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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인도(India)

D+087, 콜카타 1-3: 인도에 오면 맞닥뜨리는 것들 1 (20190209)

경계넘기 2021. 8. 13. 16:04

 

 

인도에 오면 맞닥뜨리는 것들 1

 

 

여행지에 대한 편견도 문제지만 환상도 문제다.

솔직히 알 건 알고 가는 것이 좋다.

 

인도에 가면 일상적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것들이 있다.

물론 유의해야할 것들이다.

 

 

1. 거리마다 지천에 깔린 똥.

 

 

 

소똥, 개똥에 사람 똥까지. 인도 거리는 똥으로 넘쳐 난다. 잠시 주변을 보느라 한눈이라도 팔게 되면 영락없이 똥을 밟는다. 더욱이 인도의 소와 개는 길거리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주로 먹는지라 사람의 똥과 비슷하다. 건초나 사료를 먹은 소나 개의 똥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음악을 들으며 때론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발길 닿는 대로 걷길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래서 인도의 거리는 쥐약이다. 잠시의 한눈도 잠시의 여유도 허용하지 않는다.

 

 

 

하이힐이 유럽에서 나온 배경을 다들 잘 알게다. 과거 유럽의 도로는 마차를 끄는 말들이 싸질러 놓은 똥들과 하수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가가호호 길에 버린 오물들로 넘쳐났다고 한다. 비라도 오면 똥과 오물로 질펀했다고 하니, 그런 거리에서 치마에 오물을 묻히지 않기 위해서 나온 것이 하이힐이다. 같은 의미로 인도의 거리를 걸을 때 난 절대로 슬리퍼를 신지 않는다. 제대로 큰 걸 밝으면 신발을 넘어 발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똥의 질퍽한 감촉이 사람을 돌아버리게 만든다.

 

콜카타의 첫인상이 나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리가 깨끗했기 때문이다. 아니, 거리가 지저분하긴 한데 똥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거리에 소가 없는 것으로 봐서 도심으로 소가 진입하는 것을 막고 있나 보다. 소가 없으니 소똥이 없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개똥과 사람 똥도 눈에 많이 띄지는 않는다. 똥에서 자유로운 거리를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인도에서 해방감을 느낀다.

 

 

 

 

2. 악다구니 하듯 달라붙는 삐끼들.

 

 

 

인도의 어느 도시, 어느 곳에 발을 내딛든 처음 마주하게 되는 것이 자신을 둘러싸는 수많은 삐끼들이다. 습한 여름 산의 모기떼처럼, 한여름 사막의 초파리 떼처럼 아무리 쫓아버리려 해도 좀체 떨어지지 않는다. 엔간히 어르고 달래봐야 오히려 더 달려든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이들 삐끼들을 피하는 방법은 있다.

 

오늘도 변함없이 이어폰 귀에 걸고 음악 듣는 척하며 버스 터미널의 악다구니들을 뚫고 걷는다. 시야는 좀 멀리 두고, 달려드는 삐끼들에게는 영혼 없이 쏘리, 쏘리를 연발하며 살짝 손바닥을 들어 보인다. 눈을 마주하거나 쏘리, 쏘리에 진심을 담는 행위조차도 관심이나 반응으로 보일 수 있기에 일상으로 겪는 일인 양 무심하게 지나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삐끼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지도를 본다거나 두리번거려서는 절대 안 된다. 잘 모르더라도 일단 삐끼들이 있는 곳을 벗어나야 한다. 삐끼들의 사정권에서 벗어나면 두리번거리든 행인에게 길을 묻든 상관없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더 금방 떨어진다. 내 경우 인도든 어디든 삐끼들이 많은 곳에서는 음악을 듣던 안 듣던 일단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낀다. 많이 달려드는 곳에서는 급한 일로 통화하는 척하면서 바삐 걷는다. 이 경우에는 시선 처리나 미안하다는 말도 필요 없다. 그저 달려드는 친구들에게 살짝 살짝 손바닥을 들어 보이며 뚫고 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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