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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90,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2-4: 한국의 기술이 깃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 (20190212)

경계넘기 2021. 10. 22. 14:20

 

 

한국의 기술이 깃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
전체 163, 높이 828m로 인간이 만든 가장 높은 인공 구조물.
한국의 건설회사 삼성물산이 시공했다.

 

 

두바이 박물관(Dubai Museum)을 보고 나니 시간이 어중간하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은근히 시간을 많이 잡는다.

 

원래는 주메이라(Jumeirah) 해변으로 가서 주메이라 모스크(Jumeirah Mosque)와 페르시아 만(Persian Gulf)을 볼 생각이었지만 이내 접었다. 시간이 부족해서 괜히 맛만 보고 이도 저도 못할 것 같아서다. 이번 여행으로 두바이가 괜찮은 곳이라는 걸 확인했으니 두바이 페르시아 만의 해변은 통째로 다음 기회로 미룬다.

 

하나라도 제대로 보자.

그게 내 나름의 여행 철학이기도 하다.

그 하나를 찾지 못할 때나 이곳저곳을 가고, 이것저것을 한다.

한마디로 방황하는 게다.

이런 곳은 다시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두바이의 하나는 무엇일까?

두바이 분수 쇼와 부르즈 할리파다.

 

어제는 저녁에 가서 부르즈 칼리파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 오늘은 낮부터 가서 부르즈 칼리파가 있는 다운타운 두바이(Downtown Dubai)를 찬찬히 둘러볼 생각이다. 두바이 분수(Dubai Fountain)가 있는 인공 호수 주변도 산책하고, 그러다 조망하기 좋은 곳을 발견하면 커피 한 잔 사들고 부르즈 칼리파를 바라보며 멍도 때릴 생각이다. 해가 지면 두바이 분수 쇼를 보고.

 

두바이 몰에 다시 왔다. 두바이 몰을 통과해서 바로 분수 광장으로 가려는데 어제 왔던 길임에도 여지없이 헤맨다. 길눈이 좋은 편인데도 이렇게 헤매는 것을 보면 넓기도 넓지만 안내 표시가 썩 잘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기도 하다. 하긴 백화점이나 쇼핑몰은 일부러 조금 복잡하게 만들긴 한다. 그래야 매장에 사람을 더 잡아두고 물건을 팔 수 있으니 말이다.

 

 

 

두바이 분수 광장을 천천히 둘러본다.

 

훤한 낮에 오니 밤과는 또 다른 풍경이다. 인공 호수가 햇살을 받아 파랗다. 넓기도 꽤 넓고. 두바이 몰을 등지고 왼편, 즉 부르즈 할리파가 있는 쪽으로 걷는다. 두바이 몰 바로 옆이 부르즈 할리파. 지날 때 바로 밑에서 빌딩을 보려하니 목이 아프다.

 

 

 

맞은편 호수 너머로는 아랍 전통 양식의 모래 빛깔 호텔 건물과 그 좌우로 높은 빌딩 군이 장승처럼, 병풍처럼 호수를 감고 있다. 저쪽에서 보면 이쪽이 그럴 것이다. 부르즈 할리파 빌딩 좌우로 빌딩 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을 게다.

 

 

 

 

인공 호수와 빌딩 숲.
인공 오아시스.

 

 

 

사막의 도시 두바이에는 산이 없다. 대신 빌딩 숲이 이를 대체한다. 인공 호수와 인공 빌딩 숲의 인공 오아시스. 이게 요즘 중동의 핫한 도시 스타일인가 보다. 인공 오아시스 나쁘지 않다. 이 인공 오아시스의 이름은 다운타운 두바이(Downtown Dubai). 다운타운 두바이에는 쇼핑몰, 비즈니스, 레지던스, 호텔 등 모든 것들이 있어서 오아시스를 넘어 작은 도시다.

