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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라다크, 라자스탄, 델리)

델리 6: 인도 시장(20170809)

경계넘기 2018. 2. 2. 09:58

2017. 8. 9.  흐리다 가끔 비.   "인도 시장

 

모두를 떠나보내니 아쉬움도 있지만 뿌듯함도 있다. 남자인 우리가 그네들을 마지막까지 배웅해 주었으니 말이다. 우리가 먼저 떠났다면 일말의 불안감은 있었을 터이니. 모두들 잘 도착했다는 카톡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조식을 먹고 나서 어디를 가야할지를 잠시 고민했다. 가봐야 할 곳은 많지만 이 더위에 가고 싶은 곳은 많지 않다. 내린 결론은 꾸뜹 미나르(Qutab Minar). 여행책에서 이르길 뉴델리에서 모든 사람들이 첫 번째로 꼽는 가봐야 할 곳이라고 한다니 이곳이라도 봐두자는 심산이다. 메트로 옐로우 라인을 타고 올라오면서 뉴델리의 가장 큰 쇼핑센터 지역 등도 볼 생각이다.

 

10시 반쯤 릭샤를 타고 바로 코넷 플레이스의 지하철역으로 갔다. 원래는 빠하르간즈 근처의 RK 아쉬람(Ashram)역으로 가서 갈아타려고 했는데 우리 호텔의 수문장님께서 호텔 입구에서 릭샤를 잡아주시더니 아쉬람역 가는 요금으로 빠하르간즈까지 갈 수 있도록 해주신다. 가격을 잘 아는 현지인이 하는 흥정이라 릭샤들도 꼼짝을 못한다. 어쩐지 입구에서 우리보고 어디 가느냐고 계속 물으시더라. 릭샤를 타고 가는데 비가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내릴 무렵에는 갑자기 폭우로 변했다. 릭샤에서 내려서 역 입구까지 가는 그 3, 40미터에 옷이 홀딱 젖고 말았다. 시원은 하지만 장난이 아니다. 인도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비를 맞았다. 그나마 잠깐이라 다행이지만. 항상 오후에 내리던 스콜이 웬일인지 오늘은 오전부터다.

 

두 번째로 지하철을 탄다. 출근 시간이 지난 때인지라 열차가 혼잡하지는 않다. 남쪽으로 한참을 내려가니 열차가 지하에서 지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 첫 역이 꾸뜹 미나르역이다. 여전히 비가 내린다. 여기서 다시 꾸뜹 미나르까지 릭샤를 타야한다. 그리고 꾸뜹 미나르는 야외인지라 비를 맞고 다녀야 한다. 지금은 소강상태이지만 언제 다시 장대비로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우산조차 없다.

 

역에서 꾸뜹 미나르가 멀리 보인다. 이 탑은 이슬람군이 델리를 침공해서 힌두교 왕조를 멸망시키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1193년에 세운 승전탑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힌두교를 믿는 지금 인도인들에게는 치욕스런 역사의 기록일지도 모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의 하나인데 아쉽긴 하지만 어제의 인디아 게이트처럼 먼 발치에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지하철 타기 전에 잠깐 맞았던 그 비의 강렬함이 잊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덥고 습해서 걸어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아서이기도 할 것이다. 비는 핑계일수도.

 

