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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폴란드(Poland)

D+214, 폴란드 크라쿠프 2-1: 고도(古都) 크라쿠프(Krakow)의 고성(古城) 바벨 성(Wawel Castle) (20190616)

경계넘기 2022. 7. 27. 05:10

 

 

고도(古都) 크라쿠프(Krakow)의 고성(古城) 바벨 성(Wawel Castle)

 

 

크라쿠프는 폴란드의 오랜 고도(古都).

 

아우슈비츠(Auschwitz)와 소금광산(Salt Mine)을 제외하면 크라쿠프(Krakow) 자체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어제 숙소에서 쉬면서 공부를 해보니 폴란드 역사에서 크라쿠프가 갖는 의미가 무척 크고 깊다.

 

크라쿠프는 1038년에서부터 1596년 수도를 바르샤바(Warszawa)로 옮길 때까지 50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폴란드의 수도였다. 이 기간 동안 크라쿠프는 폴란드는 물론이고 중부 유럽의 문화, 예술, 교육의 중심이었다고. 우리로 치면 개성이나 경주와 같은 곳. 오히려 현재의 수도인 바르샤바에 볼거리가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역사적 고도(古都)지만 최근에는 주변의 대규모 공업단지를 기반으로 경제적으로도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도시란다. 어제 버스를 타고 오면서 봤던 도시 주변의 많은 회사 건물들과 도로 위에 넘치던 자동차들이 그냥 있었던 것은 아니다. 폴란드 전체는 모르지만 확실히 크라쿠프 자체는 성장하는 도시의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오늘은 쉬엄쉬엄 동네 한 바퀴 돌아보려 한다.

 

올드타운과 바벨 성(Wawel Castle)이 숙소에서 바로 길 건너에 있으니 동네가 맞다. 동네 한 바퀴를 돌기 전에 조식을 든든히 챙겨 먹는다. 호스텔치곤 조식이 제법 잘 나온다. 오스트리아 빈(Wien)이나 체코의 프라하(Praha)보다 가격은 훨씬 싸면서 시설은 훨씬 좋고 조식도 잘 나온다. 하루 도미토리 숙박료가 37천 원이였던 빈의 호스텔에서는 조식으로 5유로를 따로 받았다. 하지만 그 질은 하루 숙박료가 18천 원에 불과한 이곳의 무료 조식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숙소에서 바벨 성은 바로 보인다.

 

걸어서 5분 거리. 바벨성은 올드타운의 남쪽 끝 비수아 강(Vistula River) 강변의 바벨(Wawel) 언덕 위에 있다. 숙소에서 강변을 따라 걷다가 조금 올라가니 바로 바벨 성 입구다. 매표소가 보이고 줄이 좀 서 있다. 30명 정도 될라나. 긴 줄은 아니다. 이스탄불에서는 표사는 줄이 100미터씩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20분 정도 땡볕에서 줄을 서다가 그만 포기한다.

 

20분 동안 표를 사간 사람은 겨우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표 하나 파는데 무슨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입장료를 내고 가야하나 고민하며 서 있었다. 오스트리아 빈의 쇤브룬 궁전(Schönbrunn Palace) 이후로 굳이 입장료를 내고 궁전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성(Ljubljana Castle)도 그랬고, 체코 프라하 성(Praha Castle)도 그냥 외관만 구경했다. 다행히 대부분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에만 입장료를 받지 성 정원까지는 무료로 개방되고 있었다. 이곳도 그냥 들어가기로 한다. 마냥 기다리며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바벨 성 역시 요새화된 폴란드의 궁전이다.

 

바벨 성은 폴란드의 왕이 머물던 궁전이다. 다만 프라하 성과 마찬가지로 성벽 등으로 요새화된 왕궁이라 궁전(Palace)이 아니라 성(Castle)이라 불릴 뿐이다.

 

지금까지 보면 요새화된 궁전들은 대체로 외관이 그리 화려해 보이지 않는다.

 

요새화되지 않은 궁전들, 터키 이스탄불의 돌마바흐체 궁전(Dolmabahce Palace), 오스트리아 빈의 쇤브룬 궁전(Schönbrunn Palace), 호프부르크 왕궁(Hofburg Palace) 그리고 프랑스 파리의 베르사유 궁전(Palace of Versailles) 등은 내부는 물론이고 화려한 외관을 자랑한다.

 

반면에 요새화된 궁전들인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 성(Ljubljana Castle), 체코 프라하의 프라하 성(Praha Palace)은 비교적 외관이 단조롭고 심플하다. 요새화된 궁전이면서도 외관이 화려했던 곳도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부다 성(Buda Castle)이 그렇긴 하지만 아무래도 요새화되지 않은 궁전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세 곳 다 내부를 들어가 보지 않아서 내부의 화려함은 알 수 없지만 앞서의 요새화되지 않은 궁전들에 비하면 이 역시 단조롭지 않을까 싶다.

 

 

 

바벨 성 역시 그리 화려해보이지는 않는다.

 

체코 프라하의 프라하 성(Praha Palace)과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성과 많이 닮았다. 프라하 성보다는 작고 류블랴나 성보다는 크다. 소박하고 심플한 성벽과 궁전이 많은 볼거리를 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런 곳일수록 의미는 더 깊다. 소수의 권력자만을 위한 공간이 화려해질수록 민초들의 삶은 힘들어지고 역사는 수렁에 빠지는 법이다.

