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세계 일주 여행/폴란드(Poland)

D+214, 폴란드 크라쿠프 2-4: 세계 문화유산 1호, 크라쿠프 올드타운 산책(20190616)

경계넘기 2022. 9. 29. 05:38

 

 

세계 문화유산 1, 크라쿠프 올드타운 산책

 

 

바벨 성(Wawel Castle)을 지나 올드타운(old town)으로 들어간다.

 

유대인 지구에서 왔던 길을 다시 거슬러 간다. 지도를 보면 크라쿠프(Kraków)의 올드타운은 남북으로 긴 타원형 모양을 하고 있다. 올드타운의 경계를 따라 가늘고 긴 공원이 둘러싸고 있는데, 아마도 이 공원 자리가 중세에 도시를 둘러싸고 방어하던 성벽(city wall)이 있던 자리가 아닐까 싶다. 실제 중세의 크라쿠프는 46개의 탑과 7개의 성문을 가진, 3km에 이르는 성으로 둘러싸여 있었다고 한다.

 

 

 

크라쿠프의 올드타운은 특별하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하도 많이 봐와서 올드타운에 대한 큰 감흥은 없었다. 하지만 크라쿠프 올드타운은 특별하다. 크라쿠프 올드타운은 남미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Quito)의 올드타운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1호다.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올드타운이란 말이다. 천여 년의 역사를 가진 크라쿠프는 체코의 프라하(Praha), 오스트리아의 빈(Wien)과 함께 중앙 유럽의 중심 도시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세계대전의 화마를 피해 유럽에서도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몇 안 되는 올드타운 중 하나이기 때문이란다.

 

크라쿠프가 제2차 세계대전 중 피해가 적었던 이유는 독일군 총독부가 이곳에 들어서면서 총독부의 수도로서 도시의 인프라 파괴를 자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독일군이 크라쿠프로 진격하기 직전 당시 크라쿠프의 시장이었던 니스와프 클리메츠키(Stanisław Klimecki)가 홀로 독일군 사령부를 찾아가 도시가 무방비 상태임을 알리면서 도시를 파괴하지 말아 달라고 했단다. 그의 용기가 아니었다면 도시에 진입하기 직전 독일군의 파상 공격으로 피해를 입지 않았을까 싶다.

 

 

 

크라쿠프의 올드타운은 규모나 모습이 다른 도시의 그것에 비해 소박해 보인다. 크지 않아서 한 1시간 정도면 대충 둘러볼 수 있을 정도.

 

 

크라쿠프 중앙시장 광장
Rynek Główny, Main Market Square

 

 

가장 번화한 곳은 올드타운의 중심인 중앙 시장 광장(Main Market Square)이다.

 

올드타운의 중앙에 위치한 중앙시장 광장은 중세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유럽의 중세 광장 중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직물회관(Sukiennice, Cloth Hall), 구시청 탑(Town Hall Tower), 성모 승천 교회(St. Mary's Basilica) 등 중요한 건축물들이 이 너른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광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2층짜리 긴 건물이 직물회관이다.

 

넓은 광장 중앙에 있는 직물회관은 예전 직물거래소가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현재 1층은 기념품이나 수공예품 가게,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 있고, 2층은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이 있다. 길이가 100m 달하는 이 건물은 14세기에 지어졌지만 1555년의 화재로 대부분 소실되었다가 재건된 것이다. 1층만 들어가 봤는데 그냥 북적대는 기념품 아케이드 같다. 혹 여성 여행객이라면 흥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직물회관 바로 옆에 구시청 탑이 있다.

 

14세기 말에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높이 70m의 이 탑은 구시청사의 탑이었다. 구시청사는 광장의 확장 계획에 따라 1820년에 철거되어 이 탑만 남아 있다. 현재 탑의 정상은 전망대로 활용되고 있다. 예전 탑의 지하에는 감옥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카페, 극장 등이 있다고. 들어가 보진 못했다.

 

 

 

구시청 탑의 대각선 방향으로 두 개의 첨탑을 가진 빨간 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크라쿠프 성 마리아 성당(Kościół Mariacki, St. Mary's Basilica, Kraków)이다. 한눈에 봐도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두 개의 첨탑이 고딕 양식을 말해 준다. 원래 1222년에 지어졌지만 몽골의 침략 때 완전히 붕괴되었다가 14세기 초에 다시 지어졌다. 역사만큼이나 크라쿠프를 대표하는 고딕 건축물이다. 두 개의 첨탑 중 높이 81m의 왼쪽 탑은 감시탑이고, 높이 69m의 오른쪽 탑은 5개의 종이 달려 있는 종탑이란다.

 

바벨 성에서도 그랬지만 확실히 크라쿠프에는 빨간 벽돌의 건물이 많다. 이 성당도 지붕과 첨탑만 빼고 모두 빨간 벽돌로 지어졌다. 덕분에 번잡한 광장에서도 가장 눈에 잘 들어오는 건물이다.

 

 

 

광장 주변으로 카페와 레스토랑이 둘러싸고 있다.