송 선배와 신 양이 꾸뜹 미나르역 직전 역인 사켓(Saket)역 근처에 뉴델리에서 가장 큰 쇼핑몰 지역이 있다고 했었다. 우리 오기 전에 그곳에서 쇼핑도 했었다고 했었다. 사켓역으로 가서 그 쇼핑몰 지역에 가기로 했다. 실내면 시원도 하고 비 걱정도 없을 테니. 아울러 뉴델리의 제대로 된 상업지역도 구경할 수 있다. 우리로 치면 이 지역이 명동 같은 곳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사켓역에 내려서 물어봐도 그런 곳은 모른다는 것이다. 그곳에 영화관이 있었다는 말이 생각나서 영화관을 물었더니 그제야 알려 준다. 한참을 걸어가니 PVR 영화관이 보인다. 근데 기대했던 쇼핑몰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곳도 여러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상업지역이긴 한데 분명 뉴델리 최대라고 할 수준의 것은 아니다. 분명 송 선배와 신 양이 그곳에 PVR 영화관이 있다고 했는데 말이다. 일단 맥도널드에 들어가서 콜라 하나 시켜놓고 지도를 살펴봤다. 그랬더니 멀리 떨어진 곳에 또 다른 상업지역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사켓역보다는 다음역인 말비아 나가르(Malviya Nagar)역에서 가까운 곳이다. 우리가 일단 나가르역쪽으로 한참을 올라온 상황인지라 걸어서 그곳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30분 정도 걸었을라나. 확실히 이곳은 좀 사는 지역이다. 우리로 치면 뉴델리의 강남 정도될 것 같다. 집들도 그렇고 거리도 일반의 뉴델리 주택지역과는 확실히 달랐다. 완전히는 아니어도 훨씬 깨끗했다. 인도 와서 보기 힘든 유럽 고급차들도 자주 눈에 들어온다. 규모가 작아서 그렇지 앞서 갔던 상업지역도 맥도날드, 버커킹, 피자헛 등 브랜드 상점들이 밀집해 있었다. 단독 건물의 PVR 영화관도 제법 커보였고, 은행들도 줄지어 있었다. 게다가 곳곳에 있는 빌라촌 입구에는 경비원들이 있다. 뉴델리 와서는 길에 걸어 다니는 소들을 거의 보질 못한 것 같다. 아마도 도심에서는 철저히 통제하나 보다. 그 덕에 뉴델리에서는 편하게 걸을 수 있다. 물론 개똥은 피해야 하지만.

 

쇼핑몰이 보인다. 좀 색다른 것이 쇼핑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여타의 상가 거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고립된 지역에 두 개의 거대한 쇼핑몰과 호텔들만 덩그러니 모여 있다는 점이다. 넓은 벌판에 거대 쇼핑몰과 호텔 몇 개 세워 놓은 형상이라 서울의 명동이라기보다는 외곽의 파주나 동탄 등에 있는 아울렛 단지에 더 가깝다. 그리고 보니 이곳 상업지역의 이름이 사켓 지역이다. 사켓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켓 지역이라 당연히 사켓역에서 가까이 있는 줄 알았나 보다. 역은 나가르역이 조금 더 가깝다. 그렇다고 걸을 만 한 것은 아니고 릭샤를 타야 한다. 우리야 동네 구경할 겸 걸었지만.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DLF 쇼핑몰로 들어갔다. 역시나 철저한 검색을 받았다. 안에 들어가서 보니 확실히 고급 쇼핑몰이다. 우다이푸르(Udaipur)의 쇼핑몰과는 그 규모면에서부터 확연히 다르다. 규모부터 한 4, 5배 정도 차이가 나려나. 들어가 있는 브랜드들도 다르다. 3층에 영화관이 있다. PVR은 아니다. 덩케르케를 하는데 한 두어 시간 남았다. 다른 쇼핑몰을 둘러보고 그곳의 영화관을 확인해 본 다음에 영화를 보기로 했다.

 

그 다음 쇼핑몰로 갔다. Select Citywalk라는 이름의 이 쇼핑몰은 뉴델리 최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았다. DLF도 크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은 DLF의 세 배 정도 더 커 보였다. 정말 안에서 뭐든 해결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직선 구조가 아니라 동선이 십자형으로 나 있다. 건물이 십자형이라는 것이다. 처음으로 한국 브랜드인 커피빈매장도 봤다. 사람들이 많다. 쇼핑몰 안에 사람들도 훨씬 더 많은 것이 Citywalk가 뉴델리의 상징인 듯하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당히 재력을 가진 사람들이겠다 싶다. 이곳에 PVR 영화관이 있다. DLF에 있는 영화관보다 확실히 고급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가 보려는 덩케르케는 저녁에 있다. 다시 DLF로 가는 수밖에 없다.

 

