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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94,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3-1: 빗속의 베오그라드 (20190527)

경계넘기 2021. 12. 20. 06:39

 

 

빗속의 베오그라드(Beograd)

 

 

하늘이 흐린 날은 도미토리 숙소도 늦게 시작한다.

 

햇살이 비취지 않으니 그렇지 않아도 어두운 도미토리 방이 더 어둡다. 다들 잠에 빠져 있어서 이른 아침인가 싶었는데 시간은 이미 아침 8시를 향해가고 있다.

 

숙소를 나서면서 혹시 몰라 우산도 챙긴다. 동유럽에 들어오면서 비가 자주 내리다 보니 날씨가 조금만 흐려도 우산을 챙긴다. 두바이(Dubai)에서 산 3천 원짜리 우산을 잘 써먹는다. 이래 뵈도 3단 자동 우산이다.

 

오전 11시 넘어 숙소를 나선다. 숙소에서 10분 거리에 중심거리인 크네자 미하일라(Kneza Mihaila)거리가 있다. 역시나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제법 비가 내린다.

 

얼른 눈에 보이는 카페로 들어간다. 베오그라드(Beograd)에서는 처음 찾은 카페다. 동유럽에 들어오면서 일정을 촉박하게 잡다보니 동유럽 첫 국가였던 루마니아 소피아(Sofia) 이후로는 카페에 들어갈 여유조차 갖기가 어렵다. 그나마 소피아에서는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도 마시고 글도 쓰곤 했는데 이후로는 34일이나 23일의 일정으로 다니다 보니 카페에 앉아 여유를 부릴 시간이 거의 없다. 조금 더 길게 잡는다 하더라도 근처의 다른 도시 일정을 넣다보니 마찬가지다. 싫어하는 찍땡(찍고 땡) 여행을 하고 있다.

 

비가 다시 여유를 가져다준다.

 

오늘도 몇 군데 일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비가 오니 움직이고 싶어지지가 않는다. 이국의 빗속 풍경은 참 마음 설레게 한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든 나름의 빗속 풍경이 있지만 유럽의 석조 건물 사이에서 느끼는 풍경은 뭐랄까 고전적인 분위기가 있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구수한 한 잔의 커피가 무척 잘 어울리는.

 

 

 

빗속의 베오그라드의 일상 풍경을 읽는다.

 

무언가를 열심히 이야기하는 내 옆자리 친구들, 나처럼 비를 피하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우산을 쓰고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 비 오는 베오그라드도 여느 도시와 다르지 않다. 여행에는 이런 여유가 필요한 법이다. 그래야 안 보이는 것도 보인다.

 

비 내리는 날이라 그런지 평소보다는 무척 한산하다. 항상 인파로 넘쳐나던 모습만 보다 이렇게 고즈넉한 거리를 보고 있으니 이제야 완연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인파에 가려 보이지 않던.

 

 

 

비 피해 들어오긴 했는데 일어나고 싶지가 않다.

 

, 아까 올라오면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숙소 가는 길의 아이스크림 가게인데 항상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었다. 마침 사람이 없어서 사먹어 보았다. 두 스푼 콘이 290디나르(Dinar). 우리 돈으로 3천원 꼴이다. 이곳 물가를 생각하면 엄청 비싼 가격. 맛은 있지만 이 가격만큼 하는지는 모르겠다.

 

베오그라드는 길거리 음식이 많아서 맘에 든다. 소피아도 길거리 음식이 많았다. 거리마다 조각피자나 빵 등을 파는 곳이 많아서 쉽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는데 이곳은 소피아 이상이다. 조각피자나 샌드위치, 빵을 파는 가게들이 많다. 가격도 대충 100디나르(Dinar) 안팎이다. 1디나르가 11.5원 정도 하니 1000원 안팎이다. 슈퍼에서 파는 맥주 가격은 물론이고 생맥주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가난한 배낭여행자가 맥주 한 잔 마시며 식사 한 끼 때우기가 어렵지 않다.

 

 

 

여기에 시가지 곳곳에서 저렴한 아시아 식당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아시아 음식이라지만 주로 중국 음식점. 뷔페식으로 운영하고 음식 종류도 10~15가지다. 접시의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큰 접시가 500드나르 정도 했던 것 같다. 우리 돈으로 5~6천 원 정도다. 몇 가지 음식을 고르면 담아 준다. 맛도 한국의 중국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식당답게 고기 요리도 많고, 여기에 볶음밥! 큰 접시에 가득 담으면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다. 맛도 나쁘지 않고 그간 느끼했던 위에 부족했던 영양을 공급할 수 있다. 간만에 살찌는 기분이다.

 

이런 곳을 34일 만에 떠나야 하니 아쉬울 뿐이다.

 

 

 

저녁에 숙소에 있는데 한국인 젊은 여행객이 왔다. 차를 가지고 혼자 여행하는 친구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여행을 하고 있다. 영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한국에서 좀 사는 집인지 돈 걱정 없는 친구다.

 

같이 저녁이나 하러 가자해서 나왔는데 역시 비싼 레스토랑을 고른다. 돈은 좀 들었지만 덕분에 매번 길거리 음식으로 끼니를 해치우다 제법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다.

 

베오그라드의 마지막 밤에.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