 

 

 

서울 송파에 잠시 살면서 매일 걸었던 잠실의 석촌 호수변이 생각난다. 석촌 호수 주변으로 롯데 월드, 롯데 호텔, 롯데 백화점 및 마트. 여기에 최근에는 한국에서 가장 높은 123층의 롯데월드타워가 들어섰으니 다운타운 두바이에 빗대 다운타운 서울이라 할 만하다. 아마도 롯데가 다운타운 두바이를 염두에 두고 롯데월드타워를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

 

다만 서울 잠실의 석촌 호수 주변이 일반 주거지와 함께 자연스럽게 조성된 반면에 다운타운 두바이는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관광과 문화 그리고 상업을 고려해서 조성해서 스쳐지나가는 여행자의 눈에는 아무래도 이곳이 훨씬 세련되어 보인다.

 

석촌 호수의 개발사가 롯데라면 이곳의 개발사는 에마르(Emaar). 정확한 명칭은 에마르 프라퍼티즈(Emaar Properties). 두바이 부동산 개발업체다. 처음에는 국유기업으로 설립되었다가 상장하면서 주식회사가 되었다. 호수와 분수는 물론이고 다운타운 두바이 안의 대부분의 빌딩들은 에마르가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부르지 칼리파 빌딩을 지나니 배 같기도 하고 고래 같기도 한 곡선의 건물이 나온다. 뭔가 하고 살펴보니 두바이 오페라 하우스다. 참 독특하고 예쁜 건물이다. 시간과 돈이 된다면 이곳에서 공연도 한번 보고 싶다.

 

다운타운 두바이는 지금도 개발이 한창인가 보다. 오페라 하우스 주변으로 건설 공사가 한창이라 무척이나 어수선하다. 사진을 찍으니 공사장 한복판에 오페라 하우스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오페라 하우스가 아직 건설 중인 것으로도 보인다.

 

 

 

이곳을 지나면 넓은 잔디밭 광장이 나온다.

 

잔디밭 광장 옆으로 좀 높은 건물 3~4층 높이의 둔덕이 있다. 이곳에서 부르즈 칼리파와 두바이 분수 호수 그리고 호수를 둘러싼 빌딩 군이 한눈에 보인다. 전망이 가장 좋다. 바라던 명당자리다. 이곳에서 부르즈 칼리파를 보면서 멍을 좀 때리다가 저녁에는 분수 쇼를 보면 될 듯싶다.

 

 

 

이제는 커피 살 곳을 찾는다.

 

잔디밭을 지나 빌딩 군 사이로 길이 보인다. 그 사이로 나가니 부르즈 칼리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천사 날개 포토 존이 나오고 그 옆으로 스타벅스가 나온다. 피해가려 해도 몫 좋은 곳에는 항상 스타벅스가 있다.

 

 

 

아메리카 커피 한 잔을 사서 앞서 봐둔 잔디밭 옆의 둔덕에 앉는다.

 

눈앞으로 부르즈 칼리파가 바로 보인다. 여기서 보니 부르즈 칼리파는 발사대에 선 미사일이나 우주선을 닮았다. 하늘마저 맑아서 곧 불꽃을 뿜으며 파란 하늘로 치솟을 것 같다. 그만큼 늘씬하게 잘 빠졌다.

 

 

발사대에 선 듯한 모습

 

부르즈 칼리파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인간이 만든 인공 구조물 중에서는 가장 높다. 여의도 63빌딩보다 딱 100층이 높은 163층에 높이가 828m. 서울의 북한산이 837m이니까 북한산이 겨우 9m 더 높다. 그래도 700m대의 도봉산이나 600m대의 관악산은 한참 아래다. 서울 한복판에 이 높이의 빌딩을 짓는다면 이들 서울의 수호산들을 가리고 누르니 허가를 내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부르즈 칼리파는 한국의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시공해서 더욱 친근하다.

 

 

 

그러고 보면 세계 최고의 높이를 연이어 갈아치웠던 역사적 세 빌딩-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Petronas Twin Towers), 대만 타이베이의 타이베이 101(Taipei 101) 그리고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을 모두 삼성물산이 지었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난 그 빌딩들을 모두 봤다.

 

1996년에 완공된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는 88452m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 이어 2004년에 개장한 타이페이 101 빌딩이 101508m로 세계 최고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가 2010년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가 완공되면서 그 자리를 넘겨주었다. 이 세 빌딩을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었다. 기록을 깨는 건설회사다.

