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세계 일주 여행/체코(Czech Republic)

D+211, 체코 프라하 1-4: 낮과 밤의 프라하 구시가지 (20190613)

경계넘기 2022. 5. 8. 13:00

 

 

낮과 밤의 프라하 구시가지(Praha Old Town)

 

 

신시가지의 바츨라프 광장(Wenceslas Square)이 끝나는 곳에서 구시가지가 시작한다.

 

 

프라하 구시가지
Praha Old Town

 

 

프라하(Praha)의 올드타운

 

거미줄 같이 복잡하고 구부러진 구시가지의 골목길이 긴 세월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팽창한 시가지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때론 좁고 복잡하긴 하지만 그래서 더 정감이 가는 올드타운이다.

 

 

 

프라하 구시가지는 9세기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프라하에 정착한 것은 기원전으로 훌쩍 올라간다. 하지만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9세기 말 프라하성(Prague Castle)이 건립되면서부터라고 한다. 프라하는 체코의 전신인 보헤미아 왕국(Kingdom of Bohemia)의 수도 그리고 몇몇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거주 도시로서 꾸준히 번성했다.

 

 

 

지붕 없는 건축 박물관

 

프라하는 제1, 2차 세계대전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빈(Wien)만 해도 시가지 주요 건물들 중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 공습으로 파괴되어 전후에 재건된 건물이 상당수다. 반면에 프라하는 세계대전의 직접적인 화마를 겪지 않았다. 덕분에 9세기부터 지금까지의 건축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 시대의 흐름에 따른 다양한 건축 양식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건축 양식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획일적인 건물들이 아니라는 사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양한 양식과 시대를 가진 건축물들이 골목길 하나에도 가득하다. 어찌 보면 무질서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건축 양식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양식만 보고서도 그 건물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를 유추해볼 수 있을 게다.

 

 

 

 

구시가지 광장
Old Town Square

 

 

구시가지의 굽은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니 확 트인 넓은 광장이 나온다.

 

주변은 아름다운 옛 건물들과 성당 그리고 시계탑 건물로 둘러싸여 있다. 다채로운 양식과 색깔의 건물들로 인해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이곳은 구시가지의 중심 구시가지 광장(Old Town Square)’이다. 원래 이름이 구시가지 광장이다. 보통명사가 아니라 고유명사.

 

 

 

광장 한편에 프라하 천문 시계(Prague Astronomical Clock)가 있다.

 

신시가지의 바츨라프 광장 쪽에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이 구(舊)시청사다. 바로 천문 시계가 있는 건물이다. 무심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건물 앞에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기 때문이다. 뭘 모르는 사람들조차 뭔가 하고 쳐다보게 한다.

 

프라하 천문 시계는 1410년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66백 년이 넘은 시계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천문 시계지만 현재까지 작동하고 있는 시계 중에는 가장 오래된 것이란다. 매 시각마다 시계가 정각을 알리면 오른쪽에 매달린 해골이 줄을 잡아당기면서 반대편 손으로 잡고 있는 모래시계를 뒤집는 것과 동시에, 두 개의 문이 열리면서 각각 6명씩 1212 사도들이 줄줄이 지나가고 황금 닭이 운다”라고” 한다. 이 설명을 왜 큰 따옴표를 써서 인용했냐면 본다고 봤는데 제대로 보질 못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함이다.

 

시계가 정시를 알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 정시가 가까워지면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든다. 하지만 무엇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사전에 알지 못하면 눈 뜨고도 제대로 보질 못한다. 어이 없이 끝나기 때문이다. 무엇이 움직인다는 것이지 찾다가 ! 저거하는 순간 끝난다. 솔직히 대충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확히 그 위치를 알지 못하면 역시나 제대로 못 본다. 나도 두 번을 시도했지만 둘 다 제대로 보질 못했다.

 

, 이곳에 소매치기가 많다.

 

정시에 가까워지면 몰려든 사람들이 시계만 뚫어지게 보고 있으니 소매치기하기 딱 좋은 환경이 된다. 눈은 시계를 보고 있더라도 가방은 앞으로 메고 손으로 꽉 잡고 있길. 물론 지갑과 핸드폰은 반드시 가방 안에 담고.

 

 

 

시계에 정신이 팔려 지나치기 싶지만 구시청사도 독특한 건물이다.

