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청주 하이닉스 6

노가다 이야기 23: 마지막 출근(20221209)

마지막 출근 “오늘은 작업 안할 겁니다!” 아침 TBM(아침 조회)을 마치고 작업지휘자가 한 말이다. 어제 하다 만 작업이 있어서 오전에 그 작업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하지 않겠단다. 그렇다면 남은 자재와 물품들을 정리해서 창고로 보내면 모든 일이 끝난다. 마지막 날까지 바쁘리라 생각했는데 다행이다. 오늘이 마지막 출근 날이다. 우리 팀 전체가 오늘을 마지막으로 청주 하이닉스에서 철수한다. 이 날이 올까 싶었는데 시간이 가긴 간다. 오전에 쉬엄쉬엄 샵장에서 자재와 물품을 화물 엘리베이터 앞으로 모아 놨다. 화물 엘리베이터 사용은 시간이 정해져 있는 관계로 오후에나 사용이 가능하단다. 그럼 그때까지 무얼 할까! 뭐하긴 짱 박혀서 그때까지 시간을 보내는 거다. 5월 말부터 시작했던 노가다 일이 끝..

노가다 이야기 19: 공수는 많을수록 좋은 것일까? (20221118)

공수는 많을수록 좋은 것일까? 다음주부터 연장이 사라진다! 11월도 중반에 들어서니 슬슬 작업자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출퇴근 시간에는 사람이 몰려서 제대로 그걸 느낄 수 없다지만 점심시간에 식당의 줄을 보면서 확연히 느낀다. M15 공정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달 들어 토요일에 작업이 없어서 주말 이틀을 온전히 쉴 수 있었다. 그런데 다음주부터는 주중에도 아예 연장이 없어진단다. 노가다 은어로 ‘맨대가리’만 쳐야 한다. 일할 의욕이 좀 사라진다. 지난달은 일요일과 국경일 빼고는 모두 일을 했다. 주중에는 모두 연장이었고 토요일도 모두 일했다. 만근을 한 덕분에 공수는 최고를 찍었지만 솔직히 힘이 많이 들었다. 머리만 대면 10초만에 바로 잠이 들 정도. 쉬지 않고 일한 6개월간 ..

노가다 이야기 16: 노가다는 출근이 반이다(20221021)

노가다는 출근이 반이다. 노가다는 출근이 반이라더니....... 정말 그렇다. 일단 출근만 하면 어찌되었든 하루가 간다! 아침마다 머릿속은 전쟁이다. 오늘 하루만 제칠까? 날씨가 쌀쌀해지다보니 더해진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나오기가 죽기보다 싫다. 하지만 오늘 하루 제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루 쉬면 더 쉬고 싶고, 그러다 보면 다시 못 나갈 것 같다. 노가다에서 출근이 반이라고 하는 이유가 무얼까? 어느 직장이든 출근하기 싫은 것은 마찬가지일 터다. 그럼에도 특별히 노가다에서 출근이 반이라고 하는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몸으로 직접 겪어 보니 알 것 같다. 첫째는 육체노동이 주된 일이다 보니 아무래도 몸이 고되다. 유도원의 경우에도 하루 종일 걷고 서 있어야 하니 많이 피곤하다. 내..

노가다 이야기 15: A급 클린 룸, 완벽한 방진 복장을 입었다 (20221017)

A급 클린 룸, 완벽한 방진 복장을 입었다 방진화와 방진복이 끝인 줄 알았는데....... 방진화를 신은 건 제법 되었다. 들어온 지 몇 주 안 되어 방진화가 지급되었으니 네댓 달 너머 되었다. 방진화는 발바닥이 무척 아프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는 버틸 만 했다. 작업장이 자주 바뀌다 보니 신었다 안 신었다 해서 그나마 적응이 쉬었다. 물론 안전화보다는 바닥이 딱딱해서 오래 신고 있으면 발바닥이 아프다.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하는 유도원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솔직히 방진화 신다 안전화 신으면 이건 뭐 운동화 신은 기분이다. 그러다 2주 전인가 방진복이 지급되었다. 6층과 7층이 B급 클린 룸이 되었다고 한다. B급 클린 룸이 되면 방진화에 방진복도 입어야 한단다. 지난주 말에야 클린 룸이 ..

노가다 이야기 14: 팀 추노라고 들어는 봤나? (20221005)

팀 추노라고 들어는 봤나? 바뀌어도 너무 자주 바뀐다. 뭐가? 사람 말이다. 일을 간 첫날의 이야기다. 팀에 새로운 사람들이 왔는데도 다른 작업자들에게 소개시켜 주는 그런 절차 따위는 없었다. 어떻게 내 소개를 할까 잠시나마 고민했던 내 자신이 쑥스러울 정도.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주거나 관심을 가져주는 이도 물론 없었다. 그저 데면데면 바라볼 뿐이다. 개가 지나가도 이러지 않을 듯싶었다. 먼저 인사를 건네야 마지못해 인사를 했다. 인사를 먼저 건네면 이 사람이 왜 이러나 하는 표정들이다. 참, 무안하고 난감했다. 꿋꿋하게 3~4일 정도 먼저 인사를 건네니 눈이 마주치면 먼저 인사를 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긴 했지만 그래도 한동안은 데면데면 했다. 지금이야 웃고 장난치고 하지만 그땐 정말 그랬다. 그런데 ..

노가다 이야기 12: 노가다(건설 노동)에서의 안전이란? (20220707)

노가다(건설 노동)에서의 안전 이야기 한국에 배낭여행이 확산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여성 여행가가 있다. 한비야가 그녀다. 그녀가 쓴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이라는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배낭여행이 급속히 늘었다. 한비야가 여성이라 그런지 여자 배낭여행자들도 무척이나 많이 늘었다. 나 역시 그녀의 책을 읽었다. 재미있게 읽긴 했는데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무척이나 불편한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을 하나 꼽는다면 남미에서 히치하이킹을 했다는 대목이다. 먼저 이야기하지만 이거 진짜 위험하다. 남성도 위험하지만 특히 여성 혼자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다. 다를 알겠지만 삼성전자가 새벽에 조깅을 하는 여성을 배경으로 영국에서 광고를 냈다가 영국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