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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폴란드(Poland)

D+213, 폴란드 크라쿠프 1: 프라하에서 폴란드(Poland) 크라쿠프(Krakow)로(20190615)

경계넘기 2019. 8. 7. 05:49

 

 

체코 프라하(Praha)에서 폴란드(Poland) 크라쿠프(Krakow)

 

 

아침을 프라하 기차역 앞 공원에서 맥주와 초코바로 때운다. 

 

버스 타기 전 내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것은 타고 갈 플릭스(Flix) 버스에는 화장실이 있기 때문이다. 기차는 상관없지만 버스를 탈 때에는 소변을 촉진하는 맥주나 커피 등은 일부러 자제한다. 특히 유럽의 휴게소 화장실은 돈을 내고 가야 하기 때문에 더 신경이 쓰인다. 차 안에 화장실이 있고 없고가 이런 차이를 만든다. 물론 여러 번 플릭스 버스를 탔지만 버스 안 화장실을 이용한 적은 없다. 다만 정신적 위안이 된다는 점은 확실하다.

 

 

 

오전 10시에 버스는 정확히 출발한다.

 

난 중앙역 앞 플릭스 버스 정류장에서 탔는데, 이 버스는 여기서 좀 떨어진 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해서 이곳을 거쳐 간다. 다행히 버스에는 사람이 많지 않다. 터키에서는 버스가 만석인 경우가 많았는데 유럽에서는 버스를 대체로 좌석의 여유가 많다. 유럽에서는 버스를 잘 이용하지 않나 보다.

 

 

 

4시간쯤 달린 버스는 어느덧 국경을 돌파한다.

 

휴게소에 버스가 잠시 들렸는데 폴란드 휴게소다. 구글맵으로 확인을 해보니 폴란드가 맞다. 쉥겐 조약국들 간에는 국경검문이 없기 때문에 언제 국경을 지났는지 알기가 어렵다. 그만큼 국가 간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기도 하다. 들판의 풍경이나 마을의 모습이나 사람들의 모습이나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특히 나와 같은 이방인의 눈에는 더욱.

 

프라하에서 크라쿠프 가는 길은 평이했다.. 넓은 들판과 낮은 구릉의 산, 그리고 푸른 밀밭이 이어지고 있었다. 잠들기 딱 좋은 평온하고 나른한 풍경이다. 폴란드에 들어서서는 대부분 왕복 4차선 이상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고속도로가 무척이나 잘 닦여 있었다. 그만큼 풍경은 좋지 않지만. 아무래도 버스에서 보는 풍경은 국도를 달릴 때가 좋다.

 

 

 

버스는 오후 450분에 크라쿠프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오전 10시에 출발했으니 대략 7시간 걸렸다. 대체로 도로 상태가 좋은 고속도로를 달린 것이고, 국경심사도 없이 계속 내내 달렸으니 꽤 긴 거리를 달렸으리라.

 

버스에 내려서 인터넷을 하려 하니 작동하지 않는다. 분명 프라하에서 유럽연합 유심을 샀는데 먹통이다. 폴란드는 분명 유럽연합의 일원인데. 망할 놈의 보다폰. 인터넷이 된다고 생각해서 미리 숙소까지의 길을 확인해두지 않았다. 인터넷이 안 되는 경우에는 보통 미리 도착 터미널이나 기차역에서 예약한 숙소까지의 경로를 지도에서 확인한 후 캡처해 둔다.

 

대충 구글맵을 보면서 찾아가기로 한다. 오프라인에서도 구글맵은 작동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숙소까지는 대략 3km가 조금 넘는 거리로 보인다. 길이 좀 복잡하니 헤맨다고 생각해도 1시간이면 충분히 걸어서 도착할 것 같다. 어차피 나에겐 폴란드 돈이 없어서 버스나 택시를 탈 수도 없다.

 

크라쿠프 버스 터미널은 기차역 바로 옆에 있고, 기차역은 커다란 현대적 쇼핑몰과 연결되어 있다.

 

체코나 폴란드 등 북부 동유럽이 발칸의 남부 동유럽보다 잘 산다는 것이 확연히 들어난다. 크라쿠프 시내 진입할 때도 보면 도로에 차량도 많지만 번듯한 회사 건물들도 많이 보였다.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려서 그런가 폴란드에 대한 첫인상은 다른 동유럽 국가들에 비해서 많이 역동적인 모습이었다. 그것이 나에겐 폴란드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으로 느껴진다.

 

숙소까지는 대략 한 시간 조금 안 걸린 것 같다.

올드타운 구경하며 쉬엄쉬엄 걸은 탓이다. 길은 큰길로만 찾아온 덕에 헤매지는 않았다.

 

 

 

숙소는 훌륭하다..

 

시설도 깨끗했고 직원들도 친절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맘에 드는 것이 에어컨이다. 방에 떡 들어가니 시원하다. 낮에도 에어컨을 계속 가동하고 있다. 그간 빈(Wien)과 프라하(Praha)의 에어컨 없는 방에서 고생했는데 그곳들보다 가격도 훨씬 저렴한 곳이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샤워하기 전에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가서 요기할 저녁거리와 맥주를 산다. 오늘은 대충 숙소에서 저녁을 때우고 쉴 생각이다. 크라쿠프는 34일 있을 예정이라 빈과 프라하보다는 여유가 있다.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Zagreb) 이후로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Ljubljana), 오스트리아의 빈 그리고 체코의 프라하까지 모두 23일의 일정이었다. 그런데 수도도 아니고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크라쿠프에 34일을 머무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폴란드에서 세 번째로 크다는 크라쿠프는 원래 계획에 없던 도시다.

 

아니 여행을 하기 전까지도 아예 몰랐던 도시다.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 대학 동기가 소개해 준 곳이다. 대학 때 유럽 배낭여행을 했던 놈인데 동유럽에서 어디가 좋았냐고 물었더니 프라하나 부다페스트도 아니고 생뚱맞은 크라쿠프를 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찾아본 크라쿠프는 도시 자체는 몰랐지만 폴란드 오면 꼭 가보려고 했던 곳이었다. 폴란드에서는 아우슈비츠(Auschwitz)를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었는데, 아우슈비츠가 있는 도시가 바로 크라쿠프였다.

 

친구는 아우슈비츠보다는 소금 광산(Salt Mine)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영어로 어메이징(amazing)을 연발하는 친구의 추천 장소인 소금광산과 비극의 역사 현장인 아우슈비츠가 있는 곳이 크라쿠프다.

 

 

 

근데 아우슈비츠나 소금광산이나 크라쿠프 도시 안에 있는 곳이 아니다.

 

아우슈비츠는 버스 타고 1시간 반 정도 가야 하고,, 소금광산은 그나마 가까워서 30분 정도 가야 하는 거리다. 이곳을 하루에 다 갈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1박을 더 하게 되었다. 물가도 체코에 비해서 한 20~30% 싼 것 같다. 오스트리아에서 체코로 넘어오니 한 20% 싸졌고, 폴란드에 오니 다시 20% 싸졌다. 아마 우크라이나로 넘어가며 다시 한 20% 싸지지 않을까 싶다.

 

시원한 숙소에서 간만에 쉬고 있으려니 좋다. 다음에 갈 우크라이나 리비우(Lviv)를 내 휴양지로 잡지 않았다면 이곳에서 좀 더 쉬었다 갔을 것 같다. 도시의 첫인상도 나쁘지 않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