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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인도(India)

D+088, 콜카타 2-3: 콜카타에서 뉴델리(New Delhi) 거쳐 두바이(Dubai)로 1 (20190210)

경계넘기 2021. 10. 12. 15:29

 

 

콜카타에서 뉴델리(New Delhi) 거쳐 두바이(Dubai)1

 

 

1시가 좀 넘은 시각.

숙소에서 짐을 찾아 나선다.

 

어제 들어온 인도지만 오늘 바로 출국한다. 이번 여행 7번째 국가인 아랍 에미리트(United Arab Emirates)의 두바이(Dubai)로 가는 길이지만 뉴델리(New Delhi)에서 한 번 환승해서 간다.

 

가난한 배낭 여행자에게 환승은 기본. 콜카타에서 뉴델리까지는 국내선을, 뉴델리에서 두바이는 국제선이다. 뉴델리 공항에서 대기 시간이 좀 길다. 콜카타 공항에서 저녁 830분에 출발해서 저녁 11시에 뉴델리 공항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두바이 가는 비행기는 다음날 아침 850분이니 뉴델리 공항에서 10시간 가까이 개겨야 한다.

 

 

 

저녁 8시 넘어 출발하는 비행기지만 일찍 움직이기로 한다.

 

택시를 타고 공항에 가는 것이라면 좀 늦게 움직여도 되겠지만 버스를 타고 갈 생각인지라 시간을 넉넉히 갖기로 한 것이다. 어제 공항에서 1시간 반이나 기다려 탄 버스다.

 

버스터미널이 있는 에스플레나드(Esplanade)까지 걸어서 간다. 여기 터미널은 주로 콜카타(Kolkata) 근교로 가는 버스들이 출발하는 곳으로 보인다. 공항 가는 버스가 어디에 서는지는 모르지만 터미널이 작으니 들어만 오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는 있다.

 

 

 

터미널에서 1시간이 넘도록 버스를 기다리지만 오질 않는다. 한 인도인 아저씨도 공항 간다고 나와 같이 기다리는 것을 보면 버스가 이곳에 오는 것은 맞다. 나도 어제 이곳에서 내렸고.

 

택시를 타고 가라고 삐끼들이 난리다.

 

나 보고 아직도 여기 있느냐면서 오늘은 휴일이라 더 늦게 올 거라고 합승택시 타고 가라고 조른다. 인도 삐기들 특유의 극성에도 아직 시간이 많다며 꿋꿋하게 버틴다.

 

 

 

그때 같이 기다리던 인도인 아저씨가 택시에 탄다. 그 분은 5시 비행기라고 했다. 시간이 촉박해진 것이다. 그런데 아저씨를 태운 택시가 사람이 덜 차서 그런지 출발을 안 한다. 아저씨 맘 타겠다. 삐끼도 좀 급한지 다시 나에게로 와서 택시 타란다. 아저씨 사정이 딱한 것 같아서 택시를 타 보기로 한다. 하지만 그냥 제값 주고 탈 수는 없다. 난 시간이 아주 많거든.

 

좋아요, 얼만데?”

“200루피

루피가 부족한데

“150루피

미안하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인도 돈 전부가 100루피뿐이네요

“Ok, 100루피

 

같이 타고 가는 다른 인도인들이 각기 200루피씩 낸 것을 난 100루피에 간다. 공항버스도 50루피이니 나쁘지는 않다.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배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내가 아쉽나 지들이 아쉽지.

 

 

 

30분만에 공항에 도착한다.

 

지금 시각이 오후 35. 비행기 시간까지 5시간 이상 남았다. 공항 가는 길에 차가 많이 막혀서 버스로 2시간 가까이들 걸렸다는 블로그 글들을 많이 봤다. 그래서 버스 기다리는 시간과 가는 시간 합쳐서 넉넉히 출발한 것인데 택시를 타는 바람에 예상보다 일찍 왔다. 더욱이 일요일이라 차도 덜 막힌 것 같고.

 

공항에서 시간 보내는 것이야 이골이 났지만, 문제는 보통의 인도 공항은 비행기 시간 3시간 이전에는 공항 입장을 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걸 걱정했는데 예상 밖으로 콜카타 공항은 그런 입장 제한이 없다. 다만 항공사 카운터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는다. 이번에 가져온 책은 주로 공항과 기차역 그리고 비행기와 기차 안에서만 읽는 것 같다. 편하게 책 좀 읽으려 하는데 모기가 장난 아니다. 어제 새벽 공항에서 노숙할 때 극성이던 모기들이 낮에도 변함이 없다.

