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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10, 오스트리아 빈 2-3: 구시가지 산책 3, 링슈트라세의 건축물 (20190612)

경계넘기 2022. 4. 28. 15:11

부르크 극장 (Burgtheater)

 

 

(Wien) 구시가지 산책 3, 링슈트라세(Ringstraße)의 건축물

 

 

오후 6시 퇴장 방송과 함께 빈 미술사 박물관을 나온다.

 

아직도 밖은 한낮같이 환하다. 여름의 초입에 들어선 유럽의 낮은 길어도 너무 길다. 오전 쇤부른 왕궁(Schönbrunn Palace)에서 오후 호프부르크 왕궁(Hofburg Palace)과 이곳 빈 미술사 박물관(Wien Museum of Art History)까지 가봐야 할 곳들을 숨가쁘게 돌파했다.

 

다리도 아프고, 왕궁과 미술관을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집중해서 둘러보니라 머리도 멍해졌는데 여전히 해는 중천에 떠 있다. 반드시 가봐야 할 곳들, 즉 의무방어전은 대충 끝냈으니 이제는 진짜 산책하듯 편하게 구시가지를 걸어본다. 걷다가 쉬다가.

 

 

링슈트라세(Ringstraße)

 

 

 

구시가지로 가는데 링슈트라세(Ringstraße)가 눈에 들어온다.

 

쌍둥이 박물관이 있는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Maria-Theresien-Platz)을 나서면 바로 순환 도로, 링슈트라세가 나온다. 이 도로 건너 호프부르크 왕궁의 '외부 성문(Outer Castle Gate)'이 바로 보인다. 독일어로 순환 도로를 링슈트라세라고 한다. 영어로는 ring road. 구시가지로 들어가려면 이 도로를 건너 외부 성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빈의 시가지는 링슈트라세 안과 밖으로 구분한다.

 

빈의 구시가지는 링슈트라세가 감싸고 있다. 구시가지의 중심은 링슈트라세 안이다. 링슈트라세는 원래 빈의 구시가지를 방어하던 성벽이 있던 자리다. 19세기 중엽 성벽을 허물고 그 자리에 폭 56미터의 순환 도로, 링슈트라세를 만들었다. 성벽을 부순 이유는 도시를 확장하는데 성벽이 장애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1809년에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이 성의 주요 요새들을 박살내버려서 이미 군사적 기능을 상실했었다.

 

링슈트라세가 들어선 이후 19세기 말에는 이 링슈트라세를 따라 공공건물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들 공공건물들은 고전(Classical), 고딕(Gothic), 르네상스(Renaissance), 바로크(Baroque) 등 다양한 옛 건축 양식들을 절충한 역사주의(Historicism) 양식으로 주로 지어졌다. 이런 방식이 이곳만의 독득한 특성이 되면서 이들 건축물들을 특별히 링슈트라세 양식(Ringstraßenstil)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링슈트라세를 걸으며 링슈트라세 양식의 건축물들을 보고 싶어졌다.

 

19세기 말 링슈트라세를 따라 세워진 건축물은 많지만 그들 중 유명한 건축물로는 빈 국립 오페라 극장(Wiener Staatsoper, Vienna State Opera), 빈 미술사 박물관(Wien Museum of Art History)과 빈 자연사 박물관(Wien Museum of Natural History), 정의의 궁전(Palace of Justice), 오스트리아 의회의사당(Austrian Parliament Building), 빈 시청사(Wien City Hall), 부르크 극장(Burgtheater) 등이 있다.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을 시작점으로 링슈트라세를 따라 시계 방향으로 걸으면 나오는 건축물 순이다.

 

 

최초의 링슈트라세 건축물, 빈 국립 오페라 극장
Wien State Opera

 

 

링슈트라세 양식의 첫 건축물은 1869년에 건축된 빈 국립 오페라 극장(Wien State Opera)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공습으로 완전히 붕괴되었다가 1955년에 재건되었다. 처음 지어졌던 모습 그대로 복원하느라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한다.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은 화려한 장식을 자랑하는 네오 르네상스(Neo-Renaissance) 양식-또는 르네상스 부흥(Renaissance Revival) 양식-으로 지어졌다.

 

어제 이 극장에서 오페라 공연까지 봤으니 굳이 다시 갈 필요는 없다.

 

 

 

 

빈 미술사 박물관과 빈 자연사 박물관
Wien Museum of Art History & Wien Museum of Natural History

 

 

방금 보고 나온 쌍둥이 건물이다.

 

두 건물은 독일의 건축가인 고트프리트 젬퍼(Gottfried Semper)와 카를 하제나우어(Carl Hasenauer)가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었다고 한다. 1871년에 건설을 시작해서 자연사 박물관이 1889년에, 미술사 박물관은 1891년에 개장했다. 두 건물 역시 19세기말 링슈트라세를 따라 지어진 링슈트라세 양식(Ringstraßenstil)의 대형 건축물 중에 하나다.

 

이 건물들도 지금 보고 나왔으니 시간을 아꼈다.

 

 

빈 자연사 박물관 (Wien Museum of Natural History)
빈 미술사 박물관 (Wien Museum of Art History)
빈 미술사 박물관 뒷모습

 

 

정의의 궁전
Palace of Justice

 

 

빈 미술사 박물관에서 나와 링슈트라세를 따라 시계 방향으로 걷는다.

 

박물관 건물을 등지고 왼쪽으로 걷는 길이다. 어찌되었든 링슈트라세 양식의 빈 국립 오페라 극장과 두 개의 박물관은 봤으니 다음으로 나오는 정의의 궁전(Palace of Justice)은 링슈트라세 산책에서 보는 첫 건축물인 셈이다. 박물관에서 멀지 않다. 한 블록 정도 걸으니 나온다. 말이 한 블록이지 사실 빈 자연사 박물관 뒤의 뒤 건물이다.

