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세계 일주 여행/아랍 에미리트( United Arab Emirates)

D+090,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2-2: 두바이의 수크(souq or souk), 전통 시장들 (20190212)

경계넘기 2021. 10. 18. 11:14

 

 

두바이의 수크(souq or souk), 전통 시장들

 

 

어제는 쇼핑몰을, 오늘은 전통 시장이다.

중동은 예로부터 상업과 무역의 나라, 시장을 아니 볼 수 없다.

 

세계 3대 상인이 있다.

중국 상인, 유대 상인 그리고 아랍 상인이 그들이다.

 

세계 3대 상인에 들만큼 아랍인들은 상업을 중시하고 상술에 뛰어나다. 예로부터 아랍의 이슬람 국가들은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중계무역을 통해서 성장했다. 특히 15세기 오스만 제국이 서아시아와 지중해 연안을 장악하고 육상과 지중해 무역을 독점하자 유럽이 인도와 중국과의 해상 무역 길을 찾아 나서면서 유럽의 대항해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었던 아랍인의 상술이다.

 

북부 아프리카, 서아시아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시장을 수크((souq(아랍어), souk(영어))나 바자(bazaar)라고 부른다.

 

수크는 아랍어에서 나왔고, 바자는 페르시아어에서 나왔다. 혼용해서 사용하는 것 같기는 한데 아랍어권에 속하는 북부아프리카나 서아시아에서는 주로 수크를 사용하고, 페르시아어권에 속하거나 페르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이란과 중앙아시아에서는 바자를 많이 쓴다. 아랍 에미리트는 아랍어권에 속하니 당연히 시장을 수크라 한다.

 

오늘 둘러볼 두바이 전통 시장은 두바이 금시장(Dubai Gold Souk)’두바이 향신료 시장(Dubai Spicy Souk)’.

 

금시장과 향신료 시장은 두바이의 구도심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라(Deira) 지역에 있는데 숙소가 있는 곳이 바로 데이라 지역이다. 걸어도 30, 4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여서 구경이나 하면서 걸어갈 생각이었으나 비가 오는 관계로 메트로를 이용한다. 2, 3정거장 정도 간 것 같은데 요금은 6다르함. 기본요금이다. 오늘은 데일리 패스(daily pass)를 사지 않았다.

 

 

두바이 금시장(Dubai Gold Souk)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금시장이라고 해서 엄청 클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크지는 않다. 지붕으로 덮인, 대충 열십자 모양의 거리에 금방들이 몰려 있고, 주변 거리와 골목에도 금방이 산개해 있다.

 

 

 

한국에서 보던 금은방들과는 상품 사이즈와 레벨이 다르다.

 

한국의 금은방에서는 반지, 목걸이, 팔찌 등의 작은 액세서리나 좀 크다 싶으면 금두꺼비, 골드바(gold bar) 정도 등이 진열되어 있는 것에 반에 이곳은 마치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나온 금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인가 싶다.

 

전시된 금 세공품들이 하나하나 작품처럼 보인다. 쇼 윈도우에 전시된 상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무척이나 쏠쏠하다. 저녁에 조명을 받거나 아예 밝은 날이면 빛이 반사되어 더 영롱할 터인데 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라 빛이 덜 발한다는 점이 아쉽다.

 

일단 목걸이나 팔찌 등도 크기와 세공이 다르다. 어마어마한 크기에 정교하게 아름다운 무늬로 디자인되어 있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어떤 것들은 마치 드레스로 보이는 것들도 있다. 넥타이와 꽃다발 모양의 목걸이도 보인다. 사람의 착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장식용이나 전시용인지 액세서리를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물론 착용을 한다 하더라도 특별한 장소에서만 하겠지만.

 

 

 

금 장신구를 두른 마네킹들의 모습이 마치 수천 년 피라미드 속에 묻혀 있던 파라오(pharaoh)들이 걸어 나온 듯하다

 

 

 

보석이나 액세서리에 별 관심이 없는 나도 이런데 여성분들은 어떨까? 동서양 여인들이 따로 없다.

 

 

 

금시장에는 듣던 대로 금 좋아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등의 동남아 금시장에서도 큰손들은 대개 중국인들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주로 단체 관광객들이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움직일 시간이 되니 한산했던 금시장이 금세 북적북적해진다.

 

이동해야할 시간이다.

 

 

두바이 향신료 시장(Dubai Spicy Souk)

 

 

 

금시장에서 조금 내려가면 두바이 향신료 시장(Dubai Spicy Souk)이 나온다.

