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Wien)과 리비우(Lviv), 오페라 ‘돈 파스콸레(Don Pasquale)
지난번 오스트리아 빈에서 본 오페라의 제목을 기억하지 못했다.
오늘 확실히 알았다. 오늘 본 오페라는 이탈리아 작곡가 가에타노 도니체티(Gaetano Donizetti)의 ‘돈 파스콸레(Don Pasquale)’다. 열심히 줄거리도 읽었는데 전에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오페라 이야기 소재라는 것이 비슷한 것이 많으니 그러려니 했다. 오페라가 시작하고 한참이 지나도 난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금 지나니 확실해 졌다. 이 오페라는 내가 지난번 빈에서 본 바로 그 오페라였다. 무대연출이 완전히 다르고, 배우들의 규모도 달라서 처음에 인식을 못했던 것이다.
단 이틀 머무르면서 본 빈의 오페라와 지금 리비우에서 보고 있는 오페라가 도니체티의 ‘돈 파스콸레’였다. 그 많은 오페라 중에서 이렇게 겹치기도 하다니. 도니체티의 오페라가 그렇게 유명하단 말인가!
덕분에 두 도시의 오페라를 비교하며 볼 수 있었다.
같은 오페라라도 똑 같이 연출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무대나 배우의 규모는 확실히 빈이 좋았다. 빈의 ‘돈 파스콸레’의 주 무대가 넓은 살롱 같은 곳으로 기본적으로 무대 위에 열 댓 명 이상 올라와 있었다면, 리비우의 주 무대는 집의 작은 거실. 따라서 무대 위에는 주요 배우 서, 너 명만 올라와 있고 합창을 할 때만 잠깐씩 등장했다. 처음에 같은 오페라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여기에 있다. 무대도, 등장배우의 수도 전혀 달라기 때문.
배우, 즉 공연의 질은 솔직히 잘 모른다.
오페라의 질을 따질 수준이 아니다. 그저 개인적으로 두 번째 공연이라 내용도 잘 이해되고, 편하게 앉아서 볼 수 있어서 그런지 몰입감은 이번이 확실히 좋았다. 다만, 여주인공의 연기는 빈의 배우가 잘 하는 것 같고, 노래는 리비우의 배우가 잘하는 것 같다.
지난번 발레 ‘해적’처럼 확실히 공연을 두 번 보니 이해나 몰입감이 달랐다. 좋은 작품일수록 보면 볼수록 좋아지나 보다.
좋은 글을 쓰는 최선의 방법이 ‘삼다(三多)’라고 한다.
‘많이 읽고(多讀), 많이 쓰고(多作), 많이 생각하고(多商量)’. 예전에 중국의 베이징(北京)에 있는 베이징영화대학의 감독과 수업에서도 같은 말을 들었던 것이 기억난다. 장이모우, 첸카이거와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5세대 감독이기도 한 티엔 주앙주앙(田壯壯) 교수는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에도 ‘많이 보고, 많이 찍고, 많이 생각하는 것’외에는 없다고 했다. 오페라나 발레와 같은 클래식 예술을 이해하는 최선의 길이자 첫걸음도 역시 많이 듣고, 많이 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찌 되었든 이번 여행에서 빈과 리비우에서 우연히 같은 오페라를 봤다. 이 오페라는 기억에 오래 남지 않을까? 이름은 까먹더라도.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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