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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이집트(Egypt)

D+292, 이집트 다합 13: 다합의 바다 그리고 하우스 파티 (20190902)

경계넘기 2024. 3. 31. 16:49

 

 

다합(Dahab)의 바다 그리고 하우스 파티

 

 

다합에 있으면서 지금까지 다합 바다 속을 제대로 보질 못했다.

 

프리다이빙을 한다는 생각에 스노클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프리다이빙 아이다 1단계를 하면서 조금 보기는 했지만 그건 교육 중이라 제대로 본 것은 아니었다. 수영 연습하느라 홍해의 물은 참 많이 마셨다. 덕분에 설사도 하고.

 

제이스(Jays) 카페 앞바다에서 마지막 다합에서의 수영 연습을 한다.

 

이제 다합에서의 물놀이도 이것으로 끝이다 싶다. 도미토리에서 같이 지냈던 한국인 친구가 온다.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가 나를 보고 들어왔단다. 맞으면 처칠 펍에서 생맥주나 마시자고 꼬신다. 아직 난 수영을 더 해야 하는데 아쉬움을 안고 일어난다. 한낮에 처칠에 앉아서 생맥주를 마시며 다합의 바다를 눈에 담는다. 3층인 처칠 펍에서 보는 다합의 바다는 더 훤하다. 이 풍경도 이제 마지막이다.

 

 

 

 

그렇게 다합에서의 생활을 마무리 하는가 싶었다.

 

터벅터벅 뜨거운 햇살 속을 걸어서 집으로 왔는데 웬걸 집 열쇠가 없다. 하우스메이트인 혜정이는 프리다이빙 교육 중인지 연락이 안 된다. 혜정이를 만나러 터벅터벅 초이앤리로 간다. 마침 그곳에서는 초이앤리에서 운영하는 도미토리의 친구들과 함께 일가든으로 스노클링을 하러 간다고 준비 중이다. 물어 뭐해 나도 껴서 간다.

 

떠나기 바로 전날 드디어 다합의 바다 속을 보러 간다.

 

일가든(Eel Garden) 쪽에서 보는 다합의 바다가 아름답다. 그래서 스노클링이나 다이빙을 많이 하러 간단다. 스노클링 장비를 차고 바다에 들어간다. 발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다인데도 두려움이 크지 않다. 그간 바다에서 수영 연습을 해서 그런가 어느 정도는 바다에 익숙해진 내 몸을 느낄 수 있다. 전에는 스노클링 장비를 갖추고도 튜브가 있어야 깊은 바다로 나갔다. 처음에는 잠시 두려움도 들었지만 한 10분 정도 몸을 움직이니 점차 물에 익숙해진다. 숨쉬기해도 편해지고. 그러고 나니 바다 속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호들이 눈에 들어온다.

 

절벽을 형성하듯 산호들이 많이 있다. 몸을 움직여 산호에 가까이 다가간다. 이제는 산호 사이사이를 유영하는 물고기들이 보인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물고기들이다. 작은 물고기들부터 내 가슴만한 물고기까지. 큰 고기들은 바위 사이에 몸을 숨기고 가만히 있다가 내가 다가가면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한다. 일가든 바다에는 산호들 사이로 작은 협곡이 있다. 그 협곡 사이로 산호나 물고기들이 많다. 협곡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물고기를 쫓아다녀 본다.

 

프리다이빙을 배운 친구들은 프리다이빙 연습도 한다.

 

내 옆에서 물속으로 자맥질 하는 모습을 보면 부럽다. 여자들은 인어 같다. 나도 한 번 하고 싶기는 한데 아직 유영이 완벽하지 않아서 나와서 숨쉬기가 문제다. 그냥 스노클링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산호 사이를 헤엄쳐 본다.

