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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오스트리아(Austria)

D+209, 오스트리아 빈 1-4: 음악의 도시 빈, 3유로에 오페라를 보다 (20190611)

경계넘기 2022. 4. 22. 11:33

 

 

음악의 도시 빈(Wien), 3유로에 오페라를 보다

 

 

문든 시계를 보니 오후 6시가 훌쩍 넘어간다.

! 오페라 보러 가야하는데.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Ljubljana)에서였다. 같은 방에 묵었던 한국인 여행객으로부터 빈에서 3유로에 오페라를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페라 시작 80분 전에 가면 입석 티켓을 3유로에 판다는 것이다. 빈의 숙소에서도 그 친절한 숙소 스텝이 그 사실을 알려 주었다.

 

빈은 자타공인 음악의 도시다.

 

하이든,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브람스, 슈트라우스, 쇤베르크 등 음악 시간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서양 음악가들. 그들이 근거지로 삼았던 도시가 바로 빈이다. 음악의 천재 모차르트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Salzburg)가 고향이다. 이번에 가려 했지만 숙소가 없어서 못간 곳이다. 누가 뭐라 해도 빈은 전통의 음악 도시. 그곳의 중심 빈 국립 오페라 극장(Wiener Staatsoper, Vienna State Opera)’에서 오페라를 보려 한다.

 

서둘러 빈 국립 오페라 극장으로 간다.

 

다행히 오페라 극장은 호프부르크 왕궁 바로 옆이다. 건물 옆으로 사람들의 줄이 보인다. 입석 티켓을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분명하다. 나도 줄을 서서 기다린다. 설마 내 앞에서 끊기는 것은 아니겠지.

 

 

 

! 드레스코드를 생각 못했다.

 

앞에서 오페라 극장 직원들이 복장이 불량한 사람들을 솎아내고 있다. 난 지금 7부 반바지에 샌들. 긴바지를 입으려다 너무 더워서 반바지를 입었는데 긴바지를 입지 않은 후회가 밀려온다. 티켓을 사기 전에 확인해야 한다. 직원을 불러서 내 복장이 가능한지를 물어본다. 자기 선에서 결정하기가 힘든 듯 다른 직원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괜찮다고 말해 준다.

 

극장 안 공연장으로 들어가려니 직원이 다시 제지한다.

 

드레스 코드에 맞지 않는단다. 입장권 사는 곳에서 이미 다른 직원에게 확인을 받았다고 하니 직책이 있는 다른 사람에게 나를 데려간다. 그 사람이 직원에게 몇 마디를 건네고 나에게도 한 마디를 한다. “다음에는 꼭 제대로 차려입고 오세요!” 자신들의 드레스 코드에는 맞지는 않지만 모르고 온 여행객이니 오늘만은 허가하겠단다. 반바지에 샌들을 신은, 그들의 드레스 코드를 심각하게 훼손한 여행자를 받아준 비의 오페라 극장에 감사한다.

 

 

계단 가운데 서 있는 두 직원들이 잡았다

 

드레스 코드.

 

공연장이나 식당 등을 들어갈 때 특정의 드레스 코드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나 같이 자유분방한 사람은 무지 구태의연한 것으로 느낀다. 뿐만 아니라 그런 것들이 일종의 차별과 계급을 조성하는 제도적 장치로 생각한다. 사실 음악 감상과 의상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 또한 문화이고, 그것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침해하지 않는 이상 존중해야 하는 것이 여행자의 기본자세라 생각한다. 사실 유럽이 사람의 외양을 따지는 데에 특히 심하다는 것을 알기에 유럽에 들어오면서 일부러 깔끔한 셔츠를 2개나 샀다.

 

 

 

공연 시작 전에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을 둘러본다.

 

극장 자체도 아름답고 웅장하다.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ropolitan Opera)’, 이타릴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La Scala)’와 함께 세계 3대 오페라 하우스라 하더니만 그 말이 허언이 아니었나보다. 일단 규모 자체가 이번 여행 중에 오페라를 봤던 아르메니아나 조지아의 오페라 극장과는 격을 달리한다. 아울러 건물 내외관의 화려함은 극장 자체가 하나의 건축사적 작품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쉽게도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은 1955년에 복원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중인 1945년에 완전히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원래의 건물은 1869년에 건축되었다. 앞서 언급했던 19세기말 링슈트라세를 따라 지어졌던 링슈트라세 양식(Ringstraßenstil)의 첫 건물이었다. 전쟁으로 붕괴되었지만 빈 시민들의 눈물겨운 성금으로 1955년에 다시 지어졌다. 같이 붕괴되었던 시청사보다 먼저 복원되었다고 하니 음악의 도시 빈의 시민들이 이 오페라 극장에 가졌던 애정을 알만 하다.

 

건물의 외관은 옛 모습 그대로 화려한 장식의 르네상스 부흥 양식(Renaissance Revival)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네오 르네상스 양식으로도 불리는 르레상스 부흥 양식이 어떤 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많은 장식이 주는 화려함만은 능히 알 수 있다. 특별히 새 건물이 아닌 세월의 흐름을 간직한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이 건물을 봤을 때 현대에 재건된 건물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건물 외관 못지않게 건물 내부도 화려하다.

특히 건물 안 벽과 천정을 덮은 프레스코화도 화려하고 강렬하다.

 

 

 

3유로에 빈의 오페라 극장에서 비싼 오페라를 감상한다.

 

적어도 100유로 이상 되는 오페라다. 입석이라고 해서 공연장 벽이나 계단에 서서 보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입석 좌석이 따로 있다. 1층 맨 뒤와 내가 있는 4층인가 좌우 맨 끝에 있다. 4층은 벽면에 가려 시야가 좋다. 다리도 아프고, 졸음도 오지만 쉬는 시간 틈틈이 계단에 앉아서 눈을 붙이면서 열심히 본다. 급하게, 정신없이 들어오느라 오페라의 제목조차 모르지만 빈에 온 첫날 자타공인 음악의 도시에서 본 오페라다. 이번 여행에서는 아르메니아 예레반, 조지아의 트빌리시 이후 세 번째다.

 

 

 

오페라 공연은 돈 파스콸레(Don Pasquale)’.

 

가에타노 도니체티(Gaetano Donizetti)의 대표적인 오페라다. 한 구두쇠의 이야기를 다룬다. 시끄러운 것을 유난히도 싫어하는 부자가 조신하다고 알려진 한 여인과 결혼을 한다. 하지만 곧 그녀가 무척이나 소란스런 성격일 뿐만 아니라 과소비를 일삼는 여인임을 알게 되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린다. 후반에 엄청난 반전이 숨어 있는 오페라다.

 

 

 

게다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Berliner Philharmoniker)와 함께 세계 최정상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Wien Philharmonic Orchestra)가 연주한다.

 

 

 

7시에 시작한 공연은 930분에 끝난다.

 

공연을 보고 나오니 어둠이 깔려 있다.

밤에 조명을 받은 빈은 더욱 화려하다.

 

바로 숙소로 가지 않고 빈의 야경을 더 볼 생각으로 구시가지의 중심인 슈테판 대성당(Stephan Cathedral)이 있는 광장으로 간다. 그곳에서 밤의 슈테판 대성당을 둘러보고 메트로를 타고 숙소로 돌아온다.

 

 

 

저녁 빈의 중심가에는 가게를 찾기가 어렵다.

 

물 하나 사기가 어렵다. 목이 말라서 가게 찾아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끝내 찾지 못하고 카페에서 맥주를 사서 목을 축였다. 편의점이란 개념이 아예 없나 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