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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아랍 에미리트( United Arab Emirates)

D+089, 아랍 에미리트 두바이 1-1: 콜카타에서 뉴델리(New Delhi) 거쳐 두바이(Dubai)로 2 (20190211)

경계넘기 2021. 10. 14. 10:21

 

 

콜카타에서 뉴델리(New Delhi) 거쳐 두바이(Dubai)2

 

 

뉴델리 공항, 새벽 3.

이제 출국 심사가 가능하다. 벤치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더니 온몸이 찌푸둥하다.

 

뉴델리 공항 입국장에서 잠을 지새우고 있으니까 재작년에 이곳 뉴델리 공항에서 노숙했던 생각이 난다. 그때는 출국장으로 나오지 않고 짐 찾는 곳에서 밤을 지새웠었다. 재작년은 이번과는 정반대다. 한국에서 들어와서 입국 심사를 받고 공항에서 밤을 새운 다음 새벽에 국내선으로 가서 인도 북서쪽 맨 끝단에 있는 라다크(Ladakh)의 레(Leh)로 가는 비행기를 탔었다. 이번에는 콜카타(Kolkata)에서 국내선을 타고 들어와서 공항에서 밤을 새운 뒤 국제선으로 이동해 출국 심사를 받는다.

 

 

 

출국 심사를 받는데 여자 심사관이 내 입국 날짜를 보고 대뜸 묻는다.

 

비즈니스 미팅은 잘 끝나셨나요?”

? 전 그냥 여행 왔습니다.”

여행이요! 그런데 겨우 이틀만 있다 가나요?”

, 원래 한 달 있으려고 했는데 두바이에서 급한 일이 생겨서...... 두바이가 비즈니스입니다

 

인도에 짧게 있다 가는 걸 보고 출장으로 생각했나 보다. 입국 심사할 때 여행이라고 했으니 별생각 없이 여행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심사관의 재차 묻는 질문에 혹 인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일찍 출국하는 게 아닌가 싶은 뉘앙스가 묻어 있어서 기분 나쁘지 않게 급한 일이 생겨서 일찍 출국하게 되었다고 둘러댔다. 입국비자로 힘들게 입국할 때도 그리고 지금 출국할 때도 인도에서의 짧은 일정이 이상한지 심사관들이 계속 묻는다.

 

새벽인데도 출국장에 사람이 많다.

그러고 보니 새벽 인도 공항은 매번 붐볐던 것 같다.

 

출국 심사를 마치고 전광판에서 게이트를 확인하니 1시간 지연이란다. 빨리 가야할 때는 이렇게 지연이 되고, 천천히 가도 되거나 오히려 지연이 되었으면 싶을 때에는 얄짤없이 정시 출발, 정시 도착이다.

 

게이트가 탑승장 맨 끝이다. 출국 심사장에서 내 게이트까지 걸어서 거의 15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새벽에도 게이트마다 사람들이 많다. 탑승장 곳곳에 잘 수 있도록 배치한 벤치에는 빈자리가 없다. 어제 바로 들어왔다면 자리가 많았을 터인데. 가다가 내 게이트 근처에서 빈 벤치를 발견한다. 발걸음이 빨라진다.

 

게이트에서 내가 탈 비행기를 확인한다. 이제 자면서 시간을 보내면 된다. 누워 잘 수 있는 긴 벤치에서 편하게 잠을 청하는데 탑승장 안도 춥다. 수화물로 보낸 침낭이 간절해진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간단히 세수를 하고 서브웨이(Subway)에서 샌드위치로 아침을 한다. 인도에 잠시 있는 동안 햄버거에 피자, 거기에 서브웨이 샌드위치까지 패스트푸드를 두루 섭렵한다. 한국에서는 누가 사오지 않는 한 거의 잘 먹지 않는다.

 

게이트 앞에서 탑승을 기다리며 인도에서는 누가 두바이(Dubai)를 가나 유심히 봤더니 주로 일하러 가는 젊은 청년들이 많다. 여행으로 가는 사람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70, 80년대 열사의 나라 중동에 가서 일했던 우리네 앞선 세대가 생각난다. 딱 그때의 모습을 여기에서 본다.

 

국제선에도 기내식이 안 나올지도 몰라서 생수를 하나 산다. 밥은 안 먹어도 물은 마셔야 되니까. 어차피 인도 루피가 좀 남기도 했고.

 

 

 

아침 9시에 탑승을 시작해서 10시쯤 비행기가 이륙한다.

한 시간 조금 넘게 지연되었다.

