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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이집트(Egypt)

D+293, 이집트 다합 14-1: 다합(Dahab)을 떠나 카이로(Cairo)로 (20190903-1)

경계넘기 2024. 4. 7. 16:11

 

 

다합(Dahab)을 떠나 카이로(Cairo)

 

 

드디어 이동을 시작한다.

 

23일간 묵었던 다합을 등지고 다시 이동한다. 프랑크푸르트 이전까지가 내 여행의 전반기였다면 이제는 후반기다. 아시아를 거쳐 유럽까지가 내 여행의 전반기. 그리고 북아프리카에서부터 아메리카까지가 내 여행의 후반기다.

 

카이로로 가는 버스는 오늘 자정 넘어 0030분이다.

 

하루 종일을 다합에서 개겨야 한다. 떠날 때는 일찍 훌쩍 떠나야 하는데. 야간 이동은 이래서 싫다. 더욱이 오늘은 집을 빼는 날이기도 해서 이 더운 다합에서 있을 곳도 만만치 않다.

 

 

 

 

일상이 추억으로 변하는 시간이다.

 

 

마지막 아침 해변 산책을 한다. 어제 새벽에 잤지만 여전히 일찍 눈이 떠진다. 다합에서 가장 좋았던 시간이 바로 이른 아침의 해변 산책이었다. 저녁에 올라오는 무더운 습기도 아침에는 다시 가라앉으며 시원해진다. 햇살도 아직 그 위력을 드러내지 못하고. 이제 막 준비를 시작하는 해안가는 조용하다.

 

항상 걸었던 그 길을 걷는다.

 

한 달 동안 머물렀던 프랑크푸르트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오랫동안 걸었던 길이라 그런지 길 모퉁이 모퉁이가 눈에 선하다. 일상이 추억으로 변한다. 더 눈에 담는다. 일상이었던 이 길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추억 속의 길이 되기 때문이다. 언제가 다시 돌아와서 이 길을 걸을 수도 있다. 프랑크푸르트가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이라는 말은 그래서 장담할 수 없다.

 

 

 

 

집으로 와서는 천천히 짐을 정리한다.

 

자던 혜정이도 일어나 짐을 정리한다.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집 매니저인데 12시까지는 집을 빼달라고 한다. 바로 새로운 사람이 들어온다고 한다. 천천히 빼면 될 줄 알았는데 여기에도 체크아웃 시간이 있나 보나. 손이 좀 바빠진다. 짐을 싸고 어제 남은 음식으로 아점까지 한다. 한동안 정들었던 이 집도 이제는 안녕이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초이앤리에 짐을 맡기고 근처에 있는, 다합에서 유일하게 에어컨이 나오는 카페로 간다. 1층은 개방이라 에어컨이 없지만 2층에는 에어컨이 있다. 사람이 항상 많다고 들었는데 다행히도 오늘은 한산하다. 넓은 자리를 혼자 차지하고 커피 한 잔을 시킨다. 나중에는 샌드위치도 주문한다. 여기 와이파이도 짱짱하다. 드라마도 봤다가 글도 썼다가 하니 시간이 잘 간다.

 

 

 

 

다합에서의 친구들과 마지막 시간을 같이 한다.

 

어느새 하우스메이트였던 혜정이와 저녁 먹기로 한 시각이 되었다. 초이앤리에서 만나기로 했다. 혜정이와 저녁 먹는 김에 도미토리에 있는 친구들도 같이 불러서 간다. 어제 우리 집에 왔던 친구들이라 그새 친해졌다. 어제의 그 친구들이 거의 다 모여서 저녁 먹으러 간다.

 

양고기 바비큐 집에서 저녁을 먹고, 카페에서 시샤도 하니 얼추 저녁 10시 반이다. 친구들 덕분에 시간이 훅훅 간다. 마지막은 친구들의 도미토리 방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낸다. 에어컨이 나오는 시원한 방. 다합에 처음 와서 한 열흘 정도 머물었던 곳이다. 정이 들었던 곳이다. 다합에서의 처음과 마지막을 이곳에서 한다.

 

저녁 1130. 문 앞까지 배웅 나온 혜정이를 뒤로 하고 버스를 타러 터미널로 향한다. 간만에 지는 배낭이 그리 무겁지는 않지만, 정들었던 친구들을 뒤로 하고 가자니 발이 무겁다. 같이 해준 친구들 덕분에 지겹지 않게 시간을 보내고 버스를 타러 간다.

 

 

하우스메이트가 찍어준 사진

 

 

내가 카이로까지 타고 갈 버스는 Go-bus.

 

버스는 여러 가지 등급이 있는데 가장 좋은 등급의 버스를 탄다. 가격은 자그마치 440파운드. 우리의 우등버스처럼 3열이다. 3열이긴 한데 막상 타고 보니 앞뒤 간격이 엄청 좁다. 앞에서 의자를 조금만 젖혀도 다리가 끼일 정도다. 간식 상자도 하나 준다. 2개에 음료수와 물이 담긴 상자다.

 

0030분에 정확히 버스는 출발한다.

 

간만의 이동이라 약간 흥분된다. 이제 한 10시간 뒤엔 카이로에 도착하겠지. 버스의 진동이 느껴지니 어제 새벽까지 놀았던 피로와 함께 잠이 스르륵 밀려온다. 좋은 현상이다. 다합에서 카이로 가는 길에는 검문도 거의 없다고 하니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 야간버스라 창밖의 풍경도 보이질 않으니...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