 

 

왼쪽부터 페트로나스 트윈빌딩, 타이베이 101, 부르즈 칼리파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한 쌍의 쌍둥이 건물 중 왼편의 건물은 한국의 삼성물산과 극동건설 컨소시엄이, 오른편의 건물은 일본의 하자마 건설회사가 건설했다. 일종의 묘한 한일 대결이었던 셈. 당시 한국 업체들은 일본 업체보다 35일 늦게 시작했음에도 일주일 일찍 완공했다고 한다.

 

 

 

타이베이 101’의 정식 명칭은 타이베이 세계금융센터(Taipei World Financial Center).

 

이 건물은 삼성물산이 책임 마감시공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9년에 착공한 타이베이 101 시공에 삼성물산은 2001년 마감공사를 수주하면서 참여했다. 당시 지지부진하던 시공에 삼성물산이 참여하면서 완공 기일을 맞출 수 있었고, 이를 위해서 건물주는 삼성물산에 전권을 위임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 부르즈 칼리파.

 

부르즈 칼리파는 처음부터 삼성물산이 책임 시공을 했다. 200412월 삼성물산이 부르즈 칼리파의 시공사로 선정될 때만 하더라도 많은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삼성물산은 오히려 획기적인 신공법으로 이를 극복했다고 한다. 삼성물산이 부르즈 칼리파에 시도한 신공법들은 이후 초고층 건설기술의 세계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한다.

 

삼성물산은 기존 한층 올리는데 일주일 이상 소요되던 공기를 3일에 1층씩 올리면서 단축했다고 한다. 3일에 1층씩 올렸다는 사실이 놀랍기는 한데 부르지 칼리파가 163층이니 층을 올리는 데만 꼬박 489일이 걸린다는 단순 결론이 나온다. 높기는 정말 높다. 전체 공정은 5년이 걸렸다.

 

 

 

 

부르즈 칼리파는 서울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3차(Tower Palace Three)를 모델로 했다.

 

 

 

삼성물산과 관련한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엇듯 보면 발사대에 선 우주선 또는 미사일을 닮았지만 부르즈 칼리파의 기본 디자인은 이슬람의 전통 건물인 나선형의 사마라 모스크(Great Mosque of Samarra)을 본떠 만든 것이라 한다. 건물이 나선형으로 좁아지는 듯한 모습을 살린 것이다.

 

 

사마라 모스크 (출처: Wikipedia)

 

여기에 건물의 기본 구조는 삼각대 모양의 Y자형 구조다. 기존 원형 본체에 세 개의 날개를 단 듯한 모습인데 이는 초고층 건물의 안전을 담보하면서도 면적을 극대화하기 위한 디자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바로 이 디자인의 모델이 삼성물산이 2004년에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지은 타워팰리스 3(Tower Palace Three)라는 사실이다.

 

건물의 시공은 삼성물산이 했지만 사실 건물의 디자인과 설계는 미국 건축설계회사인 스키드모어, 오윙스 앤드 메릴사(Skidmore, Owings & Merrill)의 미국인 건축가 아드리안 스미스(Adrian Smith)가 담당했다. 그들 스스로 세계 최고의 빌딩을 설계하면서 한국의 타워팰리스 3차를 모델로 삼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 타워팰리스 3차는 세계 고층건물의 새로운 이정표가 된 건물이라고 할만하다. 무심코 지나쳤던 건물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부르즈 칼리파의 모델이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삼성물산이 부르즈 칼리파의 시공을 맡을 수밖에 없었던 주요한 배경이기도 할 것이다.

 

 

왼쪽은 부르즈 칼리파, 오른쪽은 타워팰리스 3차
초고층빌딩의 기본 구조, 맨 위가 부르즈 칼리파 (출처: Wikipedia)

 

높긴 정말 높다.

 

지난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봤던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보다도 확실히 더 높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거리가 있는 곳임에도 페트로나스를 올려다보려면 목이 아프다. 아예 몸을 젖혀야 제대로 그 높이를 느낄 수 있다. 하늘도 푸르다 보니 늘씬한 빌딩이 더욱 시원하게 느껴진다. 이 건물도 영화 미션 임파서블 4’에 나왔다고 하니 그 영화는 세계에서 높다는 빌딩은 다 촬영지로 삼나 보다.

 

커피 한 잔과 함께 한 없이 멍을 때린다.

이곳이 사막이라는 사실은 잊은 지 오래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