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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90,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2-5: 웅장하고 황홀한 ‘두바이 분수 쇼(Dubai Fountain Show)’(20190212)

경계넘기 2021. 10. 25. 11:54

 

 

웅장하고 황홀한 두바이 분수 쇼(Dubai Fountain Show)’

 

 

 

두바이 분수 호수가 바로 보이는 잔디밭 언덕에 멍 때리고 앉아 분수 쇼를 기다린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땅거미가 슬슬 내려앉으면서 막 쇼가 시작할 무렵 직원들이 돌아다니며 언덕에서 내려가야 한단다. 개방 시간이 끝났다나. 어쩐지 분수 쇼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이 좋은 명당자리에 사람들이 많지 않다 싶었다. 앞쪽으로 2~3m 정도 높이의 벽이라 사람들이 몰리면 낙상의 위험이 있어서 막는 것 같다. 안전을 위한 것이니 어쩔 수 없다.

 

 

 

앞서 둘러보다가 호수 위에 구름다리 같은 것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을 봤었다.

 

다시 가서 확인해보니 호수 위에서 분수 쇼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곳이다. 물론 무료는 아니다. 1인당 20디르함. 사람에 치이지 않고 제대로 분수 쇼를 구경하고 싶었던 터라 바로 들어간다.

 

다만 커피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단다. 따뜻한 커피와 함께 분수 쇼를 감상하려고 스타벅스에서 부러 가장 큰 컵으로 사온 것이다. 많이 남아서 단숨에 마시기도 뭐하고 버리기도 뭐해서 잠시 망설이는데 여직원이 표만 있으면 자유로이 출입할 수 있으니 커피를 자기 부스 안에 두고 분수 쇼 끝날 때마다 나와서 마시라고 한다. 자기가 절대 마시지 않고 잘 보관해주겠다는 친절한 농담과 함께.

 

 

 

물 위에서 보는 것이니 바로 눈앞에서 분수 쇼가 펼쳐진다.

 

앞에 가리는 것이 전혀 없다.

분수로 인한 물보라가 덮치는 것을 우려해야 할 판이다.

 

호수 위에 떠 있는 구름다리는 호수 한쪽 변으로 꽤 길게 떠 있다. 사람이 많지 많아서 이곳저곳 위치를 바꾸어서도 보고, 앉아서도 보고 누워서도 본다. 그러다 덮치는 물보라를 피해 몸을 날려 뒤로 피하기도 한다.

 

 

 

두바이 분수 쇼는 넓은 호수의 각기 다른 네 곳에서 동시에 시작한다.

 

각기 움직이다가도 하나로 연결되기도 한다. 분수 하나하나가 무용수다. 각기 자신의 무용을 뽐내다가 전체가 하나 되어 군무를 춘다. 분수는 조명과 함께 빛나서 한 편의 멋진 야외 발레 공연을 보는 것 같다.

 

 

 

분수가 시작하는 네 곳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 아무래도 명당이 될 것이다. 이곳에서 보니 두바이 쇼핑몰 3층인가 4층에 있는 나이키 매장이 최고의 명당으로 보인다.

 

 

 

오후 6시 첫 쇼부터 830분 쇼까지 5번의 분수 쇼를 본다.

 

한 곡에 맞춰 한 번 공연을 한다. 곡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번 공연에 평균 5분 정도 걸리려나. 그 짧은 공연이 주는 인상이 강렬하다. 웅장하기도 하고 황홀하기도 하고.

 

촬영을 하면서도 보고 그냥 보기도 한다. 언제나 눈은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며 움직이는 분수를 따라가기 바쁘다. 어제까지 합치면 9번을 봤는데도 아쉬움이 남는다. 분수 쇼가 해봐야 얼마나 하겠나 싶었는데 감동과 여운이 작지 않다.

 

 

 

두바이 분수 역시 다운타운 두바이(Downtown Dubai)를 개발한 두바이의 부동산 개발회사 에마르(Emaar)가 만들었다

 

위키백과에 의하면 두바이 분수에는 조명만 6,000개에 컬러 프로젝터가 25대나 설치되어 있고, 분수의 전체 길이가 75m에 최대 분사 높이는 500m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기술적인 부문에서는 별로 감이 오지 않는다 싶었는데 공사비용에 이르니 훅 들어온다. 두바이 분수의 공사비용이 800만 디르함, 우리 돈으로 대략 2,4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수천 억짜리 분수다.

 

 

 

물이 귀한 사막의 나라에서 물을 가지고 세계적인 볼거리를 만들어내니 역발상이 대단하다. 여기에 에미리트 몰(Mall of the Emirates)의 실내스키장까지 덧붙인다면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내일 두바이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아쉽다.

아울러 떠날 채비도 해야 하니 이 자리도 얼른 일어나야 한다.

 

 

 

숙소 근처에 와서는 역 옆에 있는 10디르함 숍에서 긴 추리닝 바지 하나와 반팔 티셔츠 하나를 산다. 품질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긴 추리닝 바지를 단돈 3천원에 샀으니 나쁘지 않다. 내일 겨울인 캅카스(Kavkaz, 코카서스(Caucasus))의 아제르바이잔으로 들어가는데 겨울옷 하나를 장만한다. 올 초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들어오면서 겨울 옷 몇 가지를 버렸었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방에서 짐을 거실로 가지고 나와서 배낭을 챙긴다. 방 안의 까탈스런 영감님 한 분이 당신 주무시고 계실 땐 불을 못 켜게 한다. 핸드폰 불도 끄라고 난리를 치신다. 그리 민감하신 분이 어찌 호스텔 도미토리에 계시는지.

 

거실에서 짐을 챙기고 있는 나를 보고 호스트가 몇 시 비행기냐고 묻는다. 대략 오전 열시쯤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정확한 시간을 모른다. 얼른 티켓을 꺼내서 보니 웬걸 오후 2시 비행기다. 그걸 여태 아침 10시 비행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나도 어지간하다. 오전 비행기를 오후 비행기로 생각한 것은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다.

 

오후 2시 비행기라면 내일 아침에 짐을 싸도 충분하다. 싸던 짐들을 방 안 사물함에 집어넣고 잠을 청한다. 오늘도 빡세게 돌아다녀서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밀려온다.

 

아쉬운 두바이의 마지막 밤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