 

구시청사는 기존에 있던 개인 건물을 1338년 사서 개조한 것이란다. 이후 지속적으로 리뉴얼을 해서 초기의 모습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이 건물이 독특하게 보이는 이유 중의 하나가 다양한 양식이 불규칙적으로 섞여 있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싶어 확인해보니 지속적으로 주변의 건물들을 사서 확장했기 때문이란다. 덕분에 구시청사에는 고딕, 네오고딕, 네오르네상스, 앙피르 양식(Empire style) 등이 혼합되어 있다고. 다르다는 것은 알겠는데 무엇이 정확히 어떤 양식인지는 알지 못한다. 우뚝 솟은 탑은 1364년에 완공했다고 한다.

 

 

 

 

야경이 아름다운 틴 성당(Church of Mother of God before Týn)

 

정식 명칭은 틴 앞의 성모 마리아 성당(Church of Mother of God before Týn)’이다. 구시청사에 고개를 살짝 왼쪽으로 돌리면 바로 보이는 건물이다. 구시가지 광장의 동쪽 면을 든든히 받치고 있는, 두 탑이 인상적인 성당이다. 언뜻 보면 성당이라기보다는 성처럼 보인다.

 

14세기에 건립된 프라하의 대표적인 고딕 양식의 건물이란다. 외관은 고딕이지만 내부는 바로크 양식이라고. 80m 높이의 두 탑은 아담과 이브를 상징한다고 한다. 쌍둥이 탑 같지만 자세히 보면 몸체의 문양과 크기가 조금 다르다. 앞으로 두 개의 건물이 성당을 가리고 있어서 전체적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어서 다소 아쉽다.

 

야경이 무척 아름답다고 하니 해가 지면 다시 이 광장을 와보기로 한다.

 

 

 

광장 가운데에 얀 후스(Jan Hus)의 동상이 있다.

 

천문 시계가 있는 구시청사 앞은 광장의 초입이다. 성당 앞으로 진정한 광장이 펼쳐진다. 성당을 보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너른 광장을 보면 그 가운데 우뚝 솟은 짙은 색의 동상이 바로 보인다.

 

얀 후스의 동상이다. 14-15세기 체코의 기독교 신학자이자 종교 개혁가라고. 당시 교황을 비판하면서 교회의 개혁을 주장하다가 교황에 의해 파문을 당하고 1415년에 화형을 당했다고 한다. 몸은 불길에 한 줌 재로 변했겠지만 그의 사상은 훨훨 날아 후대에 마르틴 루터 등의 종교 개혁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너른 광장은 전 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광장 곳곳에는 거리 공연도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둘러싸 흥겹게 공연을 감상한다. 눈에 띄는 사실 하나가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무척 많다는 것. 중국 단체 관광객들과 수적인 면에서 쌍벽을 이루는 듯하다. 크로아티아에서도 그렇고, 이곳도 그러는 걸 보면 한국 관광은 유행에 따라 특정 국가와 지역에 너무 편중되는 것 같다.

 

 

 

밤의 광장은 더 아름답다.

 

유럽의 여름은 낮이 길어도 너무 길다. 저녁 10시쯤 되어야 땅거미가 지는 것 같다. 카를교의 일몰을 구경하고 천천히 다시 구시가지 광장으로 가본다. 구시가지 광장의 야경이 멋지다고 해서다. 유럽의 여름에 야경을 보기 위해서는 아예 해가 진 뒤에 나오든 아니면 기다림의 인내가 필요하다.

 

해가 진 뒤 조명이 들어온 광장은 오히려 더 동화스럽고 몽환적이다. 광장을 둘러싼 황금빛 조명 속에서 유독 하얀색 조명을 받는 두 탑의 틴 성당은 눈에 안 띌 수가 없다. 밤의 광장에 포인트를 제대로 살렸다.

 

 

 

저녁 10시 정각이 가까워지니 서둘러 다시 천문 시계 앞으로 간다.

 

낮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 집중해서 본다고 봤지만 역시나 훅 하고 지나간다. 뭐가 움직였는지 잘 모르겠다. 카메라의 줌을 이용해 열심히 봤는데 허무하다.

 

 

 

10시가 넘은 시각이지만 오히려 구시가지 광장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프라하의 야경을 만끽하고 있다.

 

광장 주변의 카페와 레스토랑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하다밤의 구시가지는 어둠이 현대의 모습을 감추면서 오히려 더 중세 유럽의 한가운데로 온 느낌이다. 광장의 사람들은 중세 사람들이 무언가 축제를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골목길 예스런 주점은 그래서 더 정감이 간다.

 

중세의 주점으로 들어가 술 한 잔 걸치고 싶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