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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세르비아(Serbia)

D+193,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2-6: 사전 답사의 중요성, 기차표 사러 가는 길 (20190526)

경계넘기 2021. 12. 18. 11:01

 

 

사전 답사의 중요성, 기차표 사러 가는 길

 

 

기차표를 끊느라 정신없었던 하루이기도 하다.

 

베오그라드(Beograd)도 마음에 들지만 가야할 곳이 너무 많다. 머물고 싶다고 마냥 있자면 한도 없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가고 싶은 곳은 더 늘고, 머물고 싶은 날도 더 늘어난다. 전체 일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욱이 발칸은 나라들도 많아서 루트 짜기도 머리 아프다. 괜히 유고슬라비아 연방은 해체를 해서 여행자를 고생시키나 싶다. 하나의 나라가 7개의 나라로 되었으니 말이다. 

 

 

 

세르비아(Serbia)는 베오그라드에서만 머물고 다음 여정은 몬테네그로(Montenegro)로 가려한. 듣자니 이곳 베오그라드에서 몬테네그로(Montenegro)의 수도 포드고리차(Podgorica)로 가는 길이 무척 아름답다고 한다. 이런 길은 낮에 이동해야 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버스를 이용하려 했는데 버스는 주로 야간 버스들이다. 그나마 있는 낮 버스는 시간이 무척 애매하다. 고민을 하는 그때 숙소 사장이 오전에 출발해서 오후에 포드고리차에 도착하는 기차가 있단다. 야호! 국제 열차는 생각지 못했다. 진작 말을 하지! 기차가 있다면 당연히 기차지. 다만 시내에 있는 베오그라드 기차역(Belgrade Railway Station)은 현재 폐쇄되어서 몬테네그로 가는 국제 열차는 외곽에 있는 Topcider란 역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직접 역에 가지 않고도 시내에서 기차표를 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위치를 잘 모르는 역이니 답사 겸 직접 가서 사기로 한다. 시내에 있는 베오그라드역이라면 어제 도착한 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있기에 위치를 잘 알고 있다. 이런 경우 어디서 사든 상관이 없지만 Topcider역은 초행길이다. 길을 알아두어야 마음이 편하다. 시간 안배하기도 좋고.

 

 

 

숙소 사장이 알려준 대로 버스 타는 곳을 찾아서 간다.

 

버스 한번 타면 간다는데 버스 타는 곳까지가 숙소에서 꽤 멀다. 겨우 정류장을 찾아 알려준 36번 버스를 탔는데 노선이 바뀐 것인지 기차역에 가지 않는다. 종이에 적은 기차역 명을 보여주지만 뭐라 뭐라 말을 하며 고개만 좌우로 돌린다. 기사님이 영어가 전혀 안되니 더 이상 물어볼 수도 없다. 종점에 내렸는데 허허벌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탈 때 기사에게 확인을 해두는 것인데 설마 현지인 숙소 사장이 잘못 알았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한참을 걸어서 트램을 잡아타고 겨우 다시 시내로 나온다.

 

시내 정류장에서 주위 분들에게 Topcider역에 가는 법을 물어보지만 영어를 하시는 분들이 없어서 쉽지가 않다. 그때 한 분이 다가와 서투른 영어로 알려주신다. 베오그라드역으로 가서 그 앞에서 3번 트램을 타란다. 정류장에 앉아 계시던 아주머니 한 분은 당신도 베오그라드역 근처로 가신다며 나를 역까지 안내해 주신다. 분명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시던 분이었는데 나를 안내해주시느라 일부러 걸어가시는 것 같다. 미안하고 감사하다.

 

베오그라드역 앞에서 3번 트램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타기 전에 겸사겸사 베오그라드역 안이나 구경하자는 생각이 든다. 들어가 보니 정말 베오그라드역 안 플랫폼은 거의 폐허상태, 공사를 하려고 하는 것 같긴 하는데 아직 시작은 하지 않았나 보다. 구경하고 나오다 역 안에 표를 파는 창구가 하나 열려 있어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몬테네그로 가는 기차를 물어보니 역시나 여기서는 팔지 않는단다. 그러면서 Topcider역에 가는 법을 알려주는데 3번 트램이 아니라 3번 버스란다. 이런! 또 엉뚱한 곳에 갈 뻔 했다.

 

 

 

그런데 베오그라드역 앞 정류장 표지판에는 3번 버스가 없다.

 

하도 뺑뺑이를 돌아서 좀 불안하긴 하지만 역무원이 말한 것이니 틀리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달리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한참을 기다리니 진짜 3번 버스가 온다. 버스를 타고 한 20분 달려서야 겨우 Topcider역에 도착한다. 그런데 아무리 임시라지만 국제 열차가 출발하는 역이 거의 시골역 수준이다. 역 주변에도 맞은편 구멍가게 하나 빼고는 아무 것도 없다. 사실 버스도 잘못 내려서 한 정거장 정도 걸어왔다.

 

오전 9시에 숙소를 나와서 역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2시니 반나절이 훌쩍 지났다.

 

사람도 거의 없는 한산한 시골역에서 편하게 기차표를 산다. 요금은 2,660디나르(Dinar). 1디나르가 11.5원 정도 하니 3만 원 살짝 넘는 돈이다. 그리 비싸지는 않다.

 

길을 아니 시내로 나오는 길은 편하다.

 

 

 

고생은 했지만 미리 와봤으니 천만다행이다.

 

시내에서 기차표 예매하고 당일 숙소 사장이 알려준 대로 왔다면 기차는 기차대로 놓치고 배낭은 배낭대로 메고 제대로 뺑이 칠 뻔 했다. 여행 중에는 공항이나 기차역에 보통 2~3시간 전에 도착하도록 여유 있게 움직이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이곳은 제대로 늦을 각이다.

 

 

 

잘못 도착했서도 택시를 타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럴 때 머피의 법칙이 제대로 작동한다.

 

서두르는 모습을 귀신 같이 알아챈 기사에게 바가지 옴팡 쓸 수 있다. 아니더라도 한 국가를 떠날 때는 현지 돈을 대부분 사용한 후라 택시비의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달러를 줄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 원래 요금보다 더 많이 요구한다. 또한 당연히 거스름돈은 주지 않는데 가지고 있는 달러가 50달러나 100달러 화폐밖에 없다면...... 정말 생각하기도 싫다.

 

급할 때 머피의 법칙이란 정말 어이없이 다가온다.

 

현지 돈이 넉넉하게 있고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다하더라도 기사가 목적지를 혼동해 엉뚱한 곳에 내려주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난 분명 Topcider 역이라 했는데 기사는 엉뚱한 Topcider 호텔로 데려다 준다든지, 기차역이라 했는데 공항에 데려다 준다든지 말이다.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서 나오는 일이다. 말이 통하고 지리를 알면 택시가 잘못 간다 싶으면 다시 확인을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니 사단이 난다. 잘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택시를 탈 때도 이런 경우들이 종종 있었을 것이다. 특히 잘 모르는 지방에서 택시 탔을 때 말이다.

 

 

 

그래서 귀찮더라도 중요한 여정은 답사를 미리 해둔다.

돌다리도 두드려 본다는 심정으로.

오늘처럼.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