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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우크라이나(Ukraine)

D+232, 우크라이나 리비우 16: 여행 중 머리 자르기(20190704)

경계넘기 2019. 8. 6. 04:29

 

여행 중 머리 자르기

 

 

아침 먹으로 가는 길에 근처의 이발소에 들렸다.

 

중심가의 이발소들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르기가 힘들었다. 일단 들려보고 예약을 해야 한다면 예약을 할 생각이다. 이곳에서 서유럽으로 가는 이상 이곳보다 싼 곳은 당분간 없을 것 같아서다. 오전 10시쯤 들어가서 물어보니 1시간 후에 가능하단다. 바로 예약을 했다.

 

조금 일찍 갔더니 커피를 준다.

 

젊은 이발사도 친절하고 영어도 잘 한다. 대충 원하는 머리 스타일을 말하긴 했지만 이곳 스타일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할 것 같다. 우크라이나도 수염을 기르는 사람이 꽤 많다. 이발사는 수염이 긴 손님들의 경우 머리 자르는 것 이상으로 수염 다듬는 데도 열과 성을 다한다. 돈을 더 받는지는 모르겠다.

 

오늘까지 하면 이번 여행에서 네 번째 자르는 머리다.

 

태국의 람빵(Lampang), 아르메니아의 예레반(Yerevan), 루마니아의 브라쇼브(Brasov) 그리고 이곳 우크라이나의 리비우(Lviv). 처음 머리를 잘랐던 태국의 람빵에서는 한국에서 자른 머리 형태가 남아서 조금 다듬는 선에서 선방했다. 하지만 예레반에서부터는 그곳 스타일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예레반에서는 미용사가 영어를 전혀 못했다. 옆에 있던 손님이 조금 도와주셔서 머리를 자르기는 했다. 예레반 스타일이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최악은 루마니아.

 

뜨내기 손님이라고 아직 경험 없는 막내를 붙여나서 머리를 영 이상하게 잘라났다. 머리가 자라면 자랄수록 더욱 이상해진다. 그냥 모자를 쓰고 다니니 큰 무리가 없었는데 문제는 리비우에서 클래식 공연을 매일 보러 다니면서 모자를 쓸 수 없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모자를 벗으면 머리가 진짜 이상했다.

 

시력이 나쁜 사람의 경우 안경을 다시 쓰기 전까지는 자르는 머리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 머리 자르기가 다 끝나고 안경을 쓰니 전형적인 서양 젊은 애들 머리 스타일이다. 위에만 길고 주변은 짧게 자르는 것. 그래도 너무 짧게 자르지 말라고 해서 그런지 해병대 스타일로는 만들어 놓지 않았다. 서양 애들 보면 해병대 스타일 정말 많다.

 

좀 짧긴 하지만 이전보다는 훨씬 낫다. 가격은 250흐리브냐. 우리 돈 12천원 정도. 이곳 물가에서 보면 결코 싸지 않다. 아마도 중심가라 더욱 그럴 것이다. 조금만 벗어나도 확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요즘 리비우의 일상을 즐긴다.

 

아침에는 카페테리아 식당을 가거나 리비우 크레샹을 가고, 오후에는 펍에서 맥주 한 잔을 하면서 글을 쓴다. 다른 도시였다면 커피를 마셨을 터인데 리비우는 생맥주가 싸서 이렇게 낮술을 마시며 글을 쓴다.

 

머리 자르고 항상 가는 그 펍에서 맥주 한 잔과 감자튀김 한 접시 시켜놓고 글을 쓴다. 잔을 치우는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되었는지 갑자기 오백 한 잔을 더 가져오는 바람에 낮술로 1000cc을 마셨다.

 

요즘 리비우 날씨는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는 것 같다. 여름에 들어갈수록 기온이 더 내려간다. 이제는 그늘에 앉아 있으면 한낮인데도 추워진다. 정말 피서는 제대로 왔다.

 

 


 

저녁에는 예레반에서 놓친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의 오페라 카르멘(Carmen)을 봤다.

 

오페라 보기 전에 사전 공부하면서 알았는데 프랑스의 조르주 비제는 이탈리아의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독일의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와 함께 3대 낭만주의 오페라 작곡가라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이 3대 작곡가의 오페라를 다 본다.

 

베르디의 오페라는 예레반에서 본 라 트라비아(La Traviata, 춘희(椿姬))’, 리비우에서 본 가면무도회(Un Ballo in Maschera),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는 오늘 본 카르멘그리고 마지막 바그너의 오페라는 리비우를 떠나는 전날 마지막으로 보게 될 로엔그린 (Lohengrin)’이다. 리비우에서 클래식을 열심히 보다 자연스럽게 클래식 공부를 한다. 상식이 쌓이는 기분.

 

카르멘은 4, 3시간 30분 공연.

 

지금까지 본 오페라 중에서 가장 길다. 하지만 공연 자체도 가장 흥미 있고 화려했던 오페라였다. 많이 들어봤던 노래들이 나오니 더욱 흥이 난다. 특히 2막에 나오는 투우사의 노래는 정말 많이 들어봤던 노래. 이 노래가 오페라 카르멘에 나오는 노래라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았다. 하긴 며칠 전까지만 해도 카르멘이 남자인줄 알았으니.

 

 

 

오페라를 보고 나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나도 모르게 투우사의 노래를 콧노래로 부르고 있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