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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아랍 에미리트( United Arab Emirates)

D+090, 아랍 에미리트 두바이 2-1: 사막의 도시, 두바이의 비(雨) (20190212)

경계넘기 2021. 10. 15. 13:19

 

 

사막의 도시, 두바이(Dubai)의 비(雨)

 

 

오늘도 바쁜 하루가 될 것 같다.

바삐 움직여야 조금이라도 두바이를 더 담을 수 있다.

 

여행할 때 찍고 땡을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다. 23일의 일정. 어제 오후에 들어와서 내일 오후에 나가는 일정이라 온전한 날은 오늘 하루가 다다. 생각보다 볼거리도 있고, 저렴하게 생활도 할 수 있어서 좀 더 머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비행기를 예매한 이상 변경은 불가능하다. 더 머물고 싶다면 비행기 표를 찢어야 한다. 저렴한 표라 변경이 안 된다.

 

숙소를 나서는데 웬걸 비가 내리고 있다.

사막의 도시 두바이에서 비를 맞고 있다니 나와 사막과의 인연도 참 얄궂다.

 

 

 

이번까지 포함해서 내게는 3번의 사막 경험이 있다.

사막에서 비 맞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나 그 세 번 중 2번이나 비를 맞는다.

 

2017년 여름에 인도 라자스탄의 사막에서 낙타 타고 사막 트레킹을 했었다. 사막에서 1박을 하는 트레킹이었다. 빛 하나 없는, 어두운 밤의 사막에서 보는 은하수가 기가 막히게 아름답고 해서 한껏 기대를 했다. 그런데 야영지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사막에서 제대로 소나기를 맞았다. 그 덕에 별은커녕 달도 못 봤다.

 

안 것도 있다.

비 온 뒤 사막에는 선명한 발자국이 남는다는 사실을.

 

 

 

오늘 두바이에서 다시 비를 맞고 있다.

 

사막에서 두 번이나 비를 맞다니 운이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개인적으로 재작년 사막의 별을 못 보게 한 그 비는 아쉬웠지만 지금 내리는 비는 과히 나쁘지 않다. 오히려 운치가 있다고 할까. 시간의 여유만 있다면 일정을 잠시 뒤로 미루고 어디 전망 좋은 카페에 들어가서 따뜻한 커피 한 잔에 비 내리는 두바이를 감상하고 싶다.

 

 

 

다만 비와 함께 바람도 부니 겨울의 두바이가 쌀쌀하다.

 

열사의 나라라 그런지 이정도 기온에도 거리에는 제법 두툼한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하긴 여기만 그런 것도 아니다. 열대 지역의 동남아도 인도도 겨울이라고 두툼한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사실 이들 나라에서 여름과 겨울은 무지 덥다덜 덥다의 차이 정도인데도 말이다.

 

지금 내 복장은 동남아와 인도에서의 복장 그대로다. 맨발에 샌들, 반바지에 반팔. 열사의 나라라는 생각이 앞서서 두바이 겨울 날씨가 쌀쌀할 수 있다는 생각은 결코 하지 못했다. 춥지는 않지만 비오는 아침 바람에 샌들에 드러난 발가락이 조금 시리다.

 

 

 

두바이에서 비에 젖은, 빗물이 고인 골목길을 걷자니 영 어색하다.

두바이 같지도 않고.

 

 

 

곧 그칠 것 같은 비는 아닌 것 같다.

 

메트로역 바로 옆에 있는 제법 큰 잡화상에 들어간다. 싼 우산이 있다면 하나 살 요량이다. 들어가 보니 없는 게 없다. 식료품에서 잡화, 의류까지. 게다가 10디르함 상점이다. 대부분의 가격이 10디르함. 우리 돈으로 3천원. 잡화는 물론이고 의류도 모두 10디르함. 바지도 티셔츠도. 심지어 3단 자동 우산도 3천원이다. 두바이 물가가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별천지가 따로 없다.

 

오는 손님들을 보니 두바이 현지인들보다는 일하러 이곳에 온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긴 하다. 인도인, 북부 아프리카인 등등.

 

어제 보니 거리나 메트로에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여행자가 아니라 여기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70, 80년대 우리가 중동 국가들에서 일했듯이 현재도 아랍 에미리트와 같은 중동 국가들은 저렴한 외국인 노동력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에서 이곳으로 올 때 탄 비행기에도 아랍 에미리트에 일하러 가는 듯한 젊은 인도인들로 가득하지 않았나.

 

그러니 부유한 현지인들을 위한 상점들도 있겠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이 같은 저렴한 상점들도 필요할 것이다. 물건들의 질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의류는 입어 볼 수 있는 피팅룸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충 그 자리에서 몸에 대보고나 입어보거나 해서 산다. 대부분 중국 제품이다. 그래도 제법 기본은 하는 상품들이니 가난한 여행자에겐 더 없이 감사한 곳이다.

 

가격이 저렴하니 갑자기 쇼핑 모드로 바뀐다.

 

두바이 다음으로 캅카스(코카서스)로 넘어갈 예정이다. 그런데 그곳은 여전히 겨울.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넘어올 때 겨울옷 몇 가지를 버렸던지라 마침 겨울옷이 필요했는데 이곳에서 사면 될 것 같다. 3천원이니 한, 두 달 정도만 입고 버리기에도 아쉽지 않다. 아제르바이잔(Azerbaijan)에서 살 생각이었는데 두바이에서 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은 나가는 길이니 살 만한 것들만 봐두고 들어올 때 사기로 한다. 일단 3단 자동 우산만 10디르함에 산다. 3단이라 부피도 차지하지 않고 좋다. 여기에 초콜릿 한 봉지도 산다. 물론 10디르함.

 

우산도 샀으니 이제 비 걱정 안 하고 돌아다닐 수 있겠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