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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94,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3-3: 발칸의 여행 루트 (20190527)

경계넘기 2021. 12. 27. 13:23

 

 

발칸(Balkan)의 여행 루트

 

 

유럽의 여행 루트는 정말 복잡하다.

 

동유럽이라고 다를까.

여기에 발칸을 넣으니 루트가 자꾸 꼬인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나의 동유럽 루트는 단순했다. 잡다한 나라들은 쳐버리고 주요 나라들만 다닐 생각이었다. 사실 주요 국가들 외에는 아는 곳도 많지 않았을 뿐더러 대개 고만고만하고 비슷한 나라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이번 세계여행에서는 유럽보다는 처음 가보는 남미와 아프리카에 보다 집중할 생각이었다.

 

한국에서 처음 생각한 동유럽 루트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불가리아 소피아 ->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 헝가리 부다페스트 -> 오스트리아 빈 -> 체코 프라하 -> 독일 베를린으로 가는 북상 길이었다. 이스탄불에서 베를린까지 정말이지 단순하고 예쁜 대각선 직선의 루트가 나온다. 동유럽을 종단하는 최단길이 아닐까 싶었다. 시기적으로도 뜨거운 유럽의 여름을 피해가는 길이기도 했다.

 

 

동유럽 첫 여행 루트 

 

자고로 여행 계획이란 바뀌라고 있는 법이다.

 

한국을 떠나기 직전이었다. 유럽 배낭여행을 했던 친구 놈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도시 하나만 추천해 보라고 했더니 대뜸 폴란드의 크라쿠프(Kraków)를 말하는 거다. 그때만 해도 크라쿠프는 들어본 적도 없던 도시였다. 친구가 다녔던 숱한 유럽의 도시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곳이라니 궁금해서라도 바로 폴란드를 넣어버렸다. 동유럽 루트가 단순한 대각선 직선에서 국자 모양으로 바뀌었다.

 

 

폴란드 포함 동유럽 여행 루트

 

여기서 끝이겠는가!

 

여행 중에 이 친구 저 친구 만나다 보니 이놈 저놈 저마도 추천을 해주어서 가야할 곳, 가고 싶은 곳이 점점 늘어났다.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만난 슬로바키아 친구는 자기 나라 슬로바키아는 제쳐두고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를 추천했다. 덕분에 불가리아에서 루마니아로 빠져버렸다.

 

 

 

발칸이 아름답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특히 루마니아 브라쇼브(Brasov)에서 만난 이탈리아 커플이 그랬다. 한 대의 오토바이를 타고 이탈리아에서 발칸을 거쳐 루마니아에 온 커플이었다. 둘이 한결같이 발칸의 그림 같은 풍경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다른 때는 그다지 귀가 얇다고 생각을 안 하는데 어찌 여행 다닐 때에는 이리도 얇은지, 그렇지 않아도 계속 망설이고 있었던 터라 발칸을 가기로 했다.

 

발칸이 여행 일정에 추가되니 루트가 복잡해졌다.

 

원래 계획에서 발칸은 불가리아와 세르비아 정도였다. 막상 본격적으로 발칸을 여행하려하니 이 조금한 반도가 여간 복잡하지가 않다. ()유고슬라비아가 해체되어 생긴 독립 국가만 7개 국가. 여기에 이미 거쳐온 불가리아, 루마니아에 아직 가지 않은 그리스와 알바니아까지 11개 나라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다 가자니 그렇고 어디를 빼자니 또 그렇다.

 

 

발칸 (출처: wikipedia)

 

루마니아에서 발칸을 돌기로 최종 결정을 했기에 일단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 올라갔다가 그곳에서 발칸으로 다시 남하하기로 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불가리아, 루마니아, 헝가리 거쳐서 발칸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루마니아에서 바로 세르비아로 들어오지 않고 헝가리까지 간 이유는 발칸의 마지막 여정이 될 슬로베니아에서 다음 루트를 좀 편하게 짜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역사적으로 헝가리와 발칸의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지금의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영토를 수백 년 간 지배했기 때문이다. 그런 저런 일로 발칸에서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도 했고. 그냥 역사를 따라 가보고도 싶었다.

 

 

이스탄불에서 베오그라드까지의 발칸 여정

 

발칸을 여행하기로 하고 세운 계획은 그리스를 제외하고 발칸의 모든 나라를 갈 생각이었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 코소보 프리슈티나(Pristina) -> 북마케도니아 스코페(Skopje) -> 알바니아 티라나(Tirana) ->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Podgorica)와 코토르(Kotor) ->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Dubrovnik) -> 보스니아 사라예보(Sarajevo) -> 크로아티아 자그레브(Zagreb) ->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Ljubljana) 루트였다. 모두 총 8개 국가 10개 도시에 대략 2,024km의 여정이었다.

 

 

발칸 여행 루트 (초안)

 

베오그라드에서 최종적으로 코소보, 북마케도니아, 알바니아를 제외하기로 했다.

 

코소보와 알바니아가 그다지 볼거리가 많지 않고 치안도 불안하다는 말을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결정을 못하고 있다가 베오그라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다시 한참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하는 길도 귀찮고 가야할 유럽 길도 아직 많이 남아서였다. 어차피 그리스를 제외하니 나중에 그리스 여행할 때 시간 내서 이쪽까지 돌기로 했다. 덕분에 코소보 아래 북마케도니아도 제외했다.

 

 

발칸 여행 루트 (최종)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다음 여정지가 몬테네그로의 수도 포드고리차(Podgorica)지만 사실 몬테네그로의 진정한 목적지는 코토르(Kotor). 조지아에서 만난 친구가 너무 상업화된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Dubrovnik)보다 분위기나 풍경은 두브로브니크와 비슷하면서도 덜 상업화된 코토르를 추천했기 때문이다. 작은 두브로브니크라고 했다. 당연히 물가도 훨씬 싸고 번잡하지도 않고. 게다가 두브로브니크는 요즘 한국 여행객들에게 너무 핫해서 숱한 한국인 단체여행객을 만나게 될 것이라도 했다. 포드고리차는 거쳐 가는 곳이다. 베오그라드에서 낮 기차를 타면 포드고리차에 오후 늦게 떨어지기 때문에 그곳에서 1박만 하고 바로 코토르로 빠질 생각이다.

 

일정에서 아직 미정인 곳은 두브로브니크다. 코토르와 비슷하다고는 하나 그냥 지나치기에는 요즘 너무 핫한 여행지다. 더불어 나중에 코토르와 두브로브니크를 비교해서 추천하려면 하루라도 가봐야 한다. 코로트에서 가깝기도 하고 다음 여정지 가는 길이기도 하다. 두브로브니크는 최종 코토르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이스탄불에서 발칸으로 들어와서 베오그라드까지 2,215km를 달렸고, 앞으로도 베오그라드에서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까지 1,418km를 달릴 예정이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를 합쳐서 발칸의 여행 루트를 보면 대략 S자를 오른쪽으로 90도 돌린 모양이다. 남북, 즉 종으로 갔다왔다하고 있다.

 

일정이 확정되니 일단 속이 시원하다.

이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