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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94, 이집트 카이로 1-2: 이집트인의 집요한 사기술(詐欺術) (20190904-2)

경계넘기 2024. 4. 14. 19:09

 

 

이집트인의 집요한 사기술(詐欺術)

 

 

인도인들과 이집트인들 중 누가 더 사기나 바가지를 잘 칠까?

 

여행자들 사이에서 서로들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의 하나다. 인도와 이집트를 여행하려는 사람이라면 두 나라 사람들의 사기와 바가지를 조심하라는 말을 정말 수도 없이 들을 것이다. 하도 많이 듣다 보니 이들 나라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아니 생길 수가 없다. 덕분에 나도 기자에 도착하자마자 호텔 매니저의 친절을 혹 사기 아닐까 싶어 처음에는 무척이나 경계했다.

 

위의 질문에 대답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이집트인들이다.

잘 하는 것까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더 집요한 것 같다.

 

 

 

 

기자에서 이집트인의 집요한 사기술을 경험한다.

 

굳이 길을 안내해주겠단다.

 

피라미드를 구경하고 막 피라미드 공원에서 나오는 길이다. KFC에서 저녁거리를 사서 나오는데 맥주 생각이 간절하다. 이슬람 국가인 이집트는 주류 판매점(bottle shop)에서만 술을 살 수 있다. 주류 판매점을 찾다가 영어를 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근처라며 자기가 안내해 주겠단다. 딱 사기를 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냥 말로만 가르쳐달라고 해도 주류 판매점이 멀지는 않은데 골목길이 복잡하다며, 자기가 가는 길이니 굳이 안내해 주겠다고 한다. 호텔에서의 오해도 있었고 하니 한번 믿어보기로 한다. 가깝다더니 한참을 걷는다.

 

 

 

 

외국인에게는 비싸게 파니 자기가 대신 맥주를 사다 주겠단다.

 

주류 판매점 근처에 와서는 이번에는 내국인과 외국인이 사는 맥주 가격이 다르니 자기가 대신 사주겠다고 한다. 다합에서 매일 맥주를 직접 사먹었는데 어이가 없다. 어떻게 하나 보고 싶어서 항상 마시던 스텔라 맥주 두 캔을 사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돈 달라는 말도 없이 부리나케 주류 판매점에 가서 스텔라 맥주를 사온다.

 

얼마를 주면 되냐고 하니 성의껏 달란다.

 

이제 시작인가 보다. 얼마에 샀냐고 재차 물으니 역시나 성의껏 달란다. 내가 좋은 사람처럼 보인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성의껏 달라고 하니 성의껏 준다. 스텔라를 20파운드에 사다 마셨다고 말하면서 2캔에 40파운드를 준다. 조금 당황하더니만 돈을 받는다. 내가 가격을 모른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오히려 내가 약간 사기를 쳤다. 다합에서 스텔라 500ml 캔을 25파운드에 샀었다. 5파운드를 깎아서 말했음에도 좋다는 것으로 봐서는 여기서는 더 싸게 파나 보다. 역시 다합이 비싸다. 여하튼 맥주 2캔을 다합보다 10파운드 싸게 산 것이니 이득이다.

 

 

 

 

이번에는 가이드 비를 달라고 한다.

 

어째 싱겁게 주는 대로 돈을 받나 싶었다. 나에게 가이드 비를 달라고 한다. 얼마를 주면 되냐고 물으니 이번에도 내 성의껏 달라고 한다. 성의껏 얼마를 주면 되냐고 되물으니 역시 대답은 성의껏 달란다. 슬쩍 질문을 바꿔서 얼마를 원하느냐고 물으니 10달러나 100파운드 정도를 달란다.

 

순간 단호하게 딱 자른다.

 

마침 경찰이 있는 검문소가 보인다. 그 근처에 가서 돈을 줄 수 없다고 말한다. “내가 몇 번이고 괜찮다고 했는데, 네가 가는 길이라면서 안내해 준 것이 아니냐, 아울러 돈의 문제가 아니라 이건 감정의 문제라 더 줄 수 없다.” 내가 단호하게 말하니 이 친구 뭐라고 욕을 하더니만 가버린다. 아마 근처에 경찰이 있어서 더 뭐라고 못 했을 게다.

 

 

 

 

다행히 사기를 당해지는 않았다.

 

이 이집트 친구의 집요한 요구에도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었던 데에는 처음부터 여러 번 필요 없다는 의사 표시를 했었을 뿐만 아니라 대충 이집트 물가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한다면 이 친구가 주변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눈치 챘다는 점도 있다. 돈을 달라고 말할 때 보면 꼭 사람이 없는 곳에서 했다. 이 친구가 무척 소심하거나 아니면 이런 바가지나 사기에 대한 단속이 심하다는 의미다. 일부러 경찰이 있는 곳으로 이끌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친구들 덕분에 대부분 다른 이집트인들의 순수한 친절이나 선의에도 외국인들은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 오전에 내가 호텔에서 했던 것처럼 말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