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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7: 인도 국립박물관 그리고 안녕, 인도(20170810)

경계넘기 2018. 2. 6. 11:36

 

2017. 8. 10.  맑음.  "인도 국립박물관 그리고 안녕, 인도

 

인도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일 새벽 240분 비행기다. 거의 오늘 하루를 뉴델리에서 때워야 한다. 뭘 해야 하나.

 

아침은 과일과 커피로 때웠다. 음식은 손을 데지 못했다. 어제 먹은 인도 음식이 아직도 소화가 되질 않고 있다. 약간 메스꺼움도 느껴지는 게 살짝 체한 것 같다. 마지막 인도의 선물이려니 생각한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티나.

 

12시에 체크아웃을 하면 짐을 챙겨서 빠하르간즈의 메인 바자르로 가서 거기서 예전에 묵었던 곳에 방을 얻기로 했다. 거기에 짐을 놓고 오후에 잠시 국립박물관을 다녀온 다음 호텔방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공항으로 갈 생각이다.

 

우다이푸르(Udaipur)와 마찬가지로 늦은 시간에 출발하기 때문에 아침을 먹고 와서 천천히 짐을 쌌다. 12시 체크아웃이라 시간은 많다. 어떻게 해서든지 체크아웃 시간 다 채우고 나올 생각이다. 진짜 인도 여행의 마지막 짐 싸기다. 짐을 싸고 나서도 시간이 남아서 침대에서 이리 뒹글 저리 뒹글 하다가 11시 반쯤 체크아웃을 위해 나왔다. 체크아웃은 금방 끝났다. 지난번 체크인 할 때 보니까 중국 친구들이 오래 걸리는 것 같아서 조금 일찍 나왔는데 우리는 별일 없이 끝났다. 중국 친구들은 뭐가 문제였나.

 

경비 아저씨가 짐도 들어주고 릭샤도 잡아주신다. 릭샤를 타고 메인 바자르로 가서 그 호텔에 가서 방을 잡았다. 택시 픽업도 예약했다. 가격은 500루피. 송 선배는 400루피였는데, 왜 다르냐고 물으니 송 선배는 쉐어택시(share taxi)였다고 한다. 아는 곳이라 방을 확인 안했는데 잠시 머무르는 손님이라고 1층 방을 주었다. 그런데 1층 방은 냄새도 심하게 나고 거의 사용을 잘 안하는 방처럼 허접하다. 마지막까지 인도에서는 긴장을 늦추면 안 되는데 방심했다.

 

바로 국립박물관으로 갔다. 더운 날에는 시원한 실내로. 릭샤를 타고 갔는데 100루피에 갔다. 터번을 멋지게 쓴 릭샤 기사분이 처음부터 바가지 없이 가격을 말한다. 아마 빠하르간즈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릭샤는 아닌 것 같다. 국립박물관은 라즈 파트(Raj Path)에 있다. 릭샤를 타고 왔다 갔다 하는 길에 라즈 파트 지역과 그 곳의 인디아 게이트(India Gate)를 볼 수 있었다. 이곳도 와봐야 하는 곳임에도 올 엄두를 못 내고 있던 곳이다.

 

라즈 파트는 우리말로 해석하면 왕의 길이라 하는데 한국으로 치자면 서울 광화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곳에 대통령궁, 정부종합청사, 국립박물관 그리고 인디아 게이트 등과 같은 상징적인 건물들이 모여 있다. 대통령궁에서 인디아 게이트까지 직선의 넓은 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그곳을 진짜 주마간산만도 못하게 스치며 봤지만 그래도 본 건 본거다.

 

입장료는 어마어마하다. 1인당 650루피.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국립박물관 입장료는 낮게 책정한다. 많이 와서 봐 달라는 것이다. 자기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일인지라 입장료를 높게 책정하지 않는다. 중국 웨이하이에서는 시 박물관 입장료가 무료였다. 그런데 이곳은 지금까지 갔던 곳 중에서도 가장 높은 입장료를 물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곳도 한국어 설명기는 무료라는 것. 원래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겠지만.

 

 

 

 

김 선배가 인도 국립박물관도 크게 볼 것은 없다고 했다. 중국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의 국립박물관이라면 어마어마한 유물을 가지고 있을 터인데 진짜 알맹이들은 대영박물관에 있다고 하니 그러려니 했다. 역사의 아픔이다. 중국도 진짜 가치 있는 것들은 대만 국립박물관에 모두 가 있다. 장개석이 대만으로 철수하면서 국가급 보물들을 모두 가지고 갔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만은 또 하나의 중국 아닌가.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역시 인도는 인도다. 둘러보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유물이 많아서 그런지 우리나라 같으면 국보급으로 보이는 많은 유물들이 그냥 복도에 방치되어 있기도 하다.

 

인도 국립박물관은 1960년에 완공된 건물을 지금까지 그대로 쓰고 있다고 한다. 건물은 무척 낡아서 곳곳에서 오줌지린내가 나기도 한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그리고 민속박물관 정도는 아니지만 에어컨이 무척이나 약해서 시원함을 느낄 수는 없다.