 

책을 읽다 전광판을 본다. 오후 6시 반이 넘었는데도 전광판에 내 비행기 체크인 사인이 뜨지 않는다. 2시간도 채 안 남았는데 아직도 체크인을 안 한다는 것은 이상하다. 카운터로 가서 물어보니 이미 열었단다. 전광판이 고장인 모양이다. 전광판만 보면서 넋 놓고 있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항상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바로 체크인.

사람이 많지 않아서 짐 검색도 금방 끝난다.

 

저녁 7시에 모든 탑승 절차를 마치고 게이트 앞에 앉아 있다. 그런데 이곳에는 모기가 더 많다. 이미 여러 방 물렸다. 인도인들은 모기에 잘 물리지 않나? 모기약 좀 치지하고 생각하다가 이내 뭘 바라나 싶어진다. 여기는 인도잖아!

 

810분에 탑승을 시작한 비행기는 8시 반에 공항 활주로를 이륙한다.

 

 

 

기내식 배식을 시작한다.

 

내 비행기는 인도 항공사인 제트 에어웨이스(Jet Airways)다. 처음 타보는 항공사. 항공료에 수화물이 포함되어 있더니만 역시 저가 비행기가 아니었나 보다. 내 차례가 되어서 닭고기로 달라고 하니 난 식사가 없단다. 식사를 하고 싶으면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하란다. 이런 무안할 수가. 수화물 포함이면 당연히 식사도 포함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가 보다. 수화물만 포함이고 식사는 아니라니 당황스럽다. 다들 밥 먹고 있는데 나와 몇몇 사람들만 못 먹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 확 밀려 올라온다. 주는 줄 알고 기다리다가 못 먹게 되니 배가 더 고프다.

 

뉴델리까지는 3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뭘 먹기도 그런 시간이다. 그나저나 뉴델리에서 두바이까지는 꽤 가는데 그것도 기내식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좀 그렇다.

 

 

 

비행기는 저녁 115분에 뉴델리 공항에 사뿐히 내린다.

 

천천히 와도 되련만 시간이 많을 때는 연착도 없다.  내일 아침 8시까지 여기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바로 환승 창구로 간다. 콜카타에서 국내선을 타고 왔기 때문에 여기서 출국 심사를 받아야 한다. 환승장 출국 심사대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 내 차례가 되어 여권과 항공권을 내미니 심사관이 나는 지금 출국 심사를 받을 수 없단다. 내일 비행기라 아직 컴퓨터에 출국자 명단이 뜨지 않는다고 2, 3시간 후에 다시 오란다.

 

환승장에는 마땅히 쉴 곳이 없다. 환승장에서 출국 심사를 받았다면 바로 탑승장으로 갈 수 있다. 탑승장에는 잘만한 곳이 많을뿐더러 편한 의자도 많다. 사람도 많지 않고. 그래서 바로 출국 심사를 받으려고 한 것인데 참 난감하다.

 

마침 항공사 카운터가 보이길래 물어보니 대략 새벽 3시부터 출국 심사가 가능하단다. 어디 쉴 만한 곳이 없냐고 물으니 아예 입국장으로 나가면 그곳에 카페 등이 있다고 한다. 이미 환승장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을 사서 들고 있었지만 그곳엔 마땅한 의자가 없어서 나가기로 한다. 일단 나가면 환승 창구에서 출국 심사를 받을 수 없고 일반 출국 창구에서 받아야 한다.

 

 

 

입국장에도 벤치 외에는 쉴 만한 곳이 없다. 벤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앉아 있는데 춥다. 콜카타 공항은 따뜻했는데 오히려 수도공항인 뉴델리 공항이 춥다. 침낭이 생각나지만 침낭은 수화물에 담아 보내서 지금 없다. 추워서 그런지 모기는 없다. 하나가 있으면 하나가 없기 마련인가 보다.

 

여하튼 여기서 3시간 가까이를 버텨야 한다. 최대한 일찍 출국 심사 받고 탑승장 게이트 앞에서 편하게 자기로 한다. 예전에 뉴델리 공항에 보니까 게이트 앞에 잘 수 있는 긴 의자가 곳곳에 있었던 것을 봤었다. 아까 바로 출국심사가 되었으면 게이트로 가서 그 의자에서 잠을 때릴 수 있었는데.

 

이렇게 공항에서 또 하루를 지새운다. 춥다. 콜카타보다 뉴델리의 기온이 더 낮은 것인지도 모른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