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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93, 이집트 다합 14-2: 여전히 위험한 시나이 반도(Sinai Peninsula) (20190903-2)

경계넘기 2024. 4. 13. 17:45

 

 

여전히 위험한 시나이 반도(Sinai Peninsula)

 

 

다합(Dahab)에서 카이로(Cairo)를 육로로 이동하는 길은 위험하다. 

아니다. 다합을 포함한 시나이 반도 전체가 다 위험하다.

 

 

2019년 9월 현재,
시나이 반도 전역은 특별여행경보 지역

 

 

 

20142월 외교부는 샤름 엘 셰이크(Sharm El-Sheikh)를 제외한 시나이 반도 전역에 특별여행경보(흑색, 즉시 대피)을 발령해서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당연히 다합도 특별여행경보 지역이다.

 

특별여행경보는 여행경보 4단계 여행금지(흑색)에 준한다.

 

외교부는 외국에 대해 4단계의 여행경보제도를 가지고 있다. 1단계는 여행유의(남색), 2단계는 여행자제(황색), 3단계는 여행제한(적색) 그리고 마지막인 4단계는 여행금지(흑색)이다. 특별여행경보는 여행경보 4단계 여행금지에 준한다. 여행경보 4단계인 여행금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매우 심각한 수준의 위험이 있는 지역에 발령한다. 체류자는 즉시 대피, 철수해야 한다. 여행금지 지역을 허가 없이 방문하는 경우에는 여권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특별여행경보는 4단계 여행금지에 준하긴 하지만 여권법에 의해 처벌받지는 않는다.

 

 

 

 

21세기 들어서도 시나이 반도에서는 테러가 빈발했다.

한국인에 대한 납치와 테러도 있었다.

 

20122월에 한국인들에 대한 납치 사건이 일어났다. 카이로에서 시나이산으로 향하던 버스를 강제로 세운 베두인족이 성지순례를 위해 탑승해 있던 한국인 3명을 납치했다. 이 사건은 29시간 만에 한국인 인질들이 석방되면서 일단락되었다.

 

2014216일에는 한국인들에 대한 테러도 있었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국경이 있는 시나이 반도의 이집트 도시 타바(Taba)에서 한국인들이 탄 버스에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성지순례를 하던 한국인 기독교인들을 태운 버스가 카이로를 출발해서 시나이 반도의 기독교 성지인 시나이산(Mt. Sinai)을 거쳐 이스라엘로 넘어가기 위해 국경도시인 타바(Taba)에서 대기하고 있던 중이었다. 이때 테러리스트가 버스 안에 폭탄을 던졌다. 이 테러로 한국인 3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부상을 당했다.

 

 

출처: 연합뉴스(20170218)

 

 

이 테러 사건 직후 외교부가 시나이 반도에 특별여행경보를 내렸다.

 

2014216일의 버스 테러 직후 외교부가 시나이 반도 전역에 특별여행경보를 발령했던 것이다. 20122월 한국인 납치 사건 직후에도 외교부가 당시 여행경보 2단계 여행자제 지역이던 이곳을 바로 여행경보 3단계 여행제한 지역으로 격상시킨 바 있었다.

 

2014년의 한국인 테러 사건에 대해 국내에서 좋지 않은 시각이 있었다.

 

2012년의 한국인 납치 사건으로 시나이 반도가 3단계 여행자제 지역으로 격상된 상황에서 외교부의 여행경보를 무시하고 단체여행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위험한 이슬람 지역에서 기독교 성지순례는 더 쉽게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국가에서 가지 말라는 지역에 가서, 하지 말라는 짓을 해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시각이 당시에 지배적이었다.

 

 

출처: www.kata.or.kr

 

 

가지 말라는 곳에 가는 것은 국가적 민폐다.

 

가지 말라는 곳에 억지로 가고, 하지 말라는 일을 억지로 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영락없이 국가적 민폐가 된다. 개인적으로도 되도록 가지 말라는 지역에는 가지 않고, 하지 말라는 일은 안 하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나 좋다고 가는 여행에서 최소한 남에게 민폐를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간혹 가지 말라는 곳에서 하지 말라는 짓을 하면서 용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건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자 객기.

 

내가 지금 그 위험한 민폐 짓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합에 간다는 것 자체가 가지 말라는 곳에 가는 행위다. 그나마 다합에 들어간 행위는 최근 이집트 정부의 강력한 통제 덕분에 다합을 포함한 시나이 반도 남부 지역에 테러가 많이 잦아들었다는 위안 그리고 비행기로 여행금지 지역인 아닌 샤름 엘 셰이크로 들어가서 다합에 들어간다는 핑계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육로로 다합에서 카이로로 가는 길은 빼도 박도 없는 민폐 짓이다. 특별여행경보 지역을 관통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합은 아시아인 시나이 반도 남동부 해안에 위치한 도시고, 카이로는 북부아프리카의 도시다. 즉 다합에서 카이로에 가기 위해서는 서쪽으로 시나이 반도를 관통해서 수에즈 운하를 넘어가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인들을 상대로 한 인질과 테러 모두 버스를 상대로 했다, 뿐만 아니라 두 버스 모두 카이로에서 시나이 반도로 들어온 버스들이다. 이런 점에서 시나이 반도에서의 버스 여행은 두말할 것 없이 엄청나게 위험한 짓이다.