 

인도박물관의 유물들은 시대 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비록 보관 시설이 낡아서 좀 어설퍼 보이긴 하지만 유물 자체들은 하나같이 훌륭하다. 특히나 불상 등의 조각들은 아름답다 못해 화려하다. 한국의 불상 양식이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들어왔음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인도 불상이 마케도니아 알렉산드로 대왕의 침입에 의한 서양문화와 동양문화의 혼합인 헬레니즘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임도 드러난다. 헬레니즘 문화를 대표하는 큐샨 왕조 예술관에 보면 인물 조각들 중에는 서구인의 모습을 한 것들이 많이 있는데, 우리가 보는 불상의 그 특이한 머리카락 모습이 서양인의 곱슬머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헬레니즘 문화의 특징으로 보인다. 불상은 비슷해서 친근하다.

 

 

 

 

이 외에도 청동관, 세밀화 전시관, 불교 예술관 등이 있는데, 독특한 것은 동전관과 악세사리관이 따로 되어 있었다. 악세사리관은 보안이 철저했는데 아무래도 대부분은 금과 보석들이기 때문이리라. 여자 관람객들의 관심이 가장 많은 곳이었다. 기타 소수민족 문화관도 있었는데 여기 온다면 굳이 민속박물관을 갈 필요가 없을 정도다.

 

 

 

 

오후 1시에 들어왔는데 서둘러서 본다고 했는데도 오후 5시가 돼서야 국립박물관을 한 번 둘러봤다. 거의 4시간을 서서 본 것이니 피곤하다. 솔직히 이 정도면 굳이 방을 얻을 필요가 없었을 것 같다. 여기서 좀 더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 먹고 카페에서 천천히 차 한 잔 마시다 보면 금세 공항 갈 시간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릭샤를 타고 빠하르간즈로 오면서 다시 한 번 인디아 게이트를 봤다.

 

메인 바자르에 도착해서는 저녁을 먹었다. 원래 가려던 K2는 그때와는 달리 세금을 받으려 해서 그냥 나왔다. 쉼터에 가서 또 짬뽕밥으로 저녁을 때웠다. 오는 길에 인도 치약을 선물로 잔뜩 사가지고 왔다. 써보니까 나쁘지 않다. 나도 쓰고 엄마도 쓰고. 숙소에 들어와서는 바로 샤워를 하고 짐을 마지막으로 한 번 점검하고는 침대에서 시간을 보냈다. 잠을 자기에는 시간이 좀 그렇고 해서 그냥 인터넷이나 하면서 말이다. 예약한 택시 시간은 저녁 1030분이었다.

 

1030분이 되니 택시가 왔다고 부르러 왔다. 나가보니 생각한대로 일반택시는 아니고 공항 가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차들로 보인다. 웬 승합차에 우리를 태운다. 아무래도 불안했는데 아니다 다를까 다른 승객들을 태우려 한다. 그래서 단호히 말했다. 우리는 쉐어택시 신청 안 했다고. 우리가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아무 말 못하고 우리만 태운 채 출발시킨다. 아까 호텔에서 송 선배 이야기하면서 왜 100루피 더 부르냐고 물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쉐어택시가 아니라 우린 정상 택시 가격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벙벙한 상태로 그냥 여럿이 좁게 타고 갔을 것이다. 택시는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낡은 차였다. 그러고 보면 고드윈(Godwin) 호텔의 800루피 택시 서비스가 그리 비싼 것은 아니다. 깨끗한 택시에 에어컨도 나오니 말이다. 더구나 쉐어택시로 사기 치지도 않고.

 

공항 가는 길은 차로 한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저녁 10시가 훨씬 넘은 시각인데도 차가 엄청 밀렸다. 더욱이 공항에 진입해서도 교통 통제로 인해서 2, 30분 지체되었다. 샤워를 하고 나온 몸에 다시 땀이 나기 시작했다. 한밤임에도 습해서 덥다. 10시 반에 떠난 택시는 저녁 1150분에야 공항에 도착했다. 30분 거리를 거의 1시간 반 가까이 걸린 셈이다. 아무래도 뉴델리에서 공항 가는 길은 공항철도가 가장 싸고 정확하다.

 

드디어 공항이다. 한밤임에도 공항은 인산인해다. 들어올 때도 그랬지만 인도는 오히려 저녁이나 새벽에 출, 입국하는 비행기들이 많은 것 같다. 더워서 그런가? 검문검색도 철저한데 사람까지 많으니 시간이 엄청 걸린다. 검색할 때는 가방에서 태블릿은 물론이고 모든 전자기기를 빼야만 했다. 카메라는 물론이고 보조배터리까지 말이다. 여러 번 뺑뺑이 시키는 바람에 짜증이 엄청 났다. 공항에서 시간이 많이 남을 줄 알았는데 택시와 검색에 거의 시간을 다 뺏겨서 그리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