 

정의의 궁전이라 하니 뭔가 싶겠지만 법원 건물이다. 오스트리아 대법원, 빈 고등 지방 법원, 빈 검찰청, 빈 지방 법원 등이 함께 들어가 있다고 한다.

 

 

 

정의의 궁전은 1881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네오 르네상스(Neo-Renaissance) 양식으로 지었다. 오페라 극장, 자연사와 미술사 박물관도 그렇고 대체로 네오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들이 내 눈에는 외부 장식도 많고 화려한 것 같다. 정의의 건물 역시도 화려한 외관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오페라 극장에서부터 줄줄이 다 네오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이다.

 

19277월 법원의 판결에 불만을 품은 빈 시민들이 정의의 궁전 앞에서 시위를 버리다 건물 안으로 진입해 불을 질렀다고 한다. 이 방화로 건물의 상당 부분이 불에 탔다고 한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도 경찰의 총격으로 수십 명이 주고, 수백 명이 부상을 당했다. 화재로 불 탄 건물은 1931년에 다시 복원되었다.

 

 

오스트리아 의회의사당
Austrian Parliament Building

 

 

정의의 궁전 바로 옆이 오스트리아 의회의사당(Austrian Parliament Building).

 

그런데 제대로 공사 중이다.

건물 주변을 모두 높은 펜스로 둘러쳐서 거의 지붕 부분만 보인다. 망할!

 

 

 

의회의사당은 1874년에 착공해서 1883년에 완공했다.

 

이 건축물은 그리스 부흥(Greek Revival) 양식으로 지었다고 한다. 의회의사당을 그리스 부흥 양식으로 지은 이유는 민주주의가 고대 그리스에서 나왔기 때문이란다. 건축 양식과 건물 용도가 나름대로 의미를 갖는다. 의회의사당도 1945년 연합군의 대공습으로 철저히 파괴되었다가 1956년에 재건되었다고 한다. 그리스 부흥 양식으로 지어진 유럽의 대표적인 건물 중의 하나라고 하는데 제대로 볼 수가 없어 안타깝다.

 

 

원래는 이런 모습 (출처: wikipedia)

 

 

빈 시청사
Wien City Hall

 

 

오스트리아 의회의사당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빈 시청사(Wien City Hall)가 나온다.

 

여기도 공사 중.

그나마 이곳은 정면부만 가리고 있다.

 

의회의사당과 함께 1983년에 완공된 건물이다. 원래 링슈트라세 안의 구시가지에 옛 시청사가 있었는데 도시가 급속히 커지면서 옛 청사가 작아졌다고. 링슈트라세가 건설되고 도로 양편으로 공공건물이 들어서자 시청사도 이때다 싶어 확장해서 이전한 것이라 한다. 건축 양식은 가운데 우뚝 솟은 첨탑이 특징인 네오 고딕(Neo-Gothic) 양식이란다. 네오 르네상스 양식만 화려한 줄 알았는데 네오 고딕 양식도 무척이나 화려하고 멋있다.

 

 

원래는 이런 모습 (출처: wikipedia)

 

시청사 앞 광장에서 퀴어 축제(queer festival)를 한다.

 

어째 무지개 문양이 많이 등장한다 싶었는데 퀴어 축제다. 생각해 보니 어제 오페라 극장에도 지금 시청사와 마찬가지로 무지개 플래카드가 길게 걸려 있었다. 도로 횡단보도도 무지개다.

 

행사 안내문을 보니 EuroPride로 되어있다. 확인해 보니 범유럽의 국제 퀴어 행사다. 매년 도시를 바꿔가며 하는 행사란다. 올해는 빈인가 보다. 퀴어 행사를 직접 본 적이 없어서 살짝 들어가고 싶은데 입장료가 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들어가 보겠는데 아쉽다.

 

 

빈 시청사와 링슈트라세

 

 

부르크 극장
Burgtheater

 

 

시청사 바로 맞은편에 부르크 극장(Burgtheater)이 있다.

시청사 앞의 광장을 지나 무지개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극장이다.

 

 

 

부르크 극장은 쇤부른 왕궁(Schönbrunn Palace)을 지은 마리아 테레지아(Maria Theresia) 여제(女帝)에 의해 1741년에 지어진 합스부르크 왕가의 전용 극장, 즉 왕실 극장이다. 유명 오페라 작품들의 초연이 펼쳐진 곳이라는데 특히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후궁으로부터의 도주’, ‘여자는 다 그래등 세 편이 초연되었다고 한다.

 

18세기에 건설되었다고 하니 의아할 터다. 링슈트라세가 건설되기 한참 이전이기 때문이다. 사실 1741년에 지어진 원래의 극장은 호프부르크 왕궁(Hofburg Palace)의 미하엘 광장(Michaelerplatz)에 있었다. 그러다 1888년에 이곳으로 이전했다. 이 극장도 제2차 세계대전 중 파괴되었다가 1955년에 재건다고 한다.

 

여러 양식의 건축물을 보다보니 대충 어떤 양식의 건물인지 감이 잡힌다. 역시나 부르크 극장도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내부는 로코코 양식이라네. 로코코는 또 뭐지?

 

 

 

빈은 거리마저도 박물관이 된다.

 

부르크 극장을 마지막으로 링슈트라세의 건축물 답사를 마친다. 저녁 8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임에도 저녁이라는 단어가 어색하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