 

광장은 고풍스런 중세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하나하나의 건물이 역사이고 건축사에 의미가 있겠지만 바쁘고 무지한 여행객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현지인들과 관광객들로 북적되는 광장은 여느 유럽의 광장들과 마찬가지로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둘러싸여 있다. 광장과 거리를 달리고 있는 화려한 옛 마차가 고색창연한 건물들과 함께 잘 어울린다.

 

 

 

 

바르바칸과 플로리안스카 문
Barbakan & Floriańska

 

 

성 마리아 성당 윗길로 접어든다.

 

이 거리의 이름은 플로리안스카 거리(Floriańska Street). 올드타운의 관문인 플로리안스카 문과 중앙 시장 광장을 연결하는 거리다. 이 거리에 서면 북쪽으로는 플로리안스카 문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성 마리아 성당이 보인다. 올드타운의 가장 번화한 거리 중의 하나.

 

 

 

거리의 끝에 플로리안스카 문(Floriańska, St. Florian's Gate)이 나온다.

 

크라쿠프 올드타운으로 들어오는 성문이다. 우리로 치면 남대문이나 동대문 같은 곳이리라. 크라쿠프 올드타운이 예전에는 성으로 둘러싸인 도시였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지금은 문 주변으로 약간의 성벽만 남아 있다.

 

지금은 크라쿠프 올드타운을 들어오는 관문 역할을 한다. 내 숙소가 바벨 성 근처에 있어서 바벨 성부터 올드타운을 둘러봤지만, 대부분은 플로리안스카를 통과해서 플로리안스카 거리를 거쳐 중앙 시장 광장과 바벨 성을 둘러볼 것이다.

 

 

 

플로리아스카를 통과해서 올드타운을 나서면 바로 앞에 웅장한 벽돌 건물의 원형 요새가 나온다.

 

이게 바르바칸(Barbakan, Barbican)이다. 플로리아스카 성문을 지키는 요새다. 원래는 성과 연결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떨어져 있다. 빨간 벽돌의 요새라니 독특하다. 내 짧은 지식으로는 벽돌은 대포에 약해서 성벽에는 잘 쓰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바르바칸까지 봤다면 크라쿠프 올드타운의 주요 볼거리는 대충 다 훑어 본 셈이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진짜 올드타운 산책이다.

 

크라쿠프의 올드타운은 대체로 차 없는 거리가 많아서 걷기가 참 좋다. 덕분에 크라쿠프 올드타운은 더 무심히 걸을 수 있다. 음악을 들으며 걸으면 더욱 좋다. 무심히 걷다보면 더 많은 것들과 만난다. 천년의 도시, 중세의 도시에 배인 역사와 문화의 향이 짙게 풍기기 때문이다. 건물 하나하나, 돌 하나하나에 깃든 그 향을 만끽하고 싶지만 갈 길 바쁜 여행자에게 그럴 여유가 없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 올드타운 여기저기를 걷다보면 많은 성당과 마주 한다.

 

몇 가지 소개한다면 우선 바벨 성 인근의 성 앤드류 성당(St. Andrew's Church)’.

 

1079년에서 1098년에 사이에 지어진 성당이다. 천년의 역사를 지닌 성당. 폴란드의 대표적인 로마네스크(Romanesque) 양식의 건물이란다. 이 성당은 독특한 성격을 갖는데 방어 목적을 가진 요새화된 성당이란다. 1241년의 몽고 침략에서도 살아남은 유일한 성당이기도 하단다. 로마네스크 양식답게 두터운 벽면과 작은 창문이 요새화된 성당의 특성과 잘 어울린다.

 

 

 

다음은 16세기에 지어진 바로크 양식의 성 베드로와 바오로 성당(Saints Peter and Paul Church)’.

 

성 앤드류 성당과 이웃하는 성당이다. 바로크 양식답게 건물 외관이 무척이나 화려하다. 전면은 화려한 대리석이지만 뒤로는 모두 빨간 벽돌로 지어졌다. 반면에 옆으로 난 정원은 깔끔하고 소박하다.

 

 

 

마지막은 성 삼위일체 대성당(Basilica of Holy Trinity)’.

 

이번에는 고딕 양식의 성당이다. 역사는 122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지금 보이는 건물의 모습은 1850년 화재 이후 다시 재건된 모습이다.

 

세 성당을 소개한 이유를 눈치 빠른 사람들은 알게다. 성당 자체의 가치고 있지만 천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에서 성당을 통해 건축 양식을 탐구해보는 것도 나름 쏠쏠하다.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한다.

 

어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식사나 할까 하지만 역시나 망설여진다. 홀로 배낭여행자에게 가격도 가격이지만 어느 식당에 갈까, 무엇을 먹을까 등등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귀찮다. 그냥 맥주나 사들고 가서 어제 장보면서 사둔 라면으로 저녁을 때울 생각이다.

 

근데 오늘이 일요일이다. 한국인은 이런 상황에 조금 당황스럽다. 일요일이라고 대부분 마트나 가게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겨우 힘들게 찾은 작은 마트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간단히 맥주 2캔 사들고 나왔다. 여행자에게 일요일은 때론 당황스런 날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