 

그래서 난 이런 성이 더 좋다.

물론 뭐 볼거리가 없어서 밋밋하긴 하지만.

 

궁전을 둘러싸고 있는 바벨 성의 성벽은 무척이나 견고해 보인다. 언덕 위 성벽 뒤로는 곳곳에 요새(fortress) 역할을 하는 둥글고 높은 탑들이 있어서 적이 공략하기가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언덕이 비교적 높고 가파르지 않아서 천혜의 요새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바벨 성은 유럽의 다양한 건축 양식이 혼합되었다고 한다.

 

바벨 성은 11세기 말부터 지어지기 시작해 13, 14세기에 완공되면서 고딕(Gothic) 양식을 중심으로 약간의 로마네스크(Romanesque) 양식이 가미되었다. 하지만 1499년 대화재로 소실되었다가 다시 재건되었는데 이때는 르네상스(Renaissance)와 바로크(Baroque) 양식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르네상스 특히 바로크 양식의 건물은 대체로 화려한 편인데 내가 보는 바벨 성의 궁전 건물들은 그렇게 화려해 보이지는 않는다.

 

 

 

빨간 벽돌의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입구의 경사진 언덕길을 올라가면 빨간 지붕에 빨간 벽돌로 지은 건물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성문 좌우로도 빨간 벽돌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데 유럽의 궁전들에서는 흔히 보지 못한 건물 모습이다. 웅장함은 약하지만 빨간 벽돌 건물들이 예쁜 운치를 준다. 성벽 역시도 빨간 벽돌로 지은 곳이 많다. 이 역시 흔치 않은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벽돌은 돌보다 약해서 성에는 잘 쓰이지 않는 것으로 안다.

 

 

 

성문을 들어서면 예쁜 정원이 담긴 너른 마당이 나온다.

 

왼편으로 대성당과 대성당 옆으로 궁전 건물이 이어진다. 너른 광장 주변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도 보인다. 다양한 궁전 건물들이 광장과 정원을 둘러싸고 펼쳐진다.  빨간 지붕과 빨간 벽돌의 궁전 건물들이 동화 속 마을 같다. 심플한 궁전의 모습보다는 화려한 대성당이 눈길을 잡는다

 

 

가운데가 대성당, 그 오른편이 궁전

 

궁궐의 모습은 전형적인 르네상스 양식이다.

 

일단 궁전을 먼저 살펴본다. 터널 같은 아치형의 문을 통과하면 궁궐 안뜰로 들어간다. 재건되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밖에서는 알 수 없었는데 내부 안뜰로 들어와서 보니 확실한 르네상스 양식이다. 전체 3층의 건물에서 1층과 2층은 전형적인 르네상스 양식인 아치형 구조가 전면을 장식한다. 다만 좌우 대칭이 다소 맞지 않는데 르네상스 양식의 변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궁궐이라기보다는 군대의 병영 건물 같다는 느낌은 나만의 생각일까?

 

 

 

궁궐보다는 대성당이 더 화려하다.

 

신이 인간 민초들의 등골을 빼먹은 셈이다. 궁궐과 성당이 화려할수록 입장료 장사해서 돈 버는 후손들만 좋다.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화려한 성당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성당이 갖는 신앙적, 예술적 의미보다는 화려한 성당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피를 빼먹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종교나 정치나 다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 권력이라는 뿌리. 원래 원시부족에서는 부족장이 제사장이나 무당의 역할을 겸했다. 그것이 후에 분리되면서 전문화되었지만, 뿌리가 같으니 하는 짓도 같고 상부상조의 정신도 강하다. 이 바벨 대성당에서 폴란드 왕들의 대관식과 장례식이 거행되었다고 한다. 종교는 신의 이름으로 정치권력을 정당화시키고, 그 대가로 정치권력은 종교권력을 보호한다. 정치권력은 때로 종교를 이용하기도 하고, 종교 역시 때로 정치권력을 이용한다. 유럽의 역사는 정치권력과 종교권력의 오랜 결탁을 보여준다.

 

높이 솟은 첨탑으로 봐서 기본적인 구조는 고딕으로 보이는데 계속 개보수를 하면서 다양한 건축 양식이 혼합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뭔지 모르게 복잡하다. 성당 첨탑도 빨간 벽돌로 지어졌다.

 

 

 

바벨 성에서 바라보는 비수아 강(Vistula River)의 풍경이 좋다.

 

크라쿠프가 폴란드의 역사와 함께 했다면 비수아 강 역시 그럴 것이다. 굴곡진 폴란드의 역사만큼 비수아 강도 굴곡져 흐른다. 한강보다는 작지만 잘 정리된 비수아 강변이 시원함을 준다. 올드타운 반대쪽이라 크라쿠프의 시가지를 담지는 않지만 그래도 천년의 역사를 지닌 이 고성(古城)의 성벽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며 멍 때리고 싶어진다.

 

크라쿠프에서 여유 있게 지내다 간다면 아마도 매일 이곳에 올라와 멍을 때리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바벨 성과 함께 한 폴란드의 지난 역사를 좀 더 공부하지 않았을까? 여행에는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제한된 시간과 남겨진 여정이 자꾸 여행자의 발길을 재촉한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