심을 한다지만 나 같은 귀차니스트가 모든 음식을 조심할 수는 없다. 그저 한 놈. 마시는 물과 관련된 것만 조심한다. 마시는 물만 조심한다고 생수만 마시면 되는 줄 아는데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물을 조심해야 한다. 얼음이나 빙수, 아이스크림은 물론이고 음식의 국물도 조심을 해야 한다.

 

위생이 안 좋은 나라에서 얼음은 자신이 직접 생수로 얼린 것이 아니라면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음식에 들어 있는 국물도 끓인 것이 아니라면 먹지 않아야 한다. 끓였다 하더라도 상온에서 장시간 보존된 것이라면 다시 끓여서 먹든지 아니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예전에 미얀마에 출장을 갔던 일행이 단체로 복통과 설사로 며칠을 고생한 일이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빌빌거리는 친구들이 있었다. 물어보니 미얀마 양곤의 한식당에서 냉면을 먹었단다. 정신없는 놈들. 그리 마시는 물을 조심하라고 일렀건만 한식당이고 음식이라 괜찮을 줄 알았단다. 내 경우 미얀마 같은 나라에서는 생수 대신 맥주를 달고 다닌다.

 

미얀마가 이럴진대 인도에서는 특히나 마시는 물을 조심해야 한다. 얼음? 동네의 어느 강, 어느 개천의 물을 퍼서 얼렸는지 알 수 없다. 특정 나라를 비하하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정말이지 이건 생존의 문제다.

 

 

 

 

씨름은 샅바 잡기, 노숙은 자리 잡기

 

 

 

공항 안에서 잘 곳을 찾는다.

 

출국장 밖으로 나가니 긴 벤치들이 제법 있다. 근데 눕지 못하게 가운데 팔걸이들이 있다. 좀 떨어진 곳에 벤치 위에 대자로 누워 자는 사람이 보인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팔걸이가 사라진 벤치다. 그 벤치를 제외하곤 다들 정상이다. 달리 방도는 없다. 불편하더라도 벤치에 앉아 노숙을 하는 수밖에. 하지만 혹시 모르니 최대한 팔걸이가 사라진 벤치 근처에 자리를 잡는다.

 

 

 

모기가 극성이다.

 

어쩔 수 없이 침낭을 꺼내서 그 안으로 몸을 넣는다. 눕지는 못하고 침낭을 덮고 앉아서 자려니 몸에 경련이 이는 것 같다. 이리저리 자세를 바꾸면서 잠을 청한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팔걸이가 사라진 벤치에 누워 있던 인도분이 가신다. 얼른 그곳으로 옮긴다. 이제야 좀 제대로 잠을 청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노숙은 자리 잡기다.

 

본격적으로 잠을 청할 생각이니 짐 단속부터 한다. 사람들도 꽤 있고, 환하고 무장 경찰들도 수시로 다녀서 물건을 도난당할 염려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여기는 인도다. 순간의 방심도 허용치 않는 곳이다. 배낭은 큰 배낭과 작은 배낭을 각각 벤치에 자물쇠로 묶은 뒤 두 배낭을 다시 자물쇠 줄로 연결시켰다. 이만하면 나 몰래 가지고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뭐라해도 공항은 노숙계()의 오성급 호텔이다.

 

여행 다니면서 공항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봐서 그런지 공항은 편하다. 아니 편할 수밖에 없다. 냉난방 잘 되지, 보안 철저하지, 화장실 무료에 깨끗하지, 누가 뭐라 하는 사람 없지 세상에 공항에서 노숙하는 것만큼 편한 게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 다니는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예의만 차린다면 거지 같이 입고 바닥에 뒹굴어도 무시 안 당한다. 노숙계의 오성급이라 아니 할 수가 없다.

 

 

콜카타 시내 들어가기

 

 

 

아침 630.

밖이 이미 훤하다.

 

찌뿌듯한 몸을 이끌고 화장실에 가서 간단히 세면과 이를 닦는다. 7시쯤 공항을 나와서 공항버스 타는 곳으로 간다. 공항 나와서 우측으로 한 50여 미터 걸어가면 바로 나온다. 여기서 VS1을 타면 콜카타(Kolkata) 여행자 거리 근처의 에스플레나드(Esplanade)로 간다.

 

 

 

헌데 이 놈의 버스가 올 생각을 안 한다.

 

버스 승차장에도 모기가 많아서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거의 서서 기다린다. 2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겨우 나타난다. 배차 시간이 지랄 같은 버스인가 보다.  그나마 깨끗하다는 버스는 엄청 지저분하다. 새 버스 같긴 한데 운행한 이후로 한 번도 청소를 안 한 것 같다.

 

 

 

오전 10시쯤 종점인 에스플레나드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다.

 

한 시간 남짓 걸렸다. 막힐 때는 2시간도 걸린다고 하는데 올 때 보니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토요일 아침에도 한 시간 가까이 걸렸으니 말이다.

 

 

 

버스에 내리니 드디어 인도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정신없는 세상이 펼쳐진다.

 

그런데 생각만큼 콜카타에 대한 첫인상이 나쁘지 않다.

 

 

 

사실 인도의 악명 높은 도시들 중에서도 콜카타는 제일로 친다.

 

인도 여행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인도 여행을 콜카타에서 시작한 사람은 나머지 여행을 행복하게 한다고 한다. 반대로 콜카타에서 인도 여행을 마감하는 사람은 인도에 대해 자만했다가 이곳에서 한순간에 무너진다고 한다. 그만큼 콜카타는 인도에서도 최악으로 통하는 곳이다.

 

그런 콜카타에 대한 첫인상이 나쁘지 않다니 상당히 고무적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