레에서도 그랬고 인도에서 한국 자동차와 가전은 확실히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였다. 현대차는 외국차들 중에서도 시장 점유율이 꽤 높아 보였고, 삼성과 LG는 인도에서도 가장 고급 브랜드로 우뚝 서 있다. 그런데 우다이푸르 포함해서 세 개의 큰 쇼핑몰을 살펴봤지만 여타 한국의 소비재 브랜드나 상품은 이곳의 커피빈 빼고는 보이질 않는다. 아시아 지역에 퍼져 있는 화장품이나 의류 매장도 보이질 않는다. 마트나 이런 곳에서도 한국 소비재 상품을 보기가 힘들다. 우다이푸르 쇼핑몰 1층에 있는 마트에서 롯데 초코파이 본 것이 유일하다고 할까. 확실히 소비재 시장에서 인도는 여전히 한국에게 미개척 시장이다.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시장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없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쉽다면 이미 들어와 있었을 것이다. 잠시의 여행이었지만 인도와 한국의 문화 차이는 중국, 대만, 일본의 그것과도 확실히 달랐다. 일반의 아시아 문화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 아니면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혼합해 있는 곳이라고 할까. 아니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혼합해 있다기보다는 인도 특유의 문화가 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 일반의 아시아보다는 서구에 더 친밀한 문화로 보인다. 영국의 오랜 식민지 경험과 그로 인한 영어가 익숙한 문화여서 그런지도 모른다. 일반의 소비재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분명 힘들어 보인다. 문화 차이가 커도 너무 크다. 종교, 음식, 의복 등등에서 너무 다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시장임에도 분명하다. 진입장벽이 높긴 하지만 일단 들어가면 시장은 확실해 보인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고려해볼 만한 곳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DLF로 와서 덩케르케 극장표를 끊고 시간이 남아서 쇼핑몰 안의 푸드 코너에 갔다. 거기서 마지막으로 인도 음식들을 먹었다. 탈리(Thali)와 비리야니(Biriyani)를 먹었다. 간만에 인도 음식만으로 식사를 하려니 너무 느끼하다. 탄두리 외의 인도 음식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아니 오히려 더 힘들어진다. 극장은 확실히 PVR 체인보다 떨어진다. 쇼핑몰에 있는 영화관임에도 그 차이가 확연하다. 우다이푸르의 영화관보다 못하다.

 

릭샤를 타고 나가르역으로 와서 지하철을 탔다. 오후 5시 반쯤. 퇴근 시간이다. 나가르역에서는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시내 중심가로 갈수록 점점 많은 사람들이 타기 시작하더니 점점 서 있기도 어려워졌다. 특히 코넷 플레이스의 라지브 촉(Rajiv Chowk)역에서는 사람이 다 탈 수 없을 정도의 인파가 밀려왔다. 다음역인 뉴델리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이제는 내리는 것도 엄두가 안 났다. 내리기 전부터 천천히 비비고 나와서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러시아워의 지하철도 타 보고 할 것은 다 해본다. 장난 아니다.

 

뉴델리역에서 내린 이유는 가까워서다. 아무대로 릭샤도 많을 것 같고. 그런데 뉴델리역은 역시나 바가지 요금을 바라는 극성 릭샤들의 천국이다. 도저히 흥정이 잘 안되어서 그냥 걸어왔다. 걸어봐야 한 20. 처음 뉴델리역에 내렸을 때 신 양, 송 선배와 함께 이 길을 배낭 메고 걸었던 것이 생각난다. 지금은 다 떠나고 우리 형제만 남은 길이다.

 

늦은 점심으로 먹은 인도 음식들이 얹혔나 보다. 속이 좀 부대낀다. 소화도 안 되고. 레에 있을 때 소화도 잘 안내고 가스만 찼던 것이 아무래도 인도 음식이 나와 잘 안 맞아서 그랬던 것 같다. 이후에는 우리 음식이든 서양 음식이든 아니면 하다못해 입에 맞는 탄두리 치킨이라도 같이 시켜서 먹었기에 별 탈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철저히 이곳 음식만 시켰던 것이 문제였나 보다. 탈리와 비리야니. 마지막 인도 만찬이라고 열심히 먹었는데 이게 영 소화가 안 되나 보다.

 

웬만하면 외국 음식에 큰 무리가 없다. 장기 외국여행에 나오는 경우에도 한국 라면스프 몇 개 정도 들고 나올 정도니 말이다. 한국 식당도 잘 안 간다. 한 달 정도 지나야 한국 음식이 그리워지는데 그때 현지의 라면 사다가 스프만 한국 스프 넣어서 먹으면 또 한 동안 잘 버티곤 한다. 그런데 인도 음식은 영 입맛에 맞질 않는다. 속에서도 잘 맞지 않고. 아마도 기름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커리가 거의 기름 덩어리다. 저울이 없어서 몸무게를 재보질 않았지만 재보면 엄청 빠져 있을 것 같다.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면 인도로 여행을 오길. 확실한 여행 다이어트가 될 것이다. 덕분에 인도의 마지막 밤에 맥주 한 잔 못하고 잠을 청한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