 

서아시아의 이슬람 국가들이 동양과 서양의 중계무역을 하면서 가장 많이 취급했던 상품이 향신료다. 중국이 비단길을 열었다면 서아시아의 이슬람 국가들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의 향신료 길을 열었다고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향신료는 이곳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상품이다.

 

향신료 시장은 생활용품 시장과 연결되어 있다. 생활용품 시장(Utensils Market)이라는 간판은 보이는데 따로 향신료 시장이라는 간판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정문 위에 그랜드 수크 데이라(Grand Souq Deira)’라는 간판이 보인다. 아마도 이들 시장들을 합쳐서 부르는 정식 명칭인가 보다. 다만 예로부터 이 시장의 대표적인 상품이 향신료라 특별히 향신료 시장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것이 아닐까. 정식 명칭보다 별칭이 더 알려진 경우도 무척 많으니 말이다.

 

그랜드 수크라고 해서 우리네 남대문이나 동대문 시장을 생각하면 안 된다. 이곳도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다. 하지만 내게는 금시장보다는 흥미가 더 난다.

 

 

 

여러 가지 향신료를 파는데 사실 뭐가 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형용색색의 다양한 색깔만은 무척 아름답다. 향신료가 아니라 다양한 색깔의 물감 안료 같다.

 

곳곳에서 사프란(saffron)을 외쳐댄다.

 

호객 행위를 하는 친구들은 저마다 자기 가게의 사프란을 한번 보고 가라고 등 떠다밀 듯 한다. 사프란은 솔직히 여기서 처음 들었는데 무슨 주방세제인 줄 알았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로 금보다 비싸다고 한다. 그 비싸다는 향신료가 여기선 지천에서 판다. 대체 어떻게 생긴 향신료인지 한번 보고 싶은데 호객꾼들 등살에 한번 보자는 말을 못하겠다. 향신료를 찍은 사진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향신료 외에도 생활용품들도 팔고, 다양한 기념품들과 화려한 문양의 접시나 그릇 그리고 의류와 신발 등도 판다. 내가 이슬람 시장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슬람 시장은 색채의 마법이 펼쳐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릇 하나가 한 폭의 모자이크고, 천 하나에도 그윽한 색의 향연이다. 최고의 상인들 아니랄까봐 색깔에 맞추어 상품을 배열해서 진열하는 연출 능력도 뛰어난 것 같다.

 

 

 

향신료 시장을 나오면 두바이의 긴 만인 두바이 크릭(Dubai Creek)이 나온다. 이곳을 건너서 두바이 박물관(Dubai Museum)에 가는 길에도 의류시장, 꽃시장 등이 연이어 나온다.

 

 

 

다만 이 아름답고 생동적인 시장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절대 강자, 아랍의 호객 행위

 

 

이곳의 호객 행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집요하다고 소문난 인도의 호객 행위보다 이집트나 요르단 등 중동 국가들의 호객 행위가 몇 수 위이라는 말이 세계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오가는데 같은 중동 국가 아니랄까봐 이곳도 엄청나다. 이곳에 비하면 인도는 확실히 애교 수준이다.

 

이 친구들의 호객 행위를 나의 짧은 글이나 말로 실감나게 표현할 수가 없다. 어디서 왔냐고 물으며 반갑다고 악수하자고 하고선 손을 놓지 않고 자기 가게 들어가자고 하고, 친구라면서 어깨동무 하고 가게로 끌고 가려 한다. 사진을 찍고 있으면 사진을 찍었으니 들어가서 구경하란다. 일단 가게에 들어가면 안 사고는 못 나올 것 같은 분위기. 칼만 안 들었지 완전 골목길 강도 수준이다.

 

 

 

조금도 맘 편하게 구경할 틈을 주지 않는다.

사람이 많지 않은 오전이라 더욱 심한 듯하다.

 

두바이 전통 시장은 중동의 호객 행위 체험 차 간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해 보인다. 배낭여행을 제법 했다고 생각하는데도 불쑥 불쑥 욕이 나오려고 한다. 특히 여성 혼자 온다면 딱 성추행 각이다. 적어도 인도는 손이나 몸을 잡고 끌지는 않는다.

 

이것이 세계 최고 상인의 상술이라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두바이 장사꾼들의 호객 행위를 보자니 지구상 절대 강자라는 이집트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조차 가질 않는다. 근데 자못 이집트가 기대되는 심정은 또 뭐지?

 

두바이 전통 시장은 호객 행위를 피해 대충 훑으면서 나온다.

이곳은 사진 찍기도 힘들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