 

다합도 특별여행경보 지역인 만큼 위험하다.

 

2006 4 24일에 다합에서도 테러가 있었다. 당일 저녁 3건의 연쇄폭발 테러가 발생해 최소한 23명이 사망하고 62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중에는 한국인도 한 명 있었다. 지금 당장 다합에서 테러가 다시 일어난다고 해도 이상할 게 하나 없는 상황이다.

 

 

출처: https://fanack.compoliticsfeatures-insightsegypt-sinai-living-hell~114485

 

 

카이로와 다합을 연결하는 가장 안전한 길은 항공편이다.

 

특별여행경보 지역이니 안 가는 것이 최선이긴 하지만, 그나마 안전을 생각한다면 비행기로 가는 것이 최선이다. 그럼에도 돈과 시간을 핑계로 민폐 짓을 자처하고 있으니 나도 참 진상이다. 이집트 정부의 치안력을 믿고 가긴 하지만, 버스 타고 가다 테러를 당하거나 인질이 되어도 할 말이 없다.

 

 

시나이 반도에서 테러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적으로 시나이 반도는 중동의 화약고다.

 

 

첫째 시나이 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아프리카와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가 지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시나이 반도는 역사적으로는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를 지배하려는 숱한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각축장이 되어왔다. 기원전에는 강력한 고대왕국인 이집트의 영토였다가, 기원후 기독교 제국인 로마 제국과 동로마 제국 아래로 들어갔다. 15세기 이후부터는 이슬람 제국인 오스만 제국이 통치하였다. 1차 세계대전 중에는 영국과 오스만 제국과의 격전지가 되었고, 이후 이집트 영토로 편입되었다.

 

20세기 말에는 중동 전쟁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이곳을 이집트로부터 잠시 뺏었다가 1979년에서 1982년 사이에 이집트에 다시 반환하기도 하였다. 이후 현재까지 이집트가 지배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동에서 정치안보적으로 가장 불안한 가자 지구,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언제든 불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시나이 반도는 종교적으로도 중요한 지역이다.

 

시나이 반도는 이집트에서 탈출한 유대 민족이 떠돌던 지역이다. 반도 중남부에 있는 시나이산이 바로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다는 산이다. 기독교와 이슬람 모두의 성지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기독교 제국과 이슬람 제국이 서로 지배했던 곳일 뿐만 아니라 현대에 들어서도 이슬람인 이집트와 기독교인 이스라엘이 서로 각축을 벌였던 곳이기도 하다.

 

셋째, 2011년 이집트의 혁명으로 정치적 혼란과 치안 불안이 상당기간 지속되었다.

 

2011125일에 일어난 이집트 혁명은 30년간 집권하며 독재를 해왔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축출시켰다. 갑작스런 무바르크의 퇴출은 정치적 혼란을 가져오면서 이집트 전역에 힘의 공백을 가져왔다. 힘의 공백은 이슬람 극단세력들의 부상과 외부 무장세력들의 진입을 초래하였다. 그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시나이 반도임 셈이다.

 

이렇듯 서로 상극인 세력들이 정치적, 종교적, 역사적으로 깊숙이 얽히면서 시나이 반도는 중동의 화약고가 되어 왔다.

 

 

 

 

현재 시나이 반도의 테러는 누가 일으키는 것일까?

 

 

첫째, 전통적으로는 베두인족이 시나이 반도에서 테러와 납치를 주도했다.

 

2012년의 한국인 납치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나이 반도에서는 베두인족이 테러와 납치를 많이 주도하였다. 사실 시나이 반도의 역사적 주인은 베두인족이었다. 대표적인 유목민인 베두인족은 정착지가 없었던 이유로 그들의 터전을 인정받지 못했다. 시나이 반도가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이들의 해안가 터전들은 관광지로 개발되었고 그들은 그 땅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내쳐졌다. 이에 반발한 베두인족들이 시나이 반도 곳곳에서 이집트 정부를 향한 테러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납치를 일으켰다.

 

둘째, 최근에는 IS(이슬람 국가)의 잔당들이 시나이 반도에서 테러를 일으키고 있다.

 

IS2017년 이라크, 시리아에서 지배력을 상실하면서 소멸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여러 지역에서 잔당들이 남아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지역 중의 하나가 바로 시나이 반도다. 최근까지도 시나이 반도에서는 IS 잔당 세력에 의한 테러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시나이 반도에서의 테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언제, 어디서 일어나든 이상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다합으로의 여행에는 반드시 안전을 먼저 생각해두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나와 같은 육로 여행을 권장할 수는 없다.

 

 

※ 2019년 12월 시나이 반도의 특별여행경보를 해제하고 여행경보 3단계 '여행제한(적색)'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20228월 22일에는 시나이 반도 남부 지역에 한해 2단계 '여행자제(황색)'으로 낮추었다. 여기에 더해 샤름 엘 셰이크와 다합을 연결하는 해안지역은 여행경보 1단계 '여행유의(남색) '지역이 되었다. 하지만 시나이 반도 중북부는 여전히 여행경보 3단계 '여행제한(적색)' 지역으로 여전히 육로로의 이동은 위험하다.

 

 

외교통상부(2024)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