 

하지만 최대한 산호를 보호하기 위해서 몸이 닿지 않을 거리를 유지한다. 이제는 대왕조개도 보인다. 산호나 돌인지 알았는데 입을 달짝 거린다. 실제 대왕조개를 직접 보니 정글의 법칙에서 프리다이빙을 해서 대왕조개를 캐내 오는 것이 연출이란 생각이 강하게 든다. 산호 사이에 단단히 박힌 대왕조개는 웬만해서는 캐내기가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작은 물고기 떼가 지나간다.

 

닿을 듯 옆을 스쳐 지나가서 손을 뻗어보지만 무리는 어느새 나를 피해 움직인다. 위에서만 바라보는 바다도 이렇게 좋은데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바다 속을 유영하면 얼마나 좋을까! 바다에 미쳐서 다합에 눌러 앉는 친구들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가까운 바다임에도 조금만 움직이면 물의 온도가 확 달라진다. 따뜻한 곳이 있는가 하면 순간 한기가 들 정도로 차가운 물도 있다. 조류가 다르다는 의미일 것이다.

 

 

 

 

처음으로 스노클링으로 이리저리 헤집고 다닌다.

 

예전에는 스노클링을 해도 발이 닿는 곳에만 즐겼는데 다합에서 아무것도 안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다이빙은 못했어도 매일 바다에 나가서 수영을 했다. 홍해 바닷물을 먹은 그 시간이 어디 갔겠는가! 물에도 익숙해졌지만 이제는 바다에서도 20~30m 정도는 수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것 같다.

 

스노클링으로 본 다합의 바다는 참 예쁘다. 해변에서 조금만 수영해서 가면 그런 모습이 나오니 다합은 다이빙을 즐기기 정말 좋은 곳이다.

 

 

 

 

혜정이가 저녁에 집으로 스노클링을 한 친구들을 초청했다.

 

사실 내가 옆구리를 찔러 한 것이기는 하지만 음식은 혜정이가 하는 것이니 혜정이의 결심이 크다. 집으로 오면서 시장에 들려서 장을 보고 집에 오자마자 바로 음식 준비에 들어간다. 시장보고 집에 들어간 시각이 오후 6. 7시 반에 집으로 오라고 했으니 1시간 반 만에 밥, 닭볶음, 닭튀김을 만들어야 한다. 근데 혜정이가 그 어려운 걸 해낸다. 음식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라고 하는데 손이 엄청 빠르다. 타고 났다.

 

 

 

 

집들이자, 마지막 파티다.

 

이 집에서의 마지막 날 처음으로 손님을 초청했으니 집들이이자 이 집에서의 마지막 파티이기도 하다. 초이앤리 사람들이 거의 다 왔다. 혜정이가 나중에는 칵테일까지 만들었는데 그것도 예사롭지 않다. , 솜씨 좋은 사람들이 많다.

 

초이앤리 사람들은 대부분 도미토리에 있는 친구들이다. 즉 다합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인지라 이렇게 타향에서 남의 집에 초대받아 한국 음식을 즐기는 것이 마냥 좋은가 보다. 낯을 가리는 혜정이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사람들도 많이 오고 맛있다고 하니 신이 난 모양이다.

 

저녁이 깊어가면서 사람들이 하나둘 가고는 마지막까지 남은 20살 막내와 새벽 3시까지 수다를 떤다. 그 사이 난 설거지와 뒷정리를 하고. 그리고 새벽 3시에 숙소로 가는 20살 막내 처자를 배웅해 주고 오늘을 정리한다.

 

 

 

 

오늘 온 손님들은 모두 6. 우리 둘을 합치면 8명이다. 이번 세계여행에서 이렇게 많은 한국인들이 모이는 자리가 또 있을까 싶다. 다합이 아니면 힘든 일이다. 다합의 마지막 날에 많은 일을 했다. 수영도 하고, 스노클링도 하고, 집들이 파티도 하고. 정말 내일은 떠나는가 보다. 열쇠를 잊고 집을 나선 것이 이런 일정들을 만드는데 일조를 했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