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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31, 우크라이나 리비우 15: 리비우의 내 단골집, 오페라하우스(20190703)

경계넘기 2019. 8. 5. 22:16

 

리비우의 내 단골집, 오페라하우스

 

 

단골 만들기를 좋아한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괜찮은 식당과 카페 하나 있으면 장기체류가 가능하다. 물론 숙소도 맘에 들어야 하지만.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것 자체를 귀찮아하는 타입이라 맘에 드는 곳 하나가 생기면 줄기차게 그곳만 간다. 간혹 외도를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몇 번 가다보면 나를 알아보고, 조금 더 가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나 자리를 알고 미리 챙겨주곤 한다. 단골이 좋은 점이다.

 

특별히 아르메니아 예레반과 이곳 리비우(Lviv)에서는 오페라하우스를 단골로 만들었다.

 

예레반은 일주일에 2, 3번 밖에 공연이 없어서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표를 파는 직원이 나를 알아봤다. 내가 가면 인사도 하고 나중에는 내 국적을 묻기도 하면서 고맙다고 했다. 좌석을 고르고 있노라면 싸면서도 좋은 좌석을 알려주기도 하고, 예약했다가 취소된 자리라면서 좋은 좌석을 챙겨주기도 한다.

 

리비우는 2주 가까이 거의 매일 가다 보니 매표소뿐만 아니라 공연장 안의 직원들까지 나를 알아본다. 한 아주머니 직원 분은 영어를 못하셔서 말을 나누지는 않았지만 나를 보면 환하게 웃어 주신다. 지난번에는 뒤의 싼 좌석에 있는 나와 친구를 빈 앞자리에 앉도록 해주셨다.

 

 

 

오늘 공연은 솔직히 좀 기다리던 공연이다.

 

공연은 바로 차이코프스키(Tchaikovsky)의 발레 백조의 호수(Swan Lake)’. 발레에 문외한인 나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제목이다. ‘백조의 호수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함께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 중 하나. 이제 막 발레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내가 당연히 보고 싶을 수밖에 없는 공연이다.

 

표가 빨리 매진되어서 지난주에 급하게 표를 사두었다. 그때만 해도 자리는 아주 비싸거나 아주 싼 좌석만 남아 있었다. 당연히 난 싼 좌석. 50흐리브냐. 우리 돈 25백 원짜리 자리다. 가격이 싸면 당연히 그 값을 한다. 거의 맨 뒷자리, 뒷자리도 뒷자리지만 앞에 기둥이 떡 가리고 있는 좌석이다. 고개를 옆으로 빼야 무대 전체를 볼 수 있는 자리다. 더욱이 오늘은 앞에 덩치 큰 아저씨까지 앉아서 기둥과 아저씨의 큰 얼굴까지 피해서 무대를 봐야 했다.

 

공연히 시작되기 직전 그 아주머니 직원분이 나에게 잠시 나오라고 한다.

 

혹시 하는 마음에 얼른 나가보니 아니다 다를까 나를 1층 맨 앞자리 가운데의 비어 있는 자리에 앉게 해주신다. 예약했다가 취소된 자리가 분명했다. 고맙다는 말에 씩 웃어주신다. 덕분에 백조의 호수를 맨 앞자리에서 제대로 봤다. 좌석의 가격은 내가 산 좌석의 10배 가까이 될 것이다. 더욱이 오늘 공연은 완전 매진된 공연. 이래서 단골이 좋다. 한국이든 외국이든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앞자리에서는 무용수의 얼굴 표정, 근육 하나하나까지 보인다.

 

당연히 몰입감이 좋을 수밖에. 그래서 발레 공연은 조금 돈을 더 주더라도 되도록 앞자리에 앉으려고 한다. 특히, ‘백조의 호수는 음악도 좋았다. 차이코프스키는 차이코프스키다. 좋은 춤과 좋은 음악. 2시간 반의 공연이 끝났는데도 아쉬움이 남는다.

 

 

 

오페라하우스는 리비우의 내 단골집 중 하나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