 

내 비행기는 인도 항공사인 제트 에어웨이스(Jet Airways). 콜카타에서 뉴델리로 올 때는 기내식이 제공되지 않더니만 국제선에서는 기내식을 준다. 기대하지 않았던 터라 감사하다. 같은 비행기를 끊었는데 국내선에서는 기내식이 불포함이고 국제선은 포함이라니 참 복잡하다. 요즘 저가만 타고 다녀서 기내식 먹어 본지가 꽤 오래된 것 같은데 좋다. 인도 항공이라 기대를 안 하고 물어 봤는데 맥주도 가져다준다.

 

 

 

 

아랍 에미리트(United Arab Emirates) 두바이(Dubai)

 

 

 

인도 시간으로는 오후 2, 두바이 시간으로는 오후 1230분에 비행기는 두바이(Dubai) 공항에 도착한다. 뉴델리에서 4시간 정도의 비행이다.

 

국제도시 두바이답게 입국 심사는 초간단이다. , 입국 심사라 할 것도 없다. 그냥 도장 찍고 끝. 짐까지 찾아서 1시간 만에 모든 입국 절차를 마쳤다. 그나마도 짐 기다리느라 이정도 걸렸다.

 

많은 항공사들이 경유하는 중동의 허브 공항치고는 두바이 공항이 생각보다 작다. 사람들도 많지 않고. 공항 시설은 나쁘지 않다. 짐 찾는 곳에도 ATM이 있다. 무료 와이파이도 되고. 반면에 중동 사람들, 특히 가장 먼저 만나는 공항 사람들에 대한 첫인상은 조금 딱딱하다는 느낌이다. 국제도시로 발돋움하려는 두바이답지 않은 모습이다.

 

 

 

한 번 갈아타기는 하지만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메트로(Metro)로 5정거장 거리다. 공항에서 바로 메트로로 연결되고 메트로 역에서도 숙소는 무척 가깝다. 열차는 무척이나 깨끗하다. 동남아와 인도를 거쳐 왔더니만 선진국에 왔다는 느낌이 확 든다.

 

 

 

메트로에서 보는 두바이의 모습은 모래 위에 지은 도시, 딱 그 모습이다. 건물들 사이의 빈 공터는 그냥 모래사장이다. 산이 보이지 않는 평지에 쭉쭉 뻗은 넓은 도로들 그리고  여전히 곳곳이 건설현장이다.

 

 

 

아랍 에미리트(United Arab Emirates)의 물가가 비싸다더니만 대중교통비도 만만치 않다.

 

두바이의 물가를 대변하는 것 같다. 아랍 에미리트의 화폐는 디르함(AED)으로 1디르함에 한화 300백 원 정도로 잡으면 된다. 5정거장 15분 정도 거리에 메트로 요금이 6디르함이니 우리 돈으로 1800원이다. 한국에 비해서 많이 비싸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와 인도를 거쳐 와서 상대적 체감이 훨씬 크다. 석유 나는 나라에서 대중교통 요금은 왜 이렇게 비싼지.

 

 

 

오후 2시 반에 숙소에 도착했다. 어제 콜카타 숙소에서 정오 12시 넘어 길을 나섰으니 12일 대략 26시간의 여정 끝에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인도에서 두바이 오는 여정이 이렇게 걸리니 가난한 배낭여행자의 길은 이리도 멀다.

 

숙소는 일반 아파트를 임대해서 호스텔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어서 전반적으로 좁다. 주인은 나랑 동갑인 친구로 유쾌하기는 한데 돈을 좀 밝히는 친구로 보인다.

 

아랍 에미리트는 이번 여행 7번째 국가이고, 두바이는 14번째 도시다. 말레이시아와 함께 아랍 에미리트도 처음 여행하는 국가다. 아니, 중동 국가 자체가 처음이다.

 

중동 국가 중에서 겨우 아랍 에미리트만 오게 된 것이 아쉽긴 하다. 최근 IS(이슬람 국가, Islamic State)와 내전으로 시리아, 이라크 등 여행하기 좋은 중동 국가들이 모두 여행금지 국가들이 되었다. 이란이나마 갈까 했는데 이란을 가게 되면 미국 입국이 까다로워지고 해서 나중에 중앙아시아 여행할 때 가기로 했다.

 

그나마도 인도에서 원래 여정인 캅카스(Kavkaz)의 아제르바이잔(Azerbaijan)에 가는 비행기들이 주로 두바이를 경유해서 가기에 스탑 오버(stop over) 형식으로 잠시 체류를 하는 것이다. 두바이만 둘러볼 생각이라 오래 있을 필요는 없지만 23일의 일정은 짧은 감이 없지 않다. 좀 더 있고 싶었지만 23일 후의 아제르바이잔에 가는 비행